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오킴스의 실험
[리걸타임즈 칼럼] 오킴스의 실험
  • 기사출고 2019.07.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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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몇 해 전 UC 버클리 기숙사에서 다짐했던 약속을 지켜 한국계 로펌을 출범시켰다는 미국 로펌 '리, 홍, 데거만, 강앤웨이미(Lee, Hong, Degerman, Kang & Waimey)'의 이야기를 취재해 보도한 적이 있다. LA에서 시작한 '리, 홍, 데거만, 강앤웨이미'는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코리언 아메리칸 로펌으로 성장했으며, 서울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김진원 기자
◇김진원 기자

리걸타임즈는 이번호에 로스쿨 출신들로만 진용이 짜인 '로스쿨 출신' 로펌 오킴스를 취재했다. 오킴스의 9명의 파트너 중 5명이 전국 로스쿨의 학생회장, 부학생회장 출신으로, 학생회 활동을 함께 하며 나중에 좋은 로펌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한 약속이 오킴스로 열매를 맺은 것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오킴스엔 그러나 상당한 규모의 기성 로펌들과 비교해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오킴스엔 우선 법원과 검찰에서 경험을 쌓은 이른바 전관 출신 변호사가 없다. 전관은커녕 사법시험 출신도 없고, 18명의 변호사 전원이 로스쿨 1기부터 8까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변시 출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뿐이다. 행정부나 금융기관 등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고문도 두지 않고, 변호사를 도와 온갖 실무를 챙기는 사무장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파트너 9명에 어소시에이트 9명의 단출한 규모인 오킴스는 많은 로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오킴스 사람들은 새로운 시장의 개척, 고객우선의 서비스 마인드를 내세웠다. 다른 로펌들에서도 들어보았을법한 경영방침일 수 있다. 오킴스의 오성헌 대표가 강조한 "클라이언트의 일을 내 일처럼 해주는 변호사가 최고 아니냐"는 말도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2년 전 오킴스를 시작할 때 "변호사 2만명이 3조원의 파이를 나눠먹는 그런 식으론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는 얘기를 들을 땐 느낌이 달라졌다. 결과적으로 기존 로펌에서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의 재탕이 될지 모르지만, 나이가 많아 보았자 이제 40을 갓 넘은 사람이 최연장자인 젊은 로펌 오킴스의 도전은 결코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다.

오킴스의 변호사들은 각기 나온 로스쿨이 다르고, 학부 전공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법학과는 물론 경영대학에서 언론학부, 중문과, 정치외교학과, 국제학, 육사, 치과대학, 체육대학까지 이어진다. 변호사들은 1인성주를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고, 한국 사람은 동업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지만, 오킴스 사람들은 이러한 다양성의 협업을 지향하며 한국 로펌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로스쿨 로펌' 오킴스의 실험이 성공하길 기대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