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로펌!] '김앤장 출신' 지재 부티크 '그루'
[주목 이 로펌!] '김앤장 출신' 지재 부티크 '그루'
  • 기사출고 2019.09.0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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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스타트업의 IP 동반자 지향합니다"

법무법인 기현, 이제, 넥서스, 아이앤에스, 정동국제… M&A와 회사법, 경영권 분쟁, 공정거래, 노사관계 자문 등 기업법무 분야에서 활발하게 자문에 나서고 있는 중견 로펌들의 이름이다. 한 가지 더 공통점을 꼽을 수 있는데, 한국 최대의 로펌이자 높은 전문성을 자랑하는 김앤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한국 로펌의 발전과정에 착안해 이름을 붙이자면 1세대 로펌에서 갈라져 나온 '2세대 로펌'이 앞에 열거한 로펌들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김앤장 출신' 2세대 로펌들

회사법 변호사로 유명한 최영익 변호사가 주도하는 넥서스와 노동법 전문인 아이앤에스는 지금부터 19년 전인 2000년 무렵 벤처 붐이 불었을 때까지 연혁이 거슬러 올라가고, 기현은 2016년 1월, 이제는 2015년 3월 문을 열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신흥로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서동희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정동국제는 해상법 전문 부티크다.

그런데 이들 김앤장 출신이 주도하는 로펌 명단에 이름을 추가할 또 하나의 로펌이 얼마 전 문을 열어 기술기업과 스타트업들 사이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올 1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법률사무소 그루가 주인공이다. 특히 그루는 김앤장에서 20년간 지식재산권 한 우물을 판 IP 전문의 정여순 변호사와 정 변호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김앤장에서 20년 근무한 경력의 안철균 변리사, 특허법원 판사를 거쳐 김앤장에서 수많은 특허소송을 수행하고 다른 대형 로펌을 거쳐 합류한 박창수 변호사 등 김앤장 출신의 IP 전문 변호사와 변리사가 함께 설립한, IP 전문 부티크여서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IP 전문 부티크의 출발

리걸타임즈가 서울 강남역 인근의 부띠크모나코 빌딩에 위치한 '지재 전문 로펌' 그루를 찾아 그루의 경쟁력을 추적하고, 그루 사람들이 지향하는 업무수행 및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루의 정여순 대표변호사는 무엇보다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IP 자문을 강조했다.

"김앤장에서 주로 대기업 클라이언트를 많이 상대했는데, 좀 다양하게 일을 해보자, 특히 중소기업, 스타트업들도 IP 자문 수요가 많은데 이들에게 대형 로펌 못지않은, 높은 전문성의 서비스를 해보자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안 변리사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되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이죠."

정여순 변호사와 안철균 변리사는 김앤장 IP팀에서 20년간 한솥밥을 먹은 가까운 사이로, 두 사람 다 2018년 김앤장을 나와 자유의 몸이 되었다. 처음엔 정 변호사, 안 변리사 모두 김앤장 생활을 뒤로 하고 좀 쉬려고 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가 지난해 4월, 안 변리사가 9월 김앤장을 나와, 퇴사는 정 변호사가 조금 빨랐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원스톱 IP 자문'이란 공동의 포부를 확인한 두 사람은 곧바로 그루의 설립에 나서 정 변호사를 기준으로 치면 김앤장을 나온 지 9개월 만에 다시 현업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왼쪽부터 정여순 변호사, 이형일 변리사, 안철균 변리사, 박창수 변호사
◇왼쪽부터 정여순 변호사, 이형일 변리사, 안철균 변리사, 박창수 변호사

정 변호사는 "김앤장에 있을 때 안 변리사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에 IP 자문 수요가 많고, 제대로 된 IP 자문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나눴지만, 그루를 만들자고 미리 얘기가 되어 같이 김앤장을 나온 것은 아닌데, 그루에서 다시 만나 함께 IP 부티크를 구현하게 되었다"며 "1~2년 쉬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휴지기간이 짧아지게 되었다"고 의욕적으로 이야기했다.

대형 로펌마다 '스타트업 IP 전문팀'

안 변리사도 그루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데 대해 비슷한 얘기를 했다. 안 변리사는 "오래 전부터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한국의 대형 로펌들이 이미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겨냥한 IP 전문팀을 만들어 가동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쪽 분야가 큰 시장이 될 것 같다"고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한마디로 '중소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자문'이 그루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자, 그루가 지향하는 방향인 셈인데,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에 대한 밀착서비스는 대형 로펌에서 독립한 많은 부티크펌들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방향이기도 하다. 다만, 그루로 범위를 좁혀 얘기하면, IP 분야에서 이러한 부티크를 열었다는 것이 주목할 대목이다.

실제로 IP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달리 오랫동안 부티크나 중소 전문 로펌의 설립이 주춤했던 분야로, 그루의 성공적인 출발은 이런 점에서도 법조계와 일선 기업들 사이에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정여순 대표는 이와 관련, "결국 사람과 전문적인 IP 서비스를 위한 업무시스템의 구현이 관건일 것"이라며 "데이터베이스의 축적과 함께 다양한 검색 프로그램이 발달되어 있어 키워드를 이용한 검색 노하우 등 전문성이 뒷받침된다면 규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정여순 변호사와 안철균 변리사가 깃발을 들자 1년 전 김앤장을 떠나 다른 대형 로펌 IP팀으로 옮긴 박창수 변호사가 곧바로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정 변호사와 안 변리사는 또 변리사시험에 합격하고, 특허청 심사관에 이어 특허심판원에서 소송수행관으로 활약하고 있던 이형일 박사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여 박 변호사와 이 박사가 올 3월 함께 합류했다. 그루의 맨파워가 변호사 2명, 변리사 2명의 규모로 커진 것.

박창수 변호사, 이형일 박사 합류

여기에다 김앤장에서도 근무한 화공과 출신의 특허 엔지니어(Patent Engineer)까지 합류해 김앤장 출신 4명에 이 박사가 가세한 5명의 전문가그룹으로 그루의 초기 진용이 완성됐다. 이형일 박사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호주의 로스쿨에서 법학석사(LLM) 학위도 취득했다.

김앤장 출신들이 주도하는 IP 부티크로 이름이 퍼져나가고 있는 그루는 변호사와 변리사의 통합서비스도 강점이다. IP 전문의 정여순, 박창수 변호사와 안철균, 이형일 변리사가 포진, 특허 등의 출원과 특허침해소송 등 IP 분쟁 해결, IP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법무와 변리서비스가 합쳐진 종합서비스로 의뢰인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변호 · 변리사 통합서비스 강점

정 대표는 "우리는 하나의 IP 전문가 팀으로 구성된 부티크 로펌"이라며 "그루는 출원부터 소송까지 All-in-One IP 서비스를 추구한다"고 역설했다.

법률사무소 그루는 설립한지 8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IP 업무의 각 분야에서 이미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루는 IP 컨설팅과 함께 지식재산권을 권리화하는 출원과 IP 심판 및 소송 수행 등 업무분야를 크게 3가지로 나눠 고객들의 요청에 응하고 있다.

먼저 IP 출원 쪽의 대표적인 사안으로, 국내 바이오 벤처의 PCT 출원 과정에서 있었던 타사무소의 명세서 작성 실수를 밝혀내 이를 최대한 보완하면서 현재 12개국에서 특허 권리화 과정을 밟고 있는 사례를 들 수 있다.

또 생활용품 시장 점유율 1위인 국내 유명기업의 상품을 모방한 업체들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에 있으며, 핀테크 전문회사인 국내 스타트업 기업과 신용평가회사 사이의 기술탈취가 쟁점이 된 사안에선 스타트업 기업을 대리하여 중재사건을 수행 중에 있다. 박창수 변호사는 "화학 · 전기전자 · 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특허침해소송에서 국내 중소기업을 대리하고 있다"며 "중국의 제조사와 국내 업체가 공모하여 위조상품을 국내에 유통시킨 사안의 경우 권리자인 국내 중소기업의 추가적인 피해를 막고 위조상품을 근절할 수 있는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獨 화학기업 기술이전 자문

이와 함께 국내 중소기업이 독일의 글로벌 화학기업으로부터 전자소재에 관련된 기술을 이전받는 거래는 그루 변호사들의 자문실력이 빛을 발한 사례로, 그루에선 기술이전과 함께 파트너십 협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되도록 완벽하게 뒷바라지했다.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8월 중순 그루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정 변호사와 안 변리사 등 그루의 전문가들은 평상복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평소엔 이처럼 편리한 복장으로 업무에 매진하다가 손님이 오면 정장으로 갈아입고 업무협의 등에 임한다는 것이 그루 관계자의 설명. 올 1월 문을 열어 아직 가을도 한 번 맞지 못했지만, 직원들이 저마다 일을 챙기며 바쁘게 돌아가는 그루의 사무실에서 신생 로펌의 낯선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 변호사는 기존에 알던 고객 등 기업체들의 반응이 좋아 아직 광고도 한 번 내지 않고 업무를 수행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IP 부티크' 법률사무소 그루의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형일 변리사, 박창수 변호사, 안철균 변리사, 정여순 변호사
◇'IP 부티크' 법률사무소 그루의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형일 변리사, 박창수 변호사, 안철균 변리사, 정여순 변호사

업무분야 중 하나인 IP 컨설팅의 경우, 그루에선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하는 신제품이 기존의 어떤 특허권에 저촉되는지, 저촉된다면 이를 피해 가는 방법은 없는지, 아니면 아예 해당 특허를 인수하려는 경우 등 다각도의 컨설팅과 함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정 기술의 매각, 매입과 관련해서도 해당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와 함께 매각대상 특허에 무효 가능성 등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또는 사내에서 발명되어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 여러 쟁점을 검토해 자문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루터기 가리키는 순우리말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설립되어 발전을 도모하는 시기에 '법률 스타트업' 그루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IP 동반자를 내세우며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그루는 나무를 세는 단위이자 그루터기를 가리키는 순우리말로,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들이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듯 법률사무소의 번창하는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와 지친 사람들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듯이 복잡한 IP 문제에 부닥친 고객들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되자는 법률사무소 그루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한다. 물론 영문명 'GURU'는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가'라는 의미로, IP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고객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로펌이 되자는 의미가 들어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