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내가 보낸 카톡 메시지 지워달라' 부탁…증거인멸 교사 유죄
[형사] '내가 보낸 카톡 메시지 지워달라' 부탁…증거인멸 교사 유죄
  • 기사출고 2019.01.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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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방어권 남용 해당"

2017년 5월 9일 실시된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청 공무원이 지역 단체 회장 등에게 카카오톡으로 특정 후보의 유세 일정을 보냈다가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카톡 수신자들에게 문제가 된 카카오톡 메시지를 삭제해달라고 부탁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경남도청 공무원 최 모(58)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4492)에서 최씨의 상고를 기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제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4월 26∼29일 경남 여성단체협의회 회장과 회원, 경남 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 등 13명에게 카카오톡으로 제19대 대통령 선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자의 4월 29일 김해와 양산 유세 일정과 관련된 내용을 발송하고 전화로 참석을 권유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최씨는 그러나 홍 후보자의 선거 유세에 경남도청이 개입했다는 의혹제기의 언론보도가 나오자 경남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등 카카오톡으로 연락했던 사람들에게 전화해 자신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삭제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하여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선거와 관련된 자신과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이나 통화내역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로도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최씨가 자신이 보낸 메시지 등을 지워달라고 한 것이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여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6도5596)을 인용,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때 성립하고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을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아니하나, 다만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때는 증거인멸 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방어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범인과 행위자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형사사법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 증거인멸의 행위 태양은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이 그들의 휴대폰에서 피고인이 보낸 메시지 등을 삭제하는 것인데, 이 휴대폰은 피고인의 지배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피고인 본인이 본인의 형사사건 증거인멸을 위해 일반적으로 행할 수 있는 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에게 홍준표 후보의 유세일정이 기재된 이미지 파일 등을 전송했는데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했음에도 이미지 파일은 복구되지 아니했으며, 디지털 포렌식은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데이터가 메모리에 남아있는 경우에 한해 복구되는 것이어서 새롭게 생성된 데이터로 덮어 씌워지는 등의 경우에는 복구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여 피고인에게 증거인멸 교사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경남도청 공무원이 홍준표 후보의 유세에 개입했다는 의혹보도가 있은 후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에게 차례로 전화하여 피고인이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불리한 증거를 없애려고 한 것이어서 증거인멸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