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맥더못이 떠난 이유
[리걸타임즈 칼럼] 맥더못이 떠난 이유
  • 기사출고 2019.08.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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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펌 심슨 대처(Simpson Thacher & Bartlett)가 서울사무소를 접은 지 얼마 안 지난 2018년 11월 기자는 당시 맥더못(McDermott Will & Emery)의 서울사무소 대표였던 김준일 변호사를 만난 적이 있다. 심슨 대처에 이어 맥더못을 비롯해 두 세 곳의 영미 로펌이 더 한국을 떠날 것이라며 구체적인 로펌 이름이 시장에 나돌던 때였다. 기자가 소문에 대한 진위 여부를 물었다. 김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말은 사실일 수 있었다. 지금부터 8개월 전이니까.

◇김진원 기자
◇김진원 기자

그러나 맥더못은 김 대표가 서울사무소 고수를 확인한 지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그것도 소리 소문 없이 홈페이지에서 서울사무소를 지우고, 조용히 물러났다.

맥더못의 한국 철수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한국 철수가 맥더못의 경영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맥더못 지휘부의 고도의 경영판단에 대해서도 기자는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 한때 서울 상주 파트너가 3명까지 늘어났던 맥더못이다.

기자는 오히려 심슨 대처에 뒤이은 맥더못의 서울사무소 폐쇄에서 무엇이 영미 로펌의 한국 비즈니스를 발전시키고, 무엇이 한국 철수로 나타나는지 한국 진출 성패의 요인을 비교해 보려고 한다.

호주 로펌으로 등록한 허버트 스미스를 포함해 모두 28곳의 영미 로펌이 서울에 진을 친 2019년이다. 2019년은 한국의 법률시장이 열려 영미 로펌들이 앞다퉈 서울사무소를 열어 진출한 지 꼭 7년이 지난 시점이다. 7년 전 '서울사무소 1호'가 되겠다며 선발 접수 경쟁을 벌이던 얼리 버드 로펌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한국에 진출한 영미 로펌들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징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쟁 로펌의 파트너들을 통째로 영입하는가 하면, 본사 차원에서 지휘부가 수시로 한국을 오가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에 사무소가 나가 있는 영미 로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실무능력, 본사 차원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과 투자, 한국에서 활동하는 서울 상주 변호사들의 능력과 노력이 한국시장에서의 총체적인 경쟁력의 합이라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로펌마다 특수한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요소가 많은 로펌일수록 한국에서의 비즈니스가 활발하고, 맥더못처럼 한국에서 떠나는 영미 로펌은 이러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경제 10위권의 매력적인 한국 법률시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의와 투자 없이 단지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시장에서 잉태되는 달콤한 과실을 맛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