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치매 환자가 요양병원 옥상 난간 넘어갔다가 추락사…병원장 책임 15%"
[의료] "치매 환자가 요양병원 옥상 난간 넘어갔다가 추락사…병원장 책임 15%"
  • 기사출고 2018.06.27 08: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돌발행동 가능성 대비했어야"

요양병원에 입원한 치매 환자가 옥상 난간을 넘어갔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법원은 병원장에게 15%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김춘호 부장판사)는 5월 31일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망한 A씨(당시 65세)의 부인과 두 자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요양병원 병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558956)에서 피고의 책임을 15% 인정, "1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10월 밭에서 일하다가 넘어져 눈 부위와 머리를 다쳐 분당 차병원에서 뇌수술 등을 받은 뒤 그해 12월 23일 퇴원해 같은 날 혈관성치매, 당뇨병 등의 증상으로 요양치료를 받기 위해 이 요양병원에 입원했으나, 약 6개월 뒤인 2017년 7월 9일 오후 6시 30분쯤 병원의 개방된 옥상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높이 210cm의 옥상 난간을 스스로 넘어갔다가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부인과 자녀들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는 정상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치매 환자로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여 홀로 방치시 돌발행동을 할 위험성이 있어 요양병원 의료진의 보호조치를 요한다고 할 수 있었음에도 A씨는 사고일에 병원 옥상을 드나들며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지적하고,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은 폐쇄회로 텔레비젼(CCTV)을 통해 A씨와 같은 치매 환자들의 자해 또는 자살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보호, 감시할 의무가 있었는데, 환자들의 관리를 위한 병원 내 폐쇄회로 텔레비젼(CCTV)이 녹화가 되지 않는 등 고장이 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병원 옥상 출입을 밤 9시부터 아침 6시경까지 사이에 제한하기는 하였으나, 그 외의 시간에는 환자들을 포함하여 누구나 제한 없이 출입 가능하도록 하였고, 그럼에도 옥상에 별도의 관리인을 두지 않았으며, A씨와 같은 치매 환자들이 병원 의료진의 관리 · 감독이나 제한 없이 옥상에 출입하게 한 것에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A씨와 같은 치매 환자를 입원, 치료한 피고로서는 환자들의 돌발행동 가능성에 대비하여 피고 스스로 환자들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병원 의료진 등으로 하여금 환자들을 주의 깊게 살피도록 조치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피고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병원의 운영자이자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는 사고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에어컨 실외기를 밟지 않고서는 통상적으로 넘기 어려운 병원의 옥상 난간을 스스로 넘어 사고가 발생한 점, A씨가 정상인과 같은 의식상태를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옥상 난간을 넘어 건물 아래로 추락할 경우 사망에 이르거나 크게 다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이를 감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과 확대에 과실이 있고, 옥상 난간의 높이가 210cm에 달하므로 보통 성인 남자가 이를 넘어 추락할 가능성을 피고가 사실상 인식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15%로 제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