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몰래 촬영한 전 여친 팬티사진, 여친 본인에 전송은 무죄”
[형사] "몰래 촬영한 전 여친 팬티사진, 여친 본인에 전송은 무죄”
  • 기사출고 2018.08.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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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폭력처벌법상 '제공' 아니야"

전 여자친구에게 교제할 당시 촬영했던 팬티만 입은 사진을 전송한 경우 촬영이 여자친구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상대방 의사에 반해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행위는 죄가 되지만 해당 사진을 다른 사람이 아닌 피해 당사자에게 전송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8월 1일 폭행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모(38)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481)에서 이같이 판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치료강의와 알코올치료강의 각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2016년 2월에서 3월경 대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휴대폰을 이용하여 팬티만 입은 상태에서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전 연인인 A(여 · 33)씨의 하반신 부위 등을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 총 8회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A씨의 신체를 촬영하고, 그중 1장을 2016년 5월 2일경 A씨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씨는 또 2016년 5월 26일 오전 0시 56분쯤 대전 유성구에 있는 A씨가 운영하는 주점에 술에 취한 상태로 찾아가 그곳에 있는 손님들에게 "내 여자친구 사진도 여기 있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A씨의 나체사진을 보여 주어, A씨가 이를 제지하자 A씨의 왼쪽 팔을 잡아 밀쳐 폭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몰래 촬영한 사진 중 1장을 A씨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행위의 유죄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을 적용해 기소했다.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 · 판매 · 임대 ·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 상영'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의 행위가 촬영물 '제공'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에서 '반포'와 별도로 열거된 '제공'은, '반포'에 이르지 아니하는 무상 교부행위로서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에서 촬영행위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반포 · 판매 · 임대 ·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 상영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이 촬영물의 유포행위를 방지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 비추어 볼 때, 촬영의 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에서 말하는 '제공'의 상대방인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피해자 본인에게 촬영물을 교부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피고인이 그 사진 중 한 장을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행위로 인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의 점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