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개정 특허법 · 부정경쟁방지법에서의 권리자 보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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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19.01.0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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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변호사]

2018년 12월 7일, 국회 본회의는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했다. 이들 개정법들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 시행되게 된다. 특히 두 개정법에는 지난 수년간 도입 논의가 있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비롯하여, 특허침해소송의 피고에게 구체적인 실시태양 제시의무를 부과하고, 영업비밀의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등 향후 특허권과 영업비밀 관련 분쟁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사항들이 있는바, 주요 내용과 이에 따라 실무상 예상되는 변화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인재 변호사
◇이인재 변호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우리나라 민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 손해액은 통상 손해를 한도로 하되, 불법행위자가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특별 손해도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손해액의 범위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 등)이라고 하여 차액설을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액을 최대 한도로 하여 산정되어 왔다.

그러나 통상 수많은 연구개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여 확보하게 되는 특허권 및 영업비밀에 대한 침해소송에 있어서, 이러한 기존의 손해배상의 원칙에 따라 산정된 손해배상액은 상당히 낮은 경우가 많았다.

장기간의 소송을 통해 어렵게 침해 판단을 받더라도 최종적으로 인정될 손해배상액이 통상 상당히 낮다는 점은 권리자가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권리 확보 및 행사를 할 유인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여 왔다.

또한 이러한 점은, 특허권 등 침해죄에 대한 기소율 및 유죄율이 다른 범죄에 비하여 낮다는 점과 함께, 특허권 및 영업비밀 관련 법령 및 실무가 침해자의 침해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의 근거가 되어 왔다.

특허침해 배상액 미국의 1/83

실제로 특허청장이 2014. 12.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제출한 '특허침해 손해배상제도 개선 방안'(이하 "개선 방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중앙값은 5900만원으로, 미국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중앙값 49억원의 약 1/83에 불과하였고, 양국의 GDP 차이 약 14배(2010년 기준)를 반영하더라도, 약 1/6배에 불과하였다.

더욱이 위 개선 방안에 따르면, 특허법 위반죄의 기소율(5.1%) 및 유죄율(46.3%)은 일반 형사범죄 기소율(40.6%) 및 유죄율(80~90%)의 각각 1/9 및 1/2에 불과하였으며, 유죄로 판단된 사건들에서도 2/3이상이 벌금형(중앙값 250만원)이 선고되었고,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8.1%(3건, 평균 10개월)에 불과하였다.

이에 개정 특허법 및 영업비밀보호법은, 특허법 제128조 제8항 및 제9항, 부정경쟁방지법 제14의2 제6항 및 제7항을 신설하여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최대 3배까지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특허권 및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하여 권리자에게 보다 실효적인 구제수단을 제공하고, 특허권 및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며, 권리자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로 인해 앞으로 관련 침해소송 역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 등 침해소송 증가 예상

또한 실무상 침해소송에서 주된 다툼의 대상이 '침해행위의 존부'에 집중되고 '손해배상금액'에 대하여는 깊이 있는 공방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경향이 있었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손해배상금액' 역시 향후 집중적인 다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법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결정 기준으로, ①침해행위를 한 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 ②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③침해행위로 인하여 특허권자가 입은 피해규모, ④침해행위로 인하여 침해한 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⑤침해행위의 기간 · 횟수 등, ⑥침해행위에 따른 벌금, ⑦침해행위를 한 자의 재산상태, ⑧침해행위를 한 자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실제 이러한 기준의 구체적인 적용례는 앞으로 법원의 실무 운용을 통해 정립될 것이다.

더욱이 최대 3배 배상의 기준이 되는 원래의 손해배상금액의 구체적인 산정방식 역시 예전에 비해 활발히 다투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고정비와 변동비의 구별, 한계이익액 산정, 기여율 산정 법리 및 구체적인 기여율의 계산 등 침해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방법에 대하여도 앞으로 많은 판례가 정립되고 관련된 학계의 논의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된 쟁점 될 침해의 '고의' 여부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요건으로 '고의 또는 과실'이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음으로 인해, 현재까지 특허권 및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고의'인지 '과실'인지 여부는 쟁점이 되지 않아 왔으나, 앞으로는 침해행위가 '고의'로 인한 것인지 여부 역시 주된 쟁점으로 다투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특허권 등을 사업에 활용하는 기업으로서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예를 들어, 유사한 선행기술이 있을 경우 외부의 객관적인 기관을 통한 비침해 의견서 등)를 미리 구비해 두고, 선행기술 조사 등을 통해 침해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권리자와 협의하여 라이선스를 받는 등의 선제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지식재산권 침해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행 실용신안법 제30조는 특허법 제128조를 준용하고 있는바,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실용신안권 침해행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입증책임은 원고(특허권자)가 부담하나, 구체적인 침해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피고(침해의심자) 측에 편재되어 있어서, 원고로서는 그 침해행위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특허침해제품이 B2B 방식으로 일부 기업에만 납품되는 등으로 인해, 원고가 제품을 시중에서 별도로 입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피고의 입장에서는, 원고가 특허침해 행위태양을 주장하더라도, 단순 부인으로 대응하면서 자신의 구체적인 행위태양을 밝히지 않는 것이 우월전략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개정 특허법은 특허법 제126조의2를 신설하여,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원고(특허권자)가 침해행위의 구체적인 행위태양을 주장할 경우, 이를 부인하는 피고(침해의심자)가 자신의 구체적인 행위태양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제재 규정까지 명시

한편 일본 특허법 제104조의2에도 이와 유사한 규정이 있으나, 일본에서는 이러한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는 등의 이유로 잘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개정 특허법은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행위태양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원고가 주장하는 행위태양이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여,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까지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는바, 위 조항이 앞으로 우리나라 특허침해소송에서 활발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위 조항은 2016년 개정 특허법에 따른 자료제출명령의 강화와 함께 특허권자의 입증부담 완화에 기여하고, 아울러 특허침해소송의 신속한 진행 및 구체적 타당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의 요건으로 (1)비공지성, (2)경제적 유용성, (3)비밀관리성을 요구하며,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위 비밀관리성은,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었을 것"을 의미한다. 한편 실무상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한 민사 · 형사사건에서, 비밀관리성이 흠결되어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피고 · 피고인(침해의심자)의 주된 대응 논리가 되어 왔고, 실제로도 영업비밀 침해를 부정한 판례들 중 비밀관리성 흠결로 영업비밀성이 부정된 경우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합리적인 노력" 표현 삭제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대기업에 비하여 영업비밀에 대한 인식이나 영업비밀 보호시스템 구축이 상대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중요한 기밀정보가 유출되어 사용되더라도 비밀관리성 흠결로 영업비밀성이 부정됨으로 인해 아무런 구제수단이 없는 경우가 존재하였다. 이에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의 정의 조항인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라는 표현을 삭제하여, 합리적인 노력이 없더라도 비밀로만 유지되었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미 2015년 비밀관리성 요건에서의 "상당한 노력"을 "합리적인 노력"으로 완화한 바 있으나, 그 차이가 모호하고 실무상 체감되는 변화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 있어 왔는데, 이번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이러한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문구 자체도 삭제한 것이다. 이러한 개정으로 인해 영업비밀로서의 비밀관리성 요건이 상당히 완화되어, 영업비밀로 보호될 수 있는 기밀정보의 범위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하에서의 완화된 비밀관리성 요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향후 판례 법리의 정립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개정 특허법 및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와 시행은, 막대한 노력 및 투자의 산물인 특허권 및 영업비밀을 보다 폭넓게 보호하고, 우리나라가 지식재산권 보호 강국으로 더욱 진일보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는 우리나라 법원이 IP 허브코트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특허권 및 영업비밀 침해소송 실무에서도 이러한 개정법들의 취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운영될 것을 기대한다.

이인재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injae.lee@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