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37년 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아내, 정당방위 아니야"
[형사] '37년 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아내, 정당방위 아니야"
  • 기사출고 2018.07.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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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징역 4년 확정

연락도 없이 밤늦게 술을 마시고 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한 남편을 돌로 내리쳐 살해한 아내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37년 결혼생활 내내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아내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6월 2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모(여 · 61)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6304)에서 김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17년 3월 23일 새벽 1시 30분쯤 강원 삼척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에서 2.5㎏의 장식용 돌로 남편의 머리를 십수 회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는 함께 계를 하던 지인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 후 새벽 1시 10분쯤 귀가했다. 김씨의 남편은 김씨가 귀가하기를 기다리며 수 회에 걸쳐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음에도 김씨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하자 이에 화가 나 귀가하여 옷을 갈아입는 김씨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유리잔을 집어 던졌다. 이에 남편의 폭력에 대한 오랜 원망의 감정이 폭발한 김씨가 장식용 돌로 남편을 내리쳤고 남편이 바닥에 쓰러져 기어가는 상태에서 추가 가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37년 혼인 기간 동안 남편으로부터 칼로 찔리고 베이는 것을 포함하여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하여 왔고, 사건 당일에도 남편이 술에 취해 들어온 나를 폭행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자신의 신체와 생명을 방위하기 위하여 남편을 살해한 것이므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최초에 피해자가 피고인을 손으로 때렸고 피고인이 이를 방어하기 위하여 돌로 피해자를 가격하였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후 십수 차례 계속된 피고인의 가격 당시에는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피를 흘리고 쓰러진 피해자의 몸 위에서 피해자의 얼굴을 수차례 가격하였고, 피해자가 일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팔로 피고인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도망가려 하기도 하였으나 방어력마저 상실한 이후에도 피고인이 계속하여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가격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검찰 피의자신문에서 사건 당시 자신의 감정에 대하여 '그동안 억눌리고 피해당한 게 많아서 피해자에게 화가 많이 났다. 모처럼 술을 마셨는데 두들겨 패서 화가 많이 났다'라는 취지로 분노감만을 표현했을 뿐, 폭력을 행사하는 피해자에 대한 공포감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범행이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거나,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또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해 오면서 형성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사건 당일 음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검찰 2회 피의자신문에서는 '피해자를 돌로 가격한 것이 잘 기억나지 않으나 가물가물하게 두세 번 정도 때린 것은 기억난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범행에 사용한 돌을 특정하는 등으로 사건 당시를 기억하고 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범행 당시 설사 피고인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또는 우울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