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2019년 금융 · 자본시장 변화에 거는 기대
[리걸타임즈 칼럼] 2019년 금융 · 자본시장 변화에 거는 기대
  • 기사출고 2019.01.0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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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규 변호사]

늘 그랬지만 2018년은 금융 · 자본시장에도 유독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은행권은 디지털 혁신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꾸준히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작업을 진행했다. 보험업계는 즉시연금, 실손보험료 인상 등을 두고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이어갔다. 증권업계는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CERCG 부도사태로 촉발된 증권사간 소송 등 사건사고가 많았다.

◇이행규 변호사
◇이행규 변호사

삼성바이오 등 사건사고 많아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 인하로 국내 영업이 어려움에 직면하였고 그로 인해 동남아 지역으로의 해외진출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 산업은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제대로 흡수되지 못해 냉온탕을 오갔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미북 정상회담 등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교류협력 확대에 부응해 금융기관 전반이 대북협력 및 진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우려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였다.

2019년 금융 및 자본시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필자가 Law & Money에 칼럼을 간헐적으로 게재한 지도 수년이 지났는데, 2019년은 특히 금융 및 자본시장의 균형 있는 발전과 한국형 금융선진화를 위해 법률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느낀다. 올해 몇 가지 중요한 법률적, 제도적 변화와 법률가들에게 어떠한 역할이 요구될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법 통과

우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였고, 금융당국은 발빠르게 카카오, 케이뱅크 이외에 최대 2개사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미 해외에서 자회사 라인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나, 1차 인터넷은행 인가 시 관심을 보였던 인터파크가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인 카카오, KT, 네이버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ICT 기업의 지배를 허용하는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금산분리 원칙과 결을 달리하여 앞으로 창의적이고 다양한 규제 수요를 발생시키고, 기존의 전통적 상업은행의 영업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법률가들도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여 인터넷전문은행이 핀테크,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폭제가 되어 금융산업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10여 년간 동남아 중심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했던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이 디지털 전환의 선도 역할을 하여 해외진출에 있어서도 시너지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으로, 속칭 금융규제 샌드박스법인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핀테크 분야와 같은 혁신 금융서비스의 인허가와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란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영국에서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처음 시작되었는데, 사업자가 새로운 제품, 서비스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도 심사를 거쳐 시범 사업, 임시 허가 등으로 규제를 면제, 유예해 그동안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한 후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방식이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서 샌드박스라고 부른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이 되면 인허가 없이 금융서비스업 영위가 가능하고 최대 2년간 금융업 관련 규제를 면제받는다. 또한 혁신적 금융사업자에게는 최대 2년간 배타적 운영권을 인정해 준다. 모처럼 업계의 요청을 제도화한 만큼 실제 운용과정에서도 제도의 취지를 십분 살려 좋은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그 과정에서 법률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자본시장법 개정 주목

한편 2018년 국회에서 처리되지는 못했지만 2019년 초에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사모펀드 개편을 축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사모펀드 개편안에 포함되어 있는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 10% 운용룰(기관투자가가 경영권과 관련 없이 투자 목적으로 특정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면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의 폐지로 한국형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많은 연기금들에서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올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기업지배구조 공시 의무화와 맞물리면서 한국형 주주행동주의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본시장 성장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해 오고 있는 PEF는 10%룰과 같은 운용상 제한 때문에 시가총액 규모가 큰 상장 대기업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구현을 하기 어려웠는데, 제도적 제약이 사라지게 되면 다양한 형태의 주주행동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운용사가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주로 오너 일가의 갑질횡포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고 계열사간 부당지원 거래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등을 일삼아 온 오너기업들이 주된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포문을 열었다.

KCGI, 한진칼 상대 포문 열어

우리는 주주행동주의를 엘리엇(삼성물산, 현대모비스), 칼아이칸(KT&G), 헤르메스(삼성물산), 소버린(SK), 타이거(SK텔레콤)와 같이 대체로 약탈적인 해외 헤지펀드들의 전유물로 생각해 왔고 거기에는 먹튀 이미지가 덧붙여 있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확대의 좋은 기회가 생긴 만큼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초기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주주행동주의 전개를 통해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증대시켜 주주는 물론 임직원의 복리증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면 최선이 될 것이다.

끝으로 암호화폐 거래의 법제화에 대한 기대이다. 지난해 암호화폐 광풍이 잦아든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안정을 되찾은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는 ICO(Initial Coin Offering)가 허용되지 않아 많은 암호화폐 기술기업들이 해외로 향하고 있고, 기존 암호화폐거래소에서는 시세조종과 같은 사기적 행위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데 관련 법규가 부재하다 보니 제대로 된 처벌이 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관련 산업의 발전도 정체되어 있는 상태로 보인다. 새해에는 지난해와 같이 법률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암호화폐 법제화에 나서 한국 암호화폐 시장 양성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란다.

황금돼지의 해 2019년, 금융 및 자본시장에서의 역동과 혁신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재가동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이행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hgle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