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1층 엘리베이터 앞 입간판에 지인을 소개하는 기존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1회 받을 수 있는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겠다는 포스터를 게시했다. 환자 유인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위반일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5월 30일 환자 유인행위를 했다는 혐의(의료법 위반)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2017헌마1217)에서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환자 유인행위가 아니다"고 판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비급여 진료가 대상이어 의료법이 금지하는 본인부담금 면제 · 할인행위가 아니고, 상품권 유통이나 환가가 쉽지 않아 금품 제공 행위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A씨는 2017년 2월 초순경 자신의 병원 1층 엘리베이터 앞 입간판에 '지인을 소개하는 기존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 혜택을 1회 받을 수 있는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포스터를 3월 16일까지 게시하여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한 혐의로 같은해 8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의료법 27조 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 알선 · 유인하는 행위와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또는 면제하는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 또는 의료급여법의 규정에 의한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비급여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게시한 행위를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행위에 준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 27조 3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품 제공'은 환자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할 만한 경제적 이익이 있는 것으로서 이를 허용할 경우 의료시장의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한정하여야 하는데, 청구인이 환자들에게 이와 같은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의 실질은 청구인 병원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내지 면제하여 주는 것에 불과하고, 이 상품권을 환가하거나 유통시키는 등 이를 본래의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용이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상품권이 청구인 병원에서 사용되는 것 외에 달리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에 관한 수사도 이루어진 바가 없다"고 지적하고,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또는 면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포스터를 게시한 행위는 의료법 27조 3항이 금지하는 금품 등 제공 행위에 준하는 행위라고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청구인이 게시한 포스터의 내용은 지인을 소개한 기존 환자에게 이와 같은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것이고, 이 포스터는 사실상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만이 볼 수 있는 병원 건물 1층 엘리베이터 앞에 게시되었으며, 포스터가 게시된 기간은 약 1달 반에 불과하고, 상품권은 청구인 병원에서만 사용 할 수 있으며, 비급여 진료 혜택을 1회 받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어, 이와 같은 청구인의 행위가 의료시장 질서를 현저하게 해칠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피청구인(서울중앙지검 검사)이 2017. 8. 22.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