[형사] "피의자가 속한 카톡 단톡방 멤버 전체 상대 압수수색 적법"
[형사] "피의자가 속한 카톡 단톡방 멤버 전체 상대 압수수색 적법"
  • 기사출고 2019.10.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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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멤버 전번 등 영장에 기재된 압수물 범위에 속해"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속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의 모든 참가자 정보를 압수수색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판사는 10월 2일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등 24명이 국가와 카카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4가단5351343)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다만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면서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사본을 팩스로 전송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 "국가는 정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씨의 카카오에 대한 청구와 나머지 23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경찰은 2014년 6월 10일 열린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요구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정씨를 수사하던 중 서울중앙지검에 '정씨의 혐의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등을 압수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압수 · 수색영장을 신청했고, 검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압수할 물건을 '정씨가 사용하는 휴대폰에 대한 2014년 5월 1일 00:00:01부터 같은해 6월 10일 23:59:59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의 아이디(ID) 및 전화번호, 대화 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로 정한 압수 · 수색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발부된 영장의 사본을 카카오에 팩스로 전송했고, 카카오는 자신이 소지, 관리하는 저장매체에서 정씨의 휴대폰 전화번호에 대한 대화 상대 목록(대화 상대방 전화번호), 대화 일시, 대화 내용, 사진 등 압수물을 추출한 다음 경찰청 전자메일을 통해 압수물을 보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정씨를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정씨 등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의 범위는 대화 상대방의 아이디, 전화번호 등에 국한되어야 함에도 정씨가 가입한 대화방에 들어와 있을 뿐 전혀 대화한 사실이 없거나 대화방에서 정씨를 제외한 제3자들만이 대화한 경우의 그 제3자들의 전화번호까지 압수되었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사적인 대화 내용, 사진 등까지 무분별하게 압수됐다"며 국가와 카카오는 연대하여 1인당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오 판사는 그러나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정씨의 공모 관계 및 집회 주도 여부 등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인 점과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의 범위 등에 비추어 보면, 정씨가 가입한 대화방의 경우 '대화 상대방'에는 정씨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하여 가입한 제3자가 모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고, 그 대화방에서 정씨가 대화를 건넨 적이 있는 상대방인 제3자만으로 범위가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정씨가 가입한 대화방에 들어와 있지만 전혀 대화한 사실이 없는 제3자나 그 대화방에서 정씨를 제외한 제3자들만이 대화를 나눈 경우의 제3자들이라 하더라도, 그 제3자들은 모두 정씨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한 상대방으로서 대화방에 들어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영장에 기재된 '대화 상대방'에 포함되고, 그러한 제3자의 전화번호 등은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장의 집행에 의하여 정씨에 대한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정씨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나 사진 등이 압수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영장의 집행으로 '압수할 물건'으로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개인정보가 압수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다만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면서 영장 원본을 카카오에 제시하지 않고 팩스로 송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오 판사는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하여 압수 · 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헌법 제12조,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8조 등에 따라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여야 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한 압수 · 수색의 집행은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인 압수 · 수색은 그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권리나 법익을 침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영장을 집핸한 담당수사관은 수사관행 내지 효율성등만을 내세워 압수 · 수색영장의 집행절차를 위반하였고, 그 결과 정씨의 사생활의 비밀 등이 침해되는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직무집행의 위법성에 대한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되, "한편 경찰이 영장의 사본을 팩스로 송부하는 방식으로 집행한 것은 1990년경부터 장기간 계속되어 온 실무관행을 답습한 것이고, 그러한 실무관행이 생겨나게 된 데에는 압수 · 수색영장에 따른 처분을 받는 자, 즉 피압수자인 전기통신사업자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의 업무 침해 최소화, 비용 절감 등에 대한 배려가 반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영장의 집행으로 압수된 정씨의 개인정보가 정씨에 대한 형사소송절차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대법원이 2017년 9월 7일 이와 같은 압수 · 수색영장의 집행이 위법하다는 명시적 판결(2015도10648)을 선고한 후 수사기관의 이와 같이 잘못된 실무관행은 이미 시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100만원으로 정했다.

오 판사는 카카오에 대한 청구는, "카카오가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의하여 정씨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데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정씨와 함께 소송을 낸 나머지 23명에 대해서는, "영장의 집행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나 아이디,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압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 또는 카카오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