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회사간 M&A
계열회사간 M&A
  • 기사출고 2018.05.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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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찬 변호사]

계열회사간 M&A라고 하여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독립된 회사들간 M&A와 비교하여 그 방식이나 절차가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홍성찬 변호사
◇홍성찬 변호사

그러나 독립된 회사들 사이에서는 통상 실사부터 거래조건 협상 및 거래종결까지 거의 모든 단계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과 달리 계열회사들 사이에서는 훨씬 부드럽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일련의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양자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계열회사간에는 당사자들이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공동이익이 있게 마련이고, 무엇보다도 기업집단 내 상위 조직에서 당사자들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래조건 공정성 유의해야

그러나 이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계열회사간 M&A의 경우는 다른 경우에 비하여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즉 계열회사간 M&A의 경우 그 거래조건은 특별히 보다 공정해야 하며, 그 중에서도 거래가격이 적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열회사간 거래에서는 이점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계열회사간 거래라는 점만으로도 일방이 다른 일방을 부당하게 도와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위 거래가격의 적정성과 관련하여 늘 신경 쓰이는 거래가 하나 있다. 바로 계열회사간 비상장회사 주식에 관한 거래이다. 법인세법은 계열회사와 같은 특수관계자 사이에 자산을 시가보다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거래함으로써 조세의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킨 경우, 과세관청은 당해 행위 또는 소득금액의 계산을 부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문제이다.

이때 '시가'라 함은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간에 거래한 가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가격(상장주식을 한국거래소에서 거래한 경우 해당주식의 시가는 그 거래일의 한국거래소 최종시세가액)을 의미한다.

부당행위계산부인 발생 주의

그런데 법인세법은 위와 같은 거래사례가격이 없는 비상장주식의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의 보충적평가방법(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각각 3대 2의 비율로 가중평균 하여 평가하되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해서는 여기에 일정한 할증을 하는 방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즉 세법 관점에서는 계열회사들간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경우 위 상증법상 평가액으로 거래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상증법상 평가액으로 거래하는 경우에도 위 가격이 비상장주식의 적정가치가 아니라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해당 거래에 관여한 회사 이사들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내지 형사상 배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상의 부당지원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참고로, 상증법상의 평가액은 DCF(현금흐름할인법) 등에 따른 평가액에 비하여 낮은 경우가 많다.

딜레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즉 세법상의 기준에 맞추어 거래를 하는데도 다른 법령 위반 위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비상장주식 평가와 관련하여, "각 관련 법규들은 그 제정 목적에 따라 서로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어느 한 가지 평가방법이 항상 적용되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거래 당시 당해 비상장법인 및 거래당사자의 상황, 당해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상증법상의 평가액이 곧바로 주식의 가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1도3191 판결 등).

세법 기준 맞췄어도 위험 소지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 따라 비상장주식을 상증법상 평가액에 따라 거래하였음에도 해당 거래에 관하여 이사들에게 업무상 배임죄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예컨대 워커힐 주식 교환이나 삼성종합화학 주식 매각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딜레마는 비상장주식에 특정한 적정 가격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원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물론 회사가 어느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거래할 것인가 하는 점은 사안마다 달리 볼 수 있겠지만, 이사들의 민형사상 책임 발생 위험을 경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사들의 민형사상 책임 문제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회사가 당시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평가방법을 적용하고자 노력하였고, 그 노력의 결과는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것이라는 점에 대한 소명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비상장주식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해당 회사의 상황 및 업종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평가방법을 적용하되, 이러한 평가는 전문가적 판단이 가능한 독립된 외부평가 기관에 평가를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각 당사자가 모두 외부평가기관에 의뢰하여 평가를 받은 후에 각 평가금액을 기초로 각자의 이익을 위하여 진지한 협상을 거쳐 최종적인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전제로 그러한 절차는 거래가격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한 협상 거쳐 결정 바람직

물론 위와 같이 합리적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평가된 금액으로 거래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과세관청이 상증법상 평가액에 따른 거래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행위계산부인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까지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대법원과 조세심판원도 특수관계자간 거래가 상증법상의 평가액과 다른 가격으로 이루어지더라도 해당 거래의 경위와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당한 가격을 적용할 이유가 없고 그 가격이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가격이라면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계열회사간에도 위 기준에 부합하도록 거래하는 경우라면 위와 같은 세법상의 문제도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앞서 얘기했듯이, 계열회사간 M&A라고 하여 실사부터 거래조건 협상 및 종결까지의 절차가 독립된 회사들간 M&A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계열회사간 M&A의 경우 개별적인 절차에서 다른 M&A 거래와 구분되는 점이 있고 이런 점들에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계열회사간 주식거래의 경우는 일방이 다른 일방의 주식을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집단간의 결합이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므로 기업결합신고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거래는 법령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기업결합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물론 계열회사간 거래라는 점에서 간이한 신고절차로 족하다.

간이 신고절차로 족해

그리고 특수관계인간 거래라는 점에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이사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상법 제398조), 해당 거래에 관하여 특별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예컨대 양사의 겸임이사)는 위 결의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상법 제391조 제3항, 제368조 제4항). 또한 계열회사간 거래규모가 일정 기준 이상에 달하는 경우에는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등을 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공정거래법 제11조의2).

여기에 모든 경우를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위와 같이 계열회사간 M&A 거래 시에는 그 특수성으로 인하여 절차상 유의할 사항이 있으므로 그런 것들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M&A는 법률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정립된 용어가 아니며, 관점에 따라 그 범위는 매우 넓고 형태도 다양하다. 그리고 계열회사들 중 한 회사가 긴박한 자금조달의 필요로 인하여 유상증자를 실시함에 있어 다른 계열회사가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그리고 위 회사가 사채를 발행할 때 다른 계열회사가 이를 인수하는 것도 모두 M&A의 한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형태의 M&A는 애초에 계열회사 일방이 다른 일방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라는 점에서 더욱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말 대법원이 계열회사간 지원행위의 배임 해당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종전 대법원 판례들은,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도입하여,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면서, 계열사들간 지원행위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아니하다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었다.

구체적 기준 제시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은 기존 판례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계열회사간 여러 지원행위들을 일률적으로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의 행위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쟁점이 된 여러 지원행위들의 배경, 목적, 진행경과 및 결과 등을 개별적으로 살펴 (i)각 지원행위가 특정인 또는 특정회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ii)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혹은 (iii)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하겠다.

만약 계열회사간 M&A가 일방 계열회사가 다른 일방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해당 거래가 위 대법원 판결에서 들고 있는 요건들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즉 계열회사 일방이 다른 일방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평가될 위험은 없는지를 유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홍성찬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seongchan.hong@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