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세월호 참사 4년 만에 국가배상책임 인정
[손배] 세월호 참사 4년 만에 국가배상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18.07.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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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 인정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117명과 일반인 승객 2명 등 119명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받았다. 세월호 사고 4년이 지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것으로, 그 사이에 정부가 바뀌고, 1심 소송에만 2년 10개월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이상현 부장판사)는 7월 19일 전명선 4 · 16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세월호 사고 희생자 119명의 유족 356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합560627, 2017가합541972)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이 생존했다면 정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일실수입과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숨진 학생들에겐 60세까지 보통인부 도시일용노임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음을 전제로 일실수입을 계산하고, 희생자 1인당 위자료 2억, 배우자는 8000만원, 부모의 경우 각각 4000만원, 형제자매와 동거하는 (외)조부모의 경우 1000만원씩의 위자료가 인정되어 희생자 1인당 최고 7억여원, 대부분 6억원대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됐다. 원고들에겐 또 2014년 4월 16일 사고 후 1심 판결이 난 7월 19일까지는 연 5%, 7월 19일 이후는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지연손해금이 지급된다.

희생자 1인당 위자료 2억원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고 합의해 받은 '4 · 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정한 가족을 포함한 1인당 위자료 1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나, 원고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원의 변호사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보상심의위원회에선 또 일실수입 3억원에 지연손해금 2000만원을 더해 배상금을 4억 2000만원으로 결정해 전달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산정과 관련,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켜 변침 과정에서 복원력이 상실되는 이례적인 형태의 사고를 야기하였고,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에 대기할 것을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하였으며, 123정 정장은 승객들의 퇴선유도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실시하지 않는 등 국민의 생명 ·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희생자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선내에서 구조세력을 기다리다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던 점, 희생자들은 세월호가 전도되기 시작한 2016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쯤부터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된 오전 10시 31분쯤까지 다른 사고에 비하여 긴 시간 동안 공포감에 시달리다가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와 사망하면서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세월호 사고로 인해 원고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지속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세월호 사고 이후 약 4년 이상이 경과한 현재까지 책임 소재와 배상과 관련된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점,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광범위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큰 점 등 일반적인 사고와 다른 세월호 사고의 특수한 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또 보상심의위에서 정한 위자료에 동의해 수령한 유족들과의 형평,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 304명 중 300명의 유가족들에게 가족당 2억 1000만원∼2억 5000만원 상당의 국민성금이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원고 측 대리인은 그러나 "유가족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에 대해, 정부 보상안과의 형평성이나 국민성금을 이유로 감액하였다는 점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의 심각성과 정부의 중대한 책임을 고려할 때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는 정부 보상금액이 부당하게 적은 금액으로 책정되었다는 점, 국민성금은 손익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가배상책임 인정과 관련,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경비정인 123정의 김 모 정장은 선박의 침몰 · 침수 · 전복 등으로 인한 다수의 인명피해 우려 등 재난발생시 관계 법령과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 등 해양경찰 업무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수색과 인명구조 업무를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고, 특히 김씨는  400명이 넘는 인원을 태운 세월호가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해 가고 있어 신속하게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승객들에 대한 퇴선조치 등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승객들의 생명 등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 사고 현장의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되었으므로, 신속하게 승객들에 대한 퇴선조치를 실시하여 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위무가 있었음에도 세월호와 교신하여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는 구조업무를 담당하는 해양경찰관으로서 업무상 주의의무에 위반된 것으로 판단되고, 김씨가 퇴선유도조치 미실시 등을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희생자들 사망의 결과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국가는 국가배상법 2조 1항에 따라 김씨의 직무집행상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의 관제실패행위,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지휘, 항공구조사들이 선내로 진입하지 않은 행위, 국가재난컨트롤타워 미작동 등도 국가배상법 2조 1항 소정의 직무상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해, "이러한 행위들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희생자들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아 상급심에서 또 한 번 공방이 예상된다.

원고 측 대리인은 "세월호 참사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의식과 시스템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와 무사안일주의라는 병폐가 고스란히 표출된 재해"라며 "세월호 사고와 관련,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해상관제 실패, 구조교육훈련 부실,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지휘와 국가재난컨트롤타워 미작동 등에 대해 국가의 위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이 4년 넘게 겪어 온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이번 판결로 조금이나마 회복하길 기대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남아 있고,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되었다"며 "유가족들과 함께 판결문을 검토 후 항소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에 대해선, "임직원들이 화물과적과 고박불량의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킨 행위,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에 대하여 구호조치 없이 퇴선한 행위로 인하여 세월호에 탑승하였던 희생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음이 인정되고, 이러한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의 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청해진해운의 업무집행행위에 해당하므로 청해진해운은 원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의 불법행위와 123정 정장의 불법행위는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희생자들의 사망과 객관적으로 관련공동되어 있어 피고들 사이에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고,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법무법인 원이 원고들을 대리한 가운데, 국가는 정부법무공단, 청해진해운은 법무법인 이우스와 법무법인 강이 함께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