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작고 후 누나와 사이에 자신은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한 다음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다. 법원은 이 경우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상속포기를 전제로 한 것으로 상속포기와 마찬가지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전주지법 권태관 판사는 5월 8일 서 모씨의 대출금 2000여만원을 대위변제한 신용보증재단이 상속재산 협의분할의 취소 등을 요구하며 서씨의 누나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2018가단8448)에서 이같이 판시, 신용보증재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씨는 아버지가 2018년 1월 사망하자, 누나와 사이에 자신은 재산을 상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였고, 이에 따라 서씨의 누나는 한 달 뒤인 2월 아버지가 남긴 아파트에 관하여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서씨는 다시 한 달 뒤인 3월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다.
이에 신용보증재단이 "서씨가 별다른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아파트에 관하여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한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서씨의 누나를 상대로 상속재산 협의분할을 취소하고,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냈다. 신용보증재단은 이에 앞서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서씨의 은행에 대한 대출금 2000여만원을 대위변제하고, 2016년 7월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그해 8월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
권 판사는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민법 406조 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에 반하여 상속의 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봄으로써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것으로 상속인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하므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권 판사는 "이 사건에 있어서 서씨는 아버지가 사망하자 자신은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하지 않기로 누나인 피고와 협의한 후 상속을 포기하였다"며 "그렇다면 이러한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향후 서씨의 상속포기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그후 서씨가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한 이상, 상속의 포기와 마찬가지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신용보증재단은 "서씨가 상속포기를 하기 전에 이미 상속분할을 분할하였으므로, 이는 민법 1026조 1호에서 정한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로서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게 되어 그후의 상속포기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권 판사는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내용이 상속포기를 전제로 그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를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