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분양형 호텔의 제문제
[리걸타임즈 칼럼] 분양형 호텔의 제문제
  • 기사출고 2019.05.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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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변호사]

2012년부터 소위 분양형 호텔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분양형 호텔은 법에서 별도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시행사로부터 호텔객실을 분양받은 분양계약자(객실소유자)가 운영사에게 호텔 객실을 임대하거나 운영을 위탁하고 운영사로부터 호텔 운영에 따른 수익을 분배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수익형부동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 전국에 120여개의 분양형 호텔이 운영되고 있고 영업개시를 앞둔 분양형 호텔도 수십 개에 이른다고 한다.

◇김영수 변호사
◇김영수 변호사

객실당 평균 분양가는 2억원, 호텔당 평균 객실 수를 300개 정도로 가정할 경우, 전국적으로 약 9조원의 돈이 분양형 호텔에 투자된 셈이다.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분양형 호텔 중 상당수는 분양 초기 약정한 수익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거나 시행사와 결탁한 운영사가 분양계약자를 배제한 채 호텔을 사유화하여 운영하고 있어, 시행사, 운영사와 분양계약자 사이에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객실당 평균 분양가 2억원

분양형 호텔은 일반 임대업과 달리 위탁운영사를 통해 운영된다. 분양계약자는 투자 부담이 적고, 직접 유지 관리할 필요가 없으며, 공실이 생기더라도 매월 일정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아파트처럼 투자자들이 객실별 소유권을 가지고 투자자 명의로 등기가 나오며 전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분양형 호텔의 실제 운영현황을 보면 이러한 장점은 무색해지고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위탁운영 전제' 분양계약 체결

분양형 호텔은 본질적으로 호텔 자체를 분양받는 것이 아니고 객실만 분양받아 고수익을 보장하는 운영사에 위탁하는 구조이다. 시행사와 운영사가 분리되어 분양계약의 주체와 운영위탁계약의 주체가 다르다. 시행사는 5년~10년 장기간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고 과도하게 부풀려 홍보하여 투자를 유도하고 객실을 쪼개 분양하는데, 이때 분양계약은 일정 수익보장과 함께 시행사와 결탁한 특정 운영사에게 위탁운영 또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그러나 분양계약과 위탁운영계약 시 약정한 수익금이 모두 지급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위탁운영사는 외국 단체관광수요 감소, 국내 숙박업 소비 감소 추세, 공급과잉까지 겹쳐 객실가동률 급감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분양을 통해 수익을 얻는 시행사가 처음부터 결탁한 운영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운영수익까지 챙기려고 설계를 하기 때문에, 투자자인 분양계약자들은 호텔운영에서 배제되고 손실만 부담하는 구조로 운영이 된다. 실제 호텔 준공 후 영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약정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고, 심지어는 수익금 지급은커녕 관리비를 청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럼에도 분양형 호텔에 적용되는 법률은 공중위생관리법이 유일하고, 분양계약 및 위탁운영계약에 따른 분양계약자들의 피해는 투자자책임 또는 사적 계약이란 영역에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장광고, 과대홍보 과징금 미미

분양계약자가 시행사나 위탁운영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분양 후 1~2년 후 영업이 이루어지고 분양계약과 위탁운영계약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약정 수익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분양계약 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계약자가 시행사와의 분양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지하기는 어렵다. 과장광고나 과대홍보에 따른 과징금 수준도 분양이익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 대다수 운영사는 자본금 1천만원 이하로 재무구조가 열악하여 분양계약자가 약정한 미지급 수익금을 청구하더라도 실익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분양계약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사를 선정하여 호텔 운영을 시도하려 하지만, 운영사가 분양계약자 정보 제공은 물론 회계장부 열람을 허용하지 않아 다수 분양계약자들의 의사를 모으기조차 힘들다. 어렵게 일부 분양계약자들이 위탁운영계약을 해지하고 객실을 인도받아 자체적으로 운영사를 선정하여 운영하는 것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복수운영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운영사가 양심적으로 운영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분양계약자들이 자체적으로 호텔을 운영하기도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분양형 호텔과 관련한 분쟁을 살펴보면, 크게 ①분양계약자가 시행사와 운영사를 상대로 분양계약과 위탁운영계약을 취소 또는 해제하고 분양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 ②분양계약자(객실소유자)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거나 다른 운영사를 선정하기 위해 운영사를 상대로 위탁운영계약을 해지하고 객실의 인도를 구하는 경우, ③분양계약자가 위탁운영사를 상대로 약정한 수익금의 지급을 구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먼저 ①의 경우와 관련, 수익형호텔 분양계약은 객실의 소유권보다는 위탁계약에 따른 수익금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에서 체결되었고, 위탁계약 역시 분양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질 것을 전제로 체결되는 등 분양계약 및 위탁계약의 체결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이 두 계약이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불가분의 관계로 결합된 것이라고 보아 약정 수익금 미지급을 이유로 분양계약의 해제를 인정한 판례가 없지 않으나, 다수의 판결은 분양계약과 위탁운영계약의 주체가 다르고 그 목적이 상이한 점을 주된 근거로 분양계약의 취소 또는 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②와 ③의 경우 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경우 인용되고 있으나, 분양계약자들이 승소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의 복수운영 불허, 운영사들의 책임재산이 없는 관계로 승소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승소 실익 없어

분양형 호텔은 일반 아파트 분양과 달리 분양계약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수익의 보장이 주가 되는 투자형 부동산상품이다. 그러므로 주식 등 다른 투자형 상품과 같이 투자자 보호의 관점에서 규제 등 제도의 도입이 시급히 필요하다. 예컨대 분양광고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책임 부과, 분양 시 설명의무 부과 및 미이행 시의 계약의 무효나 해제권의 보장, 위탁운영사의 확정 수익 보장과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트러스트 펀드 도입 등을 우선 고려해 볼 만하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분쟁 사안에서, 분양계약과 임대차계약 또는 위탁운영계약이 하나의 계약처럼 불가분의 관계로 결합된 투자형 부동산상품의 특수성을 고려한 법원의 법리를 기대해 본다.

김영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yskim37@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