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는 근로자' 또 판결
[노동]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는 근로자' 또 판결
  • 기사출고 2019.10.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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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퇴직금 등 지급하라"

영어학원의 원어민 강사는 근로자에 해당,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0월 18일 P씨 등 서울 강남구에 있는 ILE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한 외국인 강사 7명과 한국인 강사 등 8명이 ILE어학원을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2018다239110)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P씨 등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의 구체적인 산정방식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 일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아이앤에스가 원고들을 1심부터 상고심까지 대리했다. ILE어학원은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가 대리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연차휴가기간에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아 지급되어야 하는 연차휴가수당은 취업규칙 등에서 산정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면, 그 성질상 통상임금을 기초로 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할 연차휴가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하여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피고 사업장에 원고들의 연차휴가수당 산정과 관련하여 특별한 정함이 없으므로 원고들은 평균임금 또는 통상임금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그에 따라 산정한 연차휴가수당을 구할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원고들의 퇴직시점 평균임금을 기초로 미지급 연차휴가수당을 산정하고, 이와 같이 산정한 연차휴가수당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미지급 퇴직금을 산정한 원심에는 연차휴가수당의 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2009년 4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각각 ILE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한 P씨 등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어학원을 상대로 퇴직금과 미지급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P씨 등은 수강생 수에 따라 매월 수강료의 28%∼36%를 보수로 받았으며, 어학원은 P씨 등에게 매월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핵심적인 업무인 강의를 담당할 학년과 레벨에 따른 분반, 강의 커리큘럼, 강의진도표, 강의교재, 시험 평가지, 시험시간, 채점기준, 성적표의 작성과 배부 방식은 물론 부수적인 업무인 학부모와 상담방법, 기간, 상담 후 조치에 이르기까지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피고가 이를 결정하였다"며 "피고는 각 강의실에 CCTV를 설치하여 두고, 원고들이 학부모와 대면상담을 할 때도 관리부장을 통해 CCTV로 감독하며, 지문인식시스템을 통해 출퇴근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지문인식시스템 근처에도 CCTV를 설치하여 두는 등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강사들의 강의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며, 심지어 강의 1시간 전까지 출근하여 자신의 강의실에 머물도록 지시하고, 지문인식시스템을 통해 출퇴근을 관리하며, 지각 · 조퇴 · 외출을 제한하거나 일정한 제재를 가했다"며 "원고들을 비롯한 강사들은 이와 같이 피고가 지정한 근무시간과 장소에 엄격히 구속되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들은 모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 연차휴가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월 근로일수나 근로시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 또는 수강료 수입에 대한 일정한 비율로 정해진 금액을 임금으로 지급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이 포함된 월급을 지급받았다고 보아야 한다"며 미지급 주휴수당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