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관계 동영상 휴대폰으로 재촬영해 전송 무죄"
[형사] "성관계 동영상 휴대폰으로 재촬영해 전송 무죄"
  • 기사출고 2018.09.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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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체 그 자체 직접 촬영 아니야"

내연남과 합의해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내연녀가 컴퓨터로 재생한 후 다시 휴대전화 카메라로 재촬영해 내연남 부인에게 전송했어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8월 30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모(25 · 여)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3443)에서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아 벌금 5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2015년 9월 손님으로 찾아 온 유부남인 최 모(42)씨를 만나 그때부터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성관계도 하고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하는 등 내연관계로 지내왔다. 그러나 세 달 후인 2015년 12월경 최씨가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면서 2016년 1월 21일 A씨와 합의하에 촬영해 두었던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하여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지인 명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이렇게 촬영한 사진 3장을 최씨의 부인에게 전송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기소됐다.

이씨는 또 2015년 12월 29일경 최씨에게 카카오톡으로 "그럼 사진 보내면 좀 아무렇지 않지 않으려나", "신년 잘 보내겠네", "언닌 강한 사람이니까", "개쓰레기××"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한 달 후인 2016년 1월 21일경 "오늘 와 오늘 보고싶어", "안오면 죽여버릴꺼야 진짜 다 니탓이야", "진짜 이거 보낼꺼야 오늘 와"라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최씨와 성관계하면서 촬영해둔 동영상 파일 중 한 장면을 찍은 사진 1장을 최씨에게 발송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이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이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이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2항의 촬영물 또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촬영'의 의미를 해석할 때 1항과 2항의 경우를 달리 볼 근거가 없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만이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촬영물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였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촬영물은 성폭력처벌법 14조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며 "그런데도 원심이 이와 달리 보아 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성폭력처벌법 14조 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 · 판매 · 임대 ·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 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14조 2항은 "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 · 판매 · 임대 ·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 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