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아들이 아버지 명의 휴대전화로 카카오뱅크 대출받아…아버지가 갚아야"
[금융] "아들이 아버지 명의 휴대전화로 카카오뱅크 대출받아…아버지가 갚아야"
  • 기사출고 2018.08.2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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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인증단어 알려준 아버지 잘못"

신용불량자인 아들이 아버지 명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래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 200만원을 대출받았다. 아버지가 갚아야 할까.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8월 14일 김 모씨가 "신용불량자인 아들이 대출받은 200만원의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한국카카오은행(주)를 상대로 낸 소송(2017가단112162)에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의 아들은 김씨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이용해 2017년 9월 24일 카카오뱅크에 김씨 명의로 회원가입을 하고 요구불 예금계좌 개설을 한 다음, 대출한도를 200만원, 변제기한을 1년, 연체이율을 최고 연 15%로 정한 마이너스 통장방식 한도거래 대출거래약정을 체결하고, 당일 200만원을 인출했다. 이에 김씨가 "본인확인을 제대로 안 했으므로, 대출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김씨는 이에 앞서 아들을 위해 자기 명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여 사용하게 하였다.

카카오뱅크는 고객에게 비대면 방식으로 요구불 예금계좌 개설과 대출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고객 명의의 휴대폰 본인인증, 고객 본인의 신분증 촬영과 전자적 방법에 의해 촬영된 신분증 사본의 제출, 일정 기간 이전에 고객 명의로 개설된 다른 은행 예금계좌를 통한 확인(고객의 다른 은행 기존계좌에 1원을 송금하면서 입금자명을 임의의 인증단어 4글자로 표시한 다음 인증단어를 입력하게 하는 방법)의 3가지 본인확인 수단을 모두 거친 경우에 한하여 거래를 승인하고 있다. 김씨의 아들은 김씨가 개통해준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휴대폰 본인인증 절차를 통과하고, 김씨의 주민등록증 원본을 촬영한 사진 파일을 전송하여 신분증 사본 제출 절차를 통과했으며, 아버지인 김씨에게 용도를 숨기고 김씨의 농협은행 계좌로 1원이 입금되면서 표시된 인증단어가 무엇인지를 물어 확인한 다음 이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다른 금융기관 기존계좌 확인 절차를 통과했다.

김 판사는 "비대면 방식의 전자금융거래를 하려는 전자금융업자로서는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 본인확인 조치를 다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자금융거래업자로서는 전자문서법 7조 2항 2호에 따라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 따른 법률효과는 그 명의인에게 유효하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어 "(김씨의 아들과 피고 사이의) 대출약정은 이용자와 금융회사인 피고가 직접 대면하지 아니한 채 전자적 방법으로 전자문서(대출약정 거래요청서)를 수신하여 체결된 전자금융거래에 해당하는바, 피고가 대출약정의 체결을 위해 취한 본인확인 조치는 비대면 전자금융거래에 있어서의 전자금융업자가 취해야 할 실명확인방식 중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기존계좌 활용: 타 금융기관에 개설된 기존 계좌를 이용한 본인확인 조치, 타 기관 확인결과 활용' 방식을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피고로서는 비대면 전자금융거래에 있어서 전자금융업자가 취하여야 할 본인확인 조치 의무를 다 이행하였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오히려 필수적 비대면 본인확인 수단 중의 하나로서 피고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인 '기존계좌 활용'과 관련하여, 원고로서는 아들에게 중요한 본인확인 수단인 '접근매체'에 해당하는 인증단어를 확인하고 알려줌으로써 '접근매체'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유출하여 대출약정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한 잘못이 있다"며 "피고가 관련 법령에 의하여 규정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대출약정 거래신청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원고의 것으로 신뢰하여 이를 승낙하고 대출계약을 체결한 이상, 전자문서법 7조 2항 2호에 따라 법률효과는 계약명의인인 원고에게 미친다"고 판시했다. 김씨가 아들이 대출받은 200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