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세무조사와 납세자의 권리
[리걸타임즈 칼럼] 세무조사와 납세자의 권리
  • 기사출고 2019.05.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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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변호사]

최근 국세청은 중견기업 사주일가, 부동산 재벌 등 재산가들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인기 연예인, 유튜버, 해외파 운동선수 등 신종 고소득자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과거에 세무조사는 주로 기업들을 상대로 한다고 여겨졌지만, 이제 개인들도 언제든지 세무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종혁 변호사
◇이종혁 변호사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세무조사는 공평과세를 달성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절차이므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무조사를 당하는 납세자들의 고통과 불안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세금이 추징되는가 하면, 범칙조사로 전환되어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이기도 한다.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권한이 남용될 경우, 이로 인한 납세자의 피해는 심각하고 또한 회복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국세기본법(이하 "법")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를 보호할 여러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법 제7장의2). 납세자의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하에서는 세무조사의 진행 단계 별로 납세자가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겠다.

세무조사와 현장확인

세무조사란 '세법에 따라 조사공무원이 국세를 결정하기 위해서 납세자 등을 상대로 조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비교하여 '현장확인'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세무조사 증거자료 수집 등을 위하여 현장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행위'를 말한다. 세무조사의 경우에 한하여 원칙적으로 재조사가 금지된다(법 제81조의4 제2항). 따라서 과세관청의 어떠한 확인행위가 있은 후 세무조사가 진행되었을 때, 선행행위가 세무조사인지 아니면 현장확인인지는 중요한 차이를 낳는다. 최근 대법원은 "세무공무원의 조사행위가 실질적으로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현지확인'의 절차에 따른 것이더라도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3. 16 선고 2014두8360 판결). 과세관청이 현지확인이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으로 사전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과세관청이 '현지확인'이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조사를 진행할 경우, 이를 들어 다음의 재조사를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조사대상의 선정과 통지

세무조사의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에는 '정기선정'과 '수시선정'이 있다. 정기선정은 말 그대로 정기적으로 선정하는 방식이고(법 제81조의6 제2항), 수시선정은 '신고 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등 법이 정한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선정하는 방식이다(같은 조 제3항). 이렇듯 수시선정의 사유를 열거하는 입법이 이루어졌지만, 한동안 과세관청은 기획조사나 자체분석 등을 이유로 들어 임의로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에 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여 과세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911 판결). 따라서 세무조사대상의 선정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납세자는 과세관청을 상대로 법에 열거된 어떠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밝힐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적절한 회신을 얻지 못한다면, 납세자권리보호요청을 통하여 조사중지요청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세무공무원은 원칙적으로 조사개시 15일 전에 납세자에게 사전통지를 해야 한다(법 제81조의7 제1항). 혹 사전통지의 예외 사유가 있더라도 세무조사를 개시할 때에는 사전통지를 하지 않은 사유를 명시하여 통지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4항). 최근에 입법된 규정이므로 납세자 입장에서는 잘 챙겨볼 필요가 있다.

과세관청의 자료제출 요구

세무공무원은 세무조사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납세자 등이 임의로 제출한 장부 등을 납세자의 동의를 받아 일시 보관할 수 있다(법 제81조의10 제2항). 이 규정은 납세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임의제출로 되어 있지만,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가 과세관청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로 인한 납세자의 권익침해를 줄이기 위하여, 2018년부터 납세자가 제출한 장부 등의 반환을 요청할 경우 요청일로부터 14일(한 차례 연장할 경우 최대 28일) 이내에 반환하도록 하였다. 납세자는 제출하는 자료의 목록을 정확하게 기록하였다가, 적시에 반환요청을 할 필요가 있다.

조사결과의 통지

세무공무원은 세무조사를 마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세무조사의 내용과 결정할 과세표준과 세액 및 산출근거 등을 담을 서면을 납세자에게 통지해야 한다(법 제81조의12). 이를 통지받은 납세자는 30일 이내에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째는 세무조사의 내용을 수용하여 조기결정을 신청하고, 그에 따라 납세고지를 받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가산세 일부를 감면받을 수 있다. 둘째는 세무조사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납세고지 여부가 결정된다(법 제81조의15). 이러한 납세고지에 대하여 불복할 경우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조세범칙조사

한편 세무조사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일반조사에서 범칙조사로 전환되는 경우이다. 보통의 세무조사는 단순히 세금을 내는 문제임에 반해, 범칙조사는 형사처벌을 받을지의 문제이다. 이 둘은 단순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후자가 훨씬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국세부과제척기간이 연장되고, 가산세율이 증가하여 과세액이 크게 늘어날 뿐 아니라, 조세범처벌법 내지 특가법 위반의 엄중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세무공무원은 조세범칙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증거수집이 필요하거나 연간 조세포탈 혐의금액이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할 수 있다(조세범처벌절차법 제7조). 조세범칙조사를 진행한 후에는 다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처분을 결정하게 된다(같은 법 제13조, 제14조). 이 때 ①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무혐의", ②사안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 고발", ③혐의는 인정되나 즉시 고발의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통고처분"을 하게 된다. 여기서 통고처분이란 범칙행위자에게 벌금상당액을 납부할 것을 통고하고 이를 이행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절차이다(같은 법 제15조). 한마디로 납세자에게 벌금상당액을 납부하는 것으로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므로, 신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는 내부위원과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며 가부 동수이면 부결된다. 종래에는 범칙처분대상자는 의견진술을 할 수 없었으나, 2018년 5월부터 의견진술이 가능해졌다. 납세자의 의견진술 이후 무혐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납세자는 위원회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