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마약류 의약품도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대상"
[리걸타임즈 칼럼] "마약류 의약품도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대상"
  • 기사출고 2019.09.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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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 시행령에 규정 안 한 것은 입법 미비"

마약류 의약품 발명 특허가 다른 의약품 발명 특허처럼 연장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특허청과 특허심판원은 특허법 시행령 조항에 따라 연장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최근 특허법원이 이러한 심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놓았다(특허법원 2019. 7. 5. 선고 2018허2243 등).

◇김태민 변리사
◇김태민 변리사

대상 사안은 '비만치료제'로 허가된 '향정신성의약품'과 관련된 5건의 특허권의 존속기간 연장등록출원에 관한 것으로, 특허청은 "특허법 시행령 조항이 마약류관리법 조항에 따라 허가된 의약품은 연장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연장등록출원을 거절결정하였고 특허심판원도 이를 지지하였다. 그런데 특허법원은 거절결정의 근거가 된 특허법 시행령 조항이 입법 미비이고 이에 따른 특허청의 처분은 모법인 특허법의 위임조항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본질은 근거법률과의 간극 문제

얼핏 생각하기에는 약물의 중독성이 연장적격성에 미치는 영향 내지 상관관계가 쟁점일 것으로 추측하기 쉽지만, 해당 사안의 본질은 행정처분과 근거법률의 간극 문제이고, 법개정 내지 제도 정비를 기다리는 대신에 적극적인 법령 해석을 통한 사법부의 사후적 통제로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허권의 존속기간 연장제도(이하, "연장제도")는 미국에서 최초로 시행된 제도로서 의약 특허의 실시기간이 다른 기술분야에 비하여 짧다는 형평성 문제가 주요 배경이다. 즉, 의약 발명의 경우 관련 특허가 있더라도 실시하고자 하는 의약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위한 장기간의 시험(임상시험)과 시험 결과에 기초한 규제기관(미국은 FDA,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별도로 요구되므로 이러한 다른 법령에 따른 허가를 받기까지는 특허된 발명을 실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면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연장해주자는 것이 연장제도의 취지이다.

87년부터 연장제도 시행

우리나라에서는 한미간 통상협상에 따라 1987년부터 연장제도가 시행되었고, 이후 일본과 유럽도 연장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연장제도는 '의약 발명'을 염두에 둔 제도이므로, 비록 다른 추가의 기술분야(예: 의료기기, 농약)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연장적격성 인정 여부에 차이가 있으나, 의약발명이 연장대상인 것은 연장제도를 운용하는 모든 국가들의 공통된 태도이다.

특허법 제89조는 '다른 법령에 따라 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 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시험으로 인하여 장기간이 소요되는 발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대상을 특허법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특허법 시행령 제7조는 약사법과 농약관리법의 조항에 따라 허가 또는 등록이 된 '의약'과 '농약' 발명을 연장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약사법을 보면 제31조와 제42조에서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규정하고 있어서 위 특허법 시행령 조항이 바로 이 약사법 조항을 언급하고 있는데, 약사법 제55조에서는 '중독성 · 습관성 의약품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의약품의 품목허가는 마약류관리법 제18조와 제21조에 따로 규정되어 있다. 즉, 의약품의 품목허가 조항은 약사법과 마약류관리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따라서 특허법 시행령 조항을 문언대로만 해석하면, 마약류관리법 조항에 따라 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연장대상이 아니게 되며, 이것이 대상 사안의 발단이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따라…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시험으로… 소요되는 발명"이라는 특허법 위임조항의 표현은 연장제도의 연혁과 취지에 비추어 의약 발명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중독성 같은 물질 고유의 성질에 따라서 연장대상에서 배제하는 나라는 없으며, 위 시행령 조항의 제정 및 개정 관련해서도 그러한 입법의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만약 물질의 중독성이 연장대상에서 제외할 필요성의 요소라면 산업상 이용가능성과 유용성 판단에도 영향이 있어야 할 것이나, 중독성과 무관하게 특허와 의약 품목허가를 내주는 상황을 고려하면, 약물의 중독성은 품목허가 후에 허가된 용도로만 사용되도록 통제(사후적 관리)할 필요성과 관련될 뿐 관련 특허의 연장적격성을 원천적으로 거부할 합리적 명분이 되기 어렵다.

검토기관 등 모두 동일

특허법원은, 마약류관리법이 약사법에 대한 특별법 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 후, 마약류 관리법에 따른 품목허가와 약사법에 따른 품목허가를 비교해보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주체(제약회사나 의약연구기관), 검토기관(식품의약품 안전처), 제출 서류 종류, 심사 및 처리 기간 등이 모두 동일하므로 본질이 같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마약류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다른 의약품의 품목허가와 달리 취급하는 것은 헌법상의 평등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특허법 시행령 조항의 내용이 정당한지와 별개로, 시행령의 개정 전에 그 조항의 효력을 부정할지의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모법(특허법)의 위임조항이 '다른 법령의 범위'나 '허가의 종류'를 정하여 연장대상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까지 시행령에 위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특허법 시행령 조항에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는 입법 미비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특허청의 처분은 위법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특허법 위임조항이 연장대상을 추상적으로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 조항에 위임하여 발생한 행정처분과 근거법률의 간극을 위임조항의 합헌적, 합목적적 해석을 통하여 하위법 조항의 입법 미비 및 관련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선언하여 해결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아가 관련 시행령 조항에 대하여 사실상 규범폐지적 효력을 발생시킴으로써, 연장적격성에 있어서 주요 국가들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연장제도의 개선 내지 정비를 이끌어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허청, 시행령 개정 예상

실제로 특허청은 이번 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었고, 조만간 판결의 취지대로 시행령 개정(적어도 마약류 의약품들의 연장적격성을 명확히 하는 개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번 판결의 쟁점 외에도 여전히 연장제도 관련 법률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이 적용되고 있는 여러 특허청 실무요건들에 대하여 문제 제기가 있다. 이러한 쟁점들도 결국은 추상적인 법률 규정에 따른 특허청의 구체적 행정처분이 법률의 합목적적 해석 및 연장제도 취지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견해차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사법부의 사후적 통제에 의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특허청이 전문성을 살려서 위임법률의 합목적적 해석의 토대 위에서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및 고시를 재정비하는 것이 사후적인 사법부 판단에 의존한 제도 개선보다는 바람직해 보인다.

최근에 특허청이 연장제도의 개선을 위한 연구팀을 꾸리고 이해관계인들을 초청하여 연장제도 개선 의제를 논의하는 공동간담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지지를 보내며 실질적인 연장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김태민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tm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