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벤처기업의 외부투자 유치시 유의사항
[리걸타임즈 칼럼] 벤처기업의 외부투자 유치시 유의사항
  • 기사출고 2018.11.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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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웅 변호사]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은 충분한 자본적 기초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설립되고,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출 때까지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명망 있는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받을 경우 사업수행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3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거래가 상당히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김희웅 변호사
◇김희웅 변호사

투자자에 유리한 경우 많아

그런데 벤처기업이 제3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에 체결되는 투자계약서 등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지분투자계약들에 비하여 투자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경우가 많고, 일부 경우는 투자자에게 지나치게 강력한 권리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으며, 벤처투자 경험이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그 동안의 투자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계약서를 더욱 정교하게 정비해 나가고 있다. 반면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들은 투자를 받거나 투자계약서를 체결한 경험이 부족하거나 전무하여 어떠한 점이 문제되는지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거래상 지위의 차이 또는 자금확보의 필요성 등으로 인하여 중요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사정 등이 있어 투자계약서 내용의 불균형성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물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 일반기업과 비교해 볼 때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해 신주인수가격이 높아 투자 리스크가 매우 크고, 과거 일부 창업자들이 투자금을 횡령하거나 방만하게 사용하여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투자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내용으로 투자계약서가 체결되는 것이 아주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투자계약서 내용이 벤처기업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고 하여 반드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큰 문제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한번 불리한 계약을 체결해 놓으면 후속투자 시에 더 유리하게 변경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투자계약의 내용으로 인하여 다른 우량투자자의 추가 투자나 좋은 조건의 경영권 양도에 상당한 제약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신뢰성이 있는 투자자가 아닌 주체로부터 투자를 받을 경우 상당히 심각한 문제 또는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벤처기업 또는 그 오너들이 불리하게 체결된 투자계약 내용상의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은 이후에야 법률전문가를 찾아오지만, 명확한 계약서 내용으로 인하여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필자의 그 동안의 경험에서 특별히 문제된 사례들을 바탕으로, 벤처기업들이 외부투자를 받으면서 투자자와 투자계약서를 체결함에 있어 특별히 유의하여야 할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1) 계약상 지위 양도 조항

신주인수계약이나 투자계약과 같이 인적 신뢰가 매우 중요한 계약에서는 계약상 지위 양도를 금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계약상 지위의 양도를 허용하는 경우에도 계열회사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벤처기업이 외부투자를 받으면서 체결하는 투자계약의 경우 일반적인 신주인수계약과 달리 투자 이후 회사 경영에 관한 중요 준수 사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상대방이 누구인지가 매우 중요하며, 계약 상대방이 변경되는 경우 회사의 법적 지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실제 벤처기업이 투자자와 체결하는 투자계약서의 상당수는 투자자가 자신의 보유지분과 함께 계약상 지위도 자유롭게 양도하는 것을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다. 물론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보유지분을 높은 가격에 매각하기 위해서는 매수인으로 하여금 자신과 동일한 지위를 이전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계약상 지위를 자유롭게 이전하는 것을 원하게 될 것인데,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벤처기업이 계약상 지위 양도 조항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거나 투자자와 계약서 주요 조건에 관해 실질적인 협상을 할 입장이 되지 못하여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된다.

상대방 누구인지 매우 중요

그러나 투자자로 하여금 투자계약서상 지위를 자유롭게 양도하도록 허용하는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일단 계약상 지위가 신뢰성이 낮은 투자자에게 양도되는 경우 투자자가 사전동의사항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의해 주지 않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 경영을 힘들게 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투자자가 회사에 부당한 요구를 하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더욱이 그러한 투자자가 그 주식을 복수의 당사자에게 나누어 매각할 경우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투자자가 이사선임권이나 비교적 넓은 범위의 사전동의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어느 투자자가 자신의 주식을 다수의 당사자들에게 나누어 매각한다면 다수의 매수인들이 모두 이사선임권과 회사 경영에 대한 동의권을 보유하게 되며, 그 주주들이 다시 자신의 주식을 여러 당사자에게 나누어 매각한다면 더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동의 없이 투자계약상 지위를 양도받을 수 있는 당사자의 자격을 일정범위 내로 제한(예를 들어 일정한 조건을 갖춘 기관투자자로 제한)하고 계약상 지위를 양도받는 자가 2인 이상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 조항

소수지분을 보유한 당사자가 대주주와 체결하는 일반기업에 대한 주주간 계약에서도 소수주주가 회사의 중요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을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전동의 범위 지나치게 넓어

그러나 일부 벤처기업이 체결하는 투자계약서에는 투자자가 보유하는 지분비율에 비하여 사전동의사항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아주 사소한 행위에 대해서까지 투자자의 사전서면동의를 받도록 하여 회사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으며,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해관계인 등에게 투자자의 주식을 높은 가격에 매수하도록 하거나 고액의 위약벌을 부과하는 경우도 많다. 적은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가 아주 넓은 범위의 사전동의권을 보유할 경우 지배주주처럼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주주의 경우 이사와 달리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전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사전동의권을 보유한 투자자의 수가 많을 경우 의사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어느 한 당사자라도 반대를 하면 회사가 해당 행위를 할 수 없게 되고, 투자자와 회사와의 관계가 원만할 때에는 일부 사항에 대해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진행하는 것을 그대로 두다가 사이가 나빠지면 비로소 문제를 삼는 경우도 있으며, 동의권을 투자자의 부당한 요구를 관철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대상자를 일정 지분율 이상의 지분 보유자 또는 신뢰성 있는 기관투자자 등으로 제한하고, 사전동의권의 범위도 투자자의 지분율을 고려하여 투자자의 투자회수와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는 사항으로 한정(관련성이 낮은 사항은 통지사항으로 규정)하는 등 동의권자와 동의대상을 신중하게 정하고,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사전동의권의 전부 또는 일부가 상실되는 것으로 하며, 1~2회의 사소한 위반은 위약벌이나 Put Option의 행사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전동의권이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제3자에게 자동적으로 이전되는 것을 제한하고, 투자자가 사전동의권을 불합리하게 행사하여 회사의 경영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동의권 행사가 불합리하게 거부되거나 유보될 수 없다는 조항을 둘 필요도 있다.

(3) 이사선임권 등

투자자의 이사 등 선임권과 관련하여서는 특별히 분쟁이 빈번하지는 않으나, 투자자가 선임하는 이사 기타 임직원을 상근으로 하는 경우 회사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투자자가 선임하는 이사 기타 임직원의 대우 수준에 대해서도 미리 협의를 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초의 투자자에게 이사선임권을 부여할 경우 나중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동일한 권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투자계약상 지위가 복수의 당사자에게 양도될 수 있는 경우 회사의 이사 숫자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으므로, 어느 투자자에게 이사선임권을 부여할 경우에는 나중에 다른 투자자로부터 투자 받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분율 떨어지면 이사선임권 상실' 필요

또한 사전동의 조항과 마찬가지로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이사선임권이 상실되도록 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상근 이사 선임권 및 상근 임직원 파견권의 경우 회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 와서 회사 업무에 지장만 초래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임 또는 파견되는 임직원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회사가 합리적인 사유를 들어 반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벤처기업이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음에 있어 유의하여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물론 위에서 투자계약서가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불리하게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설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소개를 하였지만, 투자계약서 내용의 공정성은 상대적인 것으로서 계약 내용의 공정성이 계약의 체결 여부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적인 판단의 참고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회사가 중요 기술의 개발 등을 위해 자금이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재무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투자자의 투자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또는 당해 투자자의 투자를 받을 경우 회사의 신뢰도가 높아져 사업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 등 특정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회사에 큰 이익이 됨에도 불구하고, 투자계약 조건의 불리함만을 주장하며 과감한 비즈니스적인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된다.

투자계약서를 체결함에 있어서는 회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자자가 제시하는 조건이 향후 회사의 경영활동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후, 투자자가 덜 민감하게 생각하는 조건을 중심으로 회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양 당사자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희웅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heewoong.kim@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