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블랙아웃' 상태서 여자기숙사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대학생에 심신미약 인정
[형사] '블랙아웃' 상태서 여자기숙사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대학생에 심신미약 인정
  • 기사출고 2019.10.2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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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초범이고 주벽 자료 없어"

술에 만취해 '블랙아웃' 상태에서 부산대 여자기숙사에 침입해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가 주먹까지 휘두른 대학생에게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신동헌 부장판사)는 10월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상해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A(26)씨에 대한 항소심(2019노289)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심신미약을 인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아동 · 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2월 16일 오전 1시 23분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부산대 여자기숙사로 가 외부출입문을 이 기숙사에 거주하는 여학생을 따라 들어간 다음 기숙사 건물 안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까지 침입, 3층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기숙사 방문을 두드리고 잡아당기는 등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같은날 오전 1시 46분쯤 기숙사 건물 3층에서 4층 사이의 계단을 올라가는 B(여 · 당시 20세)를 발견하고 B씨의 뒤로 다가가 갑자기 B씨가 메고 있던 가방을 잡아당기며 "사랑해"라고 하면서 키스하려고 하고, 이에 놀란 B씨가 거부하자 혀로 B씨의 얼굴을 핥았다. 이어 "살려주세요"라고 소리 지르며 반항하는 B씨에게 "조용하라"고 하면서 손으로 B씨의 입을 막고, 힘이 빠진 B씨가 바닥에 주저앉자 B씨의 등에 올라타 B씨의 몸을 만지면서 계속 그 얼굴 핥고, 숨이 막힌 B씨가 A씨의 손을 물자 한 손으로는 B씨의 머리를 수회 때리고 다른 손으로는 다시 B씨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하면서 B씨의 몸을 더 세게 누르던 중 다른 거주자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미수에 간음하지 못하고 B씨에게 치아 탈락 등 상해를 가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상해)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가 "이 범행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등을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했다.

검사는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목격자들의 진술 등에 의하면 범행 당시 A씨는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의 상태가 아니었고, 설령 범행 당시 A씨가 술에 취하여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A씨는 평소 술을 마실 경우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정도로 많이 마시게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다시 술에 만취하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귀책사유가 큰 점 등을 고려하면, 주취를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평소 주량이 2홉들이 소주 2병 정도인데, 범행 전날 오후 6시부터 오후 12시까지 2차에 걸쳐 2홉들이 소주 4~5병 정도를 마신 사실, 범행이 있기 직전 CCTV에 녹화된 피고인의 여학생 기숙사 3층에서의 행동을 보면, 마치 혼자 첩보 놀이를 하는 것 같기도 하는 등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전혀 보이지 않는 사실, 범행 직후 피고인은 경비원의 신분증 제시요구에 신용카드를 신분증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제시한 사실, 피고인이 술에서 깬 후에도 범행 당시 및 그 직전 · 직후의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 등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술에 취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주취를 이유로 한 심신미약 감경 부당 주장에 대해, "피고인은 범행 전날 오후 6시부터 오후 12시까지지 평소 주량을 훨씬 넘어 2홉들이 소주 4~5병을 마셨고, 그로 인하여 범행 당시 심신미약을 넘어 사실상 심신상실에 가까울 정도로 만취하여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범행 전날 저녁부터 과도한 음주를 하였으나,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서 이 범행을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으며(피고인은 초범이다),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르기 위하여 과도한 음주를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평소 과도한 음주를 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사회통념상 수인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주벽이 있다거나 그러한 주벽이 없더라도 위와 같은 피해를 입힌 적이 있음을 인정할만한 자료가 기록상 전혀 보이지 아니 한다"고 밝혔다.

형법 10조는 2항에서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심신미약을 형의 임의적 감경사유로 정하면서도 3항에서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B씨에게 상당한 합의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범행 장소인 부산대와 그 인근에 접근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B씨와 원만히 합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1심의 형에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을 추가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