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 스튜어디스 살인사건
'디디' 스튜어디스 살인사건
  • 기사출고 2018.07.0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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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변호사]
◇김종길 변호사
◇김종길 변호사

2018년 5월의 어느 날 스튜어디스 한 명이 중국판 우버(Uber)라 불리는 디디(滴滴)로 부른 차를 타고 가다가 흑심을 품은 운전기사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터넷은 금방 디디의 책임과 안전성에 관한 논란으로 뜨겁게 달구어졌다.

5월 5일 23:53쯤 174cm의 키를 가진 훤칠한 미모의 스튜어디스 리밍주(李明珠 · 21)는 이튿날에 있을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디디순풍차(順風車)를 불러 스튜어디스들이 묵고 있던 정저우공항 근처의 호텔을 떠나 정저우 기차역으로 향했다. 10분가량 지난 00:02경 그녀는 친구에게 웨이신으로 '변태를 만났다. 나보고 예쁘다며 키스하고 싶다고 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는 걱정이 되어 00:03경 바로 전화를 걸어 1분가량 통화해서 상황을 확인했고, 리밍주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얼마 후부터 리밍주의 전화가 꺼져버렸다.

0시 3분 통화 후 전화 꺼져

나중에 확인된 바에 따르면, 운전기사인 류전화(劉振華 · 27)는 리밍주가 친구와 통화하는 사이에 00:03쯤 자신의 핸드폰에서 디디앱을 삭제했다. 차량GPS기록에 따르면, 00:06쯤 근처의 철거된 마을공터에 도착해서 7분가량 머물렀다. 수사관은 아마도 이때 류전화가 피해자를 제압했을 것으로 본다. 피해자의 목과 등에 칼로 인한 상처가 많았는데, 등에만 10여 군데의 상처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격렬하게 저항했던 것 같다. 00:13쯤 차량은 다시 출발해서 온 길을 되돌아가는데, 00:25쯤에는 또 다른 외진 곳에 차가 멈추었다. 여기서 류전화는 26분간 머문 후 다시 00:51 차를 몰고 떠났다. 리밍주의 시신은 그 곳에 버려졌다. 그리고 류전화는 몇 분 후인 00:54쯤 인근의 남수북조하(南水北調河)에 차를 버리고 다리에서 강으로 투신하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찍힌다. 이때 그는 몸에 옷가지를 전혀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하류를 며칠간 수색한 끝에, 5월 12일 새벽 4시 30분쯤 정저우시 서삼환 부근에서 시신을 건져 올렸다. 치아와 등의 문신이 류전화와 일치했고, 나중에 실시한 DNA 감정 결과도 류전화로 확인되었다.

이 사건은 몇 가지 뒷이야기를 남겼다. 5월 10일 저녁 디디는 "디디회사에서 100만위안으로 순풍차 기사 류전화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현상공고를 냈다. "중요 사건에 관련되어 디디회사는 사회에 공개적으로 단서를 구합니다. 류전화라는 순풍차 기사를 찾습니다. 단서를 제공하시는 분에게는 디디에서 단서의 중요 정도에 따라 최고 100만위안의 현상금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래에 류전화의 이름, 성별, 신분증번호, 전화번호,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하여 경찰이 피의자의 신원을 공표하기도 전에 디디회사에서 현상금을 내걸고 피의자의 신원을 공개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사진 유출 관련 5명 구속

또 하나는 사건 발생 후 현장 사진과 피해자의 시신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진 것이다. 사건 수사에 투입되었다가 사진 유출에 관련된 경찰보조인원 5명이 시신모욕, 개인정보침해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디디의 안전성과 디디의 책임문제였다. 이 글에서는 디디가 어떤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인지에 관하여 주로 살펴본다.

디디는 미국의 우버와 유사하지만 업무분야가 훨씬 다양하다. 디디택시, 디디쾌차(快車), 디디전차(專車), 디디순풍차, 디디대리운전(代駕) 등이 있다. 그 중 디디쾌차와 디디전차는 자가용영업으로 일반과 고급의 차이가 있다. 디디순풍차는 카셰어링에 해당한다. 중국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디디택시, 디디쾌차, 디디전차는 모두 '온라인 예약차량'에 해당하나, 디디순풍차는 '개인승용차합승'에 해당하여, 양자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교통운수부에서 제정한 <온라인차량예약경영서비스관리잠행방법>에 따르면, 플랫폼과 고객의 관계는 운송계약 관계이다. 온라인차량예약플랫폼은 택시회사와 마찬가지로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므로 만일 디디쾌차나 디디전차였다면 디디회사는 운송계약에 따른 운송인의 계약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디디순풍차는 카셰어링

한편 국무원은 <국무원판공청의 택시업계의 건강한 발전의 개혁추진을 심화하는데 관한 지도의견>을 내놓았는데, '온라인차량예약'과 '개인승용차합승'을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개인승용차합승은 카풀, 카셰어링이라고도 부른다. 즉 합승서비스제공자가 먼저 운행정보를 발송하고, 운행노선이 같은 사람이 합승서비스제공자의 승용차를 선택하여 탑승하고, 일부운행비용을 분담하거나 혹은 무상으로 상부상조하는 공유운행방식이다. 개인승용차합승은 교통정체를 완화시키고 공기오염을 감소시키는데 유리하다. 도시인민정부는 그 발전을 장려하고 규범화하여야 하며, 상응한 규정을 제정하여, 합승서비스제공자, 합승자 및 합승정보서비스플랫폼 등 3자간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의 <잠행방법> 제38조는 "개인승용차합승은 카풀, 카셰어링이라고도 하는데, 도시인민정부의 관련규정에 따라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정부에서는 개인승용차합승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 베이징시는 <베이징시개인승용차합승운행지도의견>을 제정했다.

사건이 발생한 정저우시도 관련 규정을 내놓았으나, 정식 시행되지는 않았다. 내용은 베이징시와 비슷하다. 정저우시의 의견징구본 제5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개인승용차합승은 도로운송영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합승쌍방의 자유의사에 따른 민사행위이다. 관련 권리와 의무, 안전책임, 사고 등 책임은 합승쌍방이 법과 계약에 따라 자체적으로 부담한다."

운송인 책임 물을 수 없어

본 사건의 경우에 쾌차나 전차가 아니라 순풍차이므로, 디디에게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개인으로서의 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 된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쟁점에 대한 판단을 거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차량과 운행자가 동일하지 않았다. 류전화가 운행했던 차량은 그의 부친 명의로 등록된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디디는 원래 얼굴 식별기능이 있다고 말해왔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둘째, 류전화는 이전에 여러 번 컴플레인을 받았는데, 디디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셋째, 류전화는 순풍차를 거의 영업으로 운행하였고, 이는 원래의 순풍차의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디디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넷째, 범죄에 편의를 제공했다. 디디는 합승자의 정보를 순풍차 기사에게 제공하는데, 본인사진은 물론이고 이전에 합승자를 태웠던 순풍차 기사들의 평가도 제공했다. 리밍주의 경우에는 '산소미녀', '얼굴이 무척 예쁘다', '예의바르다', '스타킹이 드러난다'는 등의 평가가 붙어 있었다. 아마도 류전화는 이런 것을 보고 그녀를 범행대상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김종길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jgkim@dongin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