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원의 조상규(40) 변호사는 미국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통하는 최고급 캐딜락을 탄다. 말 그대로 '캐딜락을 타는 변호사', '성공한 변호사'다. 일류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나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 전관 출신 아닌가 하고 얼른 상상할 수 있는데, 그는 중소 로펌 주원의 별산제 파트너로서 이런 성공을 구가하고 있다.
변호사가 된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공익법무관 근무를 마친 2011년 4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초대 사내변호사인 법무위원(법무실장)으로 변호사 업무를 시작, 변호사 경력이 7년 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면 그는 분식집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도와가며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7전8기'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생역전을 일구어낸 이른바 '흙수저 출신 변호사'라는 점이다.
'회계사 지킴이' 찬사
이제 만 40의 나이에 들어선 그가 길지 않은 기간에 개업변호사로 성공한 배경,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기자는 조 변호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1년의 징계를 받은 공인회계사를 대리해 직무정지처분 16일 만에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서울행정법원 사건을 취재하다가 '회계사 지킴이'라는 찬사를 들을 만큼 회계법 분야에서 활약하는 그의 변호사 성공기를 취재하게 되었다.
"저의 조그마한 성과를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진 것은 아니죠. 법조계에서 여전히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전관예우 덕을 본 것도 아니고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끊임없이 준비하고 노력했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 변호사는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거침이 없었다. 그만큼 자신에 차 있었다. 지방대 법대를 나와 군대를 미루고 대학원에 다니다가 대학원 2학년 때인 2005년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에 입소해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부산 동래고 정문 앞의 분식집에 딸린 다락방에서 꿈꾸었던 인생역전의 목표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년차 때인 2007년 8월 동아대 대학원 법학과에서 "현행 조세불복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공익법무관 근무를 마치기 직전인 2011년 2월 같은 대학원에서 "파생금융상품의 법적 분쟁에 관한 연구"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세와 회계, 금융법을 전공분야로 정하고, 일찌감치 이 분야의 전문변호사를 지향한 셈인데, 그만큼 그는 방향을 정해 실력을 쌓고 새 시장을 개척하는 '준비된 변호사'였다. 그의 성공요인 첫째 항목이다.
그의 박사논문은 2008년 봇물 터지듯 수출 중소기업들을 강타했던 이른바 키코(KIKO) 상품의 법적 책임을 분석한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소송이 제기되었으나 그가 논문을 제출했을 당시엔 선례도 없고,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던 상황으로, 키코에 관한 거의 첫 번째 논문인 그의 논문은 키코 문제를 다룬 선도적인 연구란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조 변호사는 발 빠르게 이슈를 포착해 연구나 일을 진척시키는 기획력 ·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이러한 재능은 이후 그가 개업변호사로 활동하며 더욱 빛을 발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 활동
지난해 2월부터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 변호사는 "키코 사태가 터진 지 5년이 흐른 2013년 9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면서 적합하지 아니한 키코 계약의 체결을 권유하여서는 안 된다는 적합성의 원칙과 은행이 키코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주요 정보를 설명해야 한다는 설명의무를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책임범위는 기업의 잘잘못을 따져 과실상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했는데, 내가 논문에서 제시한 결론과 거의 비슷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2011년 3월 3년의 공익법무관 근무를 마친 조 변호사는 처음 자리가 생긴 한국공인회계사회 법무위원에 지원해 합격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갈수록 늘어나는 회계사, 회계법인 관련 법무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사내변호사를 처음 채용한 것으로, 초대 법무위원인 조 변호사는 법무실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회계감사 · 감리에 관련된 법적 책임 등 회계법에 관련된 연구업무를 수행하고, 입법대응 등 공인회계사회의 대관(對官)업무까지 담당하는 1인 3역의 역할을 했다.
물론 공익법무관을 마치고 법조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당시 그가 공인회계사회에만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름을 대면 알만한 여러 대형로펌에도 지원서를 제출했으나 지방대 출신이자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에서도 밀렸던 그는 줄줄이 퇴짜를 맞고 말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형로펌에 입사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재벌그룹 대기업에도 합격
사내변호사로 방향을 튼 그는 공인회계사회 외에 또 다른 재벌그룹의 대기업 사내법무실에도 지원해 합격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 자리가 생긴 공인회계사회 법무위원을 선택했다.
"선박과 플랜트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 그 대기업엔 이미 다섯, 여섯 명의 사내변호사들이 근무하고 있어 그 중의 일원으로 제가 추가되는 것이었으나, 공인회계사회 법무위원은 제가 최초이자 유일한 사내변호사로서 회계사, 회계법인 등과 관련된 새로운 법무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어요. 또 나중에 내가 변호사로 개업할 때 그 대기업의 고객인 해외 바이어들이 과연 나를 따라와 사건을 맡기겠느냐는 현실적인 고려도 해 보았는데, 공인회계사회는 회원으로 가입한 회계사가 휴업 중인 회원을 빼도 1만명이 넘어요. 그분들이 전부 제 사람, 제 고객이잖아요. 공인회계사회 초대 법무위원 입사는 제게 탁월한 결정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미 조세와 금융법에 관한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공인회계사회에 입사한 조 변호사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한다. 조 변호사는 "당시 회계사, 회계법인, 중견회계법인연합회 등으로부터 수많은 강의와 회의 참석 등의 요청을 받아 참석했다"며 "판례를 정리해 제공하며 회계사 업무에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법률적 위험과 대처방안 등에 대해 안내하자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다며 회계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7년 전을 회상하며 이야기했다.
감사인 비례책임제 입법에 기여
2012년 10월 조 변호사는 한국공인회계사회 법무위원 근무를 뒤로 하고 변호사 개업을 준비했다. 이때도 대형로펌 입사를 타진했다. 오퍼를 받은 곳도 있었다. 그에게는 공인회계사회 초대 법무위원으로서의 다양한 회계법 관련업무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공인회계사회에서 대관업무를 수행하며 구축한 국회 쪽 인맥도 상당했다. 그가 이때 국회를 드나들며 법개정을 위해 노력했던, 부실감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정할 때 감사인에게 고의가 없는 경우 연대책임이 아니라 법원이 귀책사유에 따라 정하는 책임비율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는 비례책임제는 그가 공인회계사회를 떠난 후인 2013년 12월 30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되며 명문 규정으로 실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직접 영업도 하고 그렇게 해서 맡은 사건을 스스로 수행하며 사무실을 운영하는 독립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5대 메이저 로펌 중 한 곳에서 오퍼를 받았는데, 입법컨설팅팀에 와서 국회 업무를 같이 하자고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고 갔어요. 그런데 그때 그 로펌의 한 파트너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우리가 뽑아주는 건 둘째로 치고, 조 변호사는 세상을 훨훨 날아다녀야 할 새인데, 로펌에 들어오면 새장에 갇힌다. 내가 볼 때 조 변호사의 성격에 비춰 대형로펌 근무가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조 변호사가 힘들어할 수 있다. 대형로펌보다 밖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더 큰 발전의 기회를 찾는 게 어떻겠느냐, 이렇게 말이죠."
중소 로펌에서 시작…결과는 대박
조 변호사는 한 중소 로펌의 별산제 파트너로 개업변호사일을 시작했다. 대형로펌 파트너의 조언대로 새장 대신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세상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나가서 잘 안 되면 어떡하지'하고 솔직히 겁도 좀 났다고 한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사건이 몰려들며 말 그대로 '물 만난 고기'처럼 초고속의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공인회계사회에 근무할 때인 2011년에 터진 저축은행사태도 역설적으로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해 8월 부산저축은행 파산 등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파산이 이어지며 조 변호사가 또 한 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큰 장(場)이선 것이다.
저축은행 부실경영을 둘러싼 책임 논란에서 피해갈 수 없었던, 저축은행의 회계감사 등을 담당했던 회계법인, 회계사들이 조 변호사를 찾아왔다. 공인회계사회 법무위원 시절부터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다양한 자문에 나섰던 조 변호사는 직접 회계사들의 소송대리인이 되어 투자자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본격적으로 '회계사들의 지킴이'로 나섰다.
조 변호사는 "부산저축은행 등 저축은행사태가 내가 변호사로 성공하는 엄청난 기회로 작용했다"며 "운 좋게도 내가 선택한 조세와 금융, 회계라는 방향성이 시장의 수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풀이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성공의 두 가지 요소인 기회와 능력 중 기회가 찾아왔고, 실력을 쌓으며 미리 준비했기에 그 기회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회계법 전문' 조 변호사는 그동안 어떤 사건들을 맡아 활약해 왔고, 결과는 어떠했을까. 이쯤 해서 그의 구체적인 소송성적표를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반 민, 형사사건은 제쳐두고 회계사, 회계법인 등이 관련된 회계법 관련 사건들이다.
가장 최근 성과를 낸 것이 지난 3월 16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직무정지 1년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가처분 사건이다. 감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매출관련 감사절차를 소홀히 하였다는 이유로 지난 2월 21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1년의 징계를 받은 회계사를 대리해 가처분 신청을 낸 지 16일 만에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것으로, 가처분 인용도 쉽지 않은 결과이지만, 신속하게 인용결정을 받은 주목할 사건이다.
16일 만에 집행정지 받아내
조 변호사는 "회계사와 회계법인은 1년간 상시적으로 업무에 종사하고 수익을 거두는 변호사 등과 달리 하나의 회계연도에 걸쳐 회계감사를 진행하되 최종적으로 다음해 3월까지 기말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에 서명하여 제출함으로써 1년의 업무에 대한 결실을 보게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년간 직무를 정지시키는 신청인에 대한 징계처분에 의하면, 신청인은 2017회계연도에 걸쳐 수행한 감사업무에 대한 최종적인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수 없어 그 결과 지난 1년간 수행한 업무에 대한 대가를 정상적으로 수취할 수 없고, 2018년 3월~4월에 걸쳐 체결되는 2018회계연도에 대한 감사계약의 체결 또한 불가능한 상황이어 효력정지가 최대한 빨리 이루어져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다"며 "징계처분의 시점적 특이성으로 인하여 징계처분의 효력정지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설령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막대한 손해가 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16일 만에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내 너무 기쁘다"고 환영했다.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위기극복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회계감사업무 직무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두 명의 회계사 가처분 사건도 비슷한 케이스로, 조 변호사는 곧바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 2016년 1월 28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신청인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달리 효력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인용결정을 받아냈다. 두 회계사가 해당 회계연도의 감사업무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음은 물론. 업무정지 징계를 받더라도 일이 없는 시즌에 받도록 시기를 조정하는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슬기롭게 위기극복을 시도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저축은행사태와 관련해서도, 조 변호사는 토마토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소송 13건 승소, 부산저축은행을 외부감사했던 회계법인에 대한 지정제외점수부여 등 감리처분 집행정지와 취소판결 등 화려한 승전보를 자랑한다.
조 변호사가 공인회계사회 법무위원으로 있던 2012년 5월경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토마토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소송은 원고 수가 총 562명, 청구금액이 모두 100억여원에 달했던 대규모 금융투자자소송으로, 3년간의 재판 끝에 겨우 1심 판결이 선고되었고 5년 6개월이 지나서야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되었다. 1심부터 관여한 조 변호사는 무과실 입증에 주력, 최종 대법원 판결 2건까지 포함하여 총 13건의 소송에서 회계법인 전부승소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토마토저축은행 소송 13건 승소
조 변호사는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 중 20여 페이지가 회계법인의 책임에 할애되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회계법인의 책임이 이 소송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다투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 125조와 162조의 책임은 제척기간도과 또는 책임근거 조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하고, 자본시장법 170조와 외감법 17조의 책임은 제척기간의 도과 또는 감사보고서 제출 전 후순위채 취득자들에게는 인과관계가 부정되며, 회계법인이 감사절차를 위반하였다거나 감사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해태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등 회계법인의 무과실을 밝혀낸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증선위의 감리지적사항이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적인 감독기관인 증선위와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은 서로 그 업무의 범위, 근거규정이 달라 증선위의 징계조치를 근거로 회계법인의 과실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아냈다"고 덧붙였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선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절차 소홀 등을 이유로 지정제외점수 200점 부과,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등의 감리조치 처분을 받은 회계법인과 주권상장 · 지정회사 감사업무제한 1년, 직무연수 20시간 등의 감리조치 처분을 받은 소속 공인회계사 3명을 대리해 회계법인에 대한 지정제외점수 200점 부과 감리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포함하여 3년 만에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 3명에 대한 감리조치 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지정제외점수 처분도 행정처분"
조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금융감독원세칙) 10조의2와 별표 3호에 따라 매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누적지정제외점수가 100점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30점당 1개의 회사를 감사인 지정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는 지정제외점수 처분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낸 것이 커다란 성과라고 소개했다. 이 사건에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정제외점수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지정제외점수 부여행위는 회계법인이 실질적으로 감사인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권리나 지위를 제한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 지정제외점수 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의 길을 열었다.
이 외에도 조 변호사의 소송파일을 들추어 보면, 기말감사보고서의 적정 의견을 믿고 공사대금을 어음으로 받았다가 이후 회생절차가 진행되어 어음금 지급이 거절되자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을 상대로 어음금 상당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잘못된 법인세 신고로 가산세가 부과된 것과 관련, 외부감사인의 책임이 문제된 사건 등 회계법 관련 사건이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
어음금 상당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조 변호사는 손해의 발생과 회계법인의 주의의무 위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관계 분석에 주력했다.
주의의무 위반도 인정 안 해
변론기일 두 번 만에 마무리된 재판 결과는 외부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및 손해와의 인과관계 모두 명확하게 부존재한다는 원고청구 전부기각 판결. 재판부는 "감사는 감사인이 '전문가적인 의구심을 바탕으로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회사에서 작성한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므로, 회사의 재무상태나 경영성과가 양호함을 보장하거나, 재무제표에 중대한 왜곡이 없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주의의무 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소속 회계사들이 정당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부실감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감사인의 의무위반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원고가 공사대금을 반드시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었거나 어음수령을 거절하고 공사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지 7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공사대금을 어음으로 지급받았는데, 2010년 기말감사 당시 재무상태에 관한 재무제표가 어음수령 당시와 그 이후 해당 건설사의 채무지급능력을 보장하거나 원고가 공사대금을 현금 대신 어음으로 수령하든지 아니면 어음 지급을 거절하고 공사를 중단할지를 결정하는 주요자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해 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했다.
법인세를 잘못 신고해 가산세가 부과된 사건에서 대구의 한 아파트분양 시행사는 "감리보고서 등에 기초한 실제 작업진행률(기성고)이 아니라 시공사가 공사대금을 청구하면서 발행한 세금계산서 기준으로 매출액을 산정하는 바람에 아파트분양 시행사의 2007, 2008년 각 사업연도의 매출액이 과소신고되어 가산세와 지방소득세가 부과되었다"며 기장대리와 법인세 신고 등의 세무대리 업무를 맡아 진행한 세무사와 외부감사를 실시하여 적정의견을 표명한 회계법인을 상대로 8억 3000만원가량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대형로펌, 조 변호사는 세무사와 회계법인을 대리했다. 1심 재판에선 세무사와 회계법인에 대한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 이어 대구고법에서 진행된 항소심 판결결과는, 회계법인은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청구가 전부 기각되었으나, 세무사에 대해서는 70%의 책임이 인정됐다.
대형로펌과 대리전 펼쳐
항소심 재판부는 "세무사는 위임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위임인인 납세자가 위임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세무전문가의 입장에서 적절한 설명과 조언을 함으로써 위임인인 납세자가 손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비록 의뢰인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도 그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는 세무사는 그러한 내용을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그 지시를 변경하도록 조언할 의무를 진다"며 "피고 세무사는 관련 법령 및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였을 뿐 아니라, 원고로부터 위임 받은 재무제표 작성, 세무조정 및 법인세 신고 등을 대리하거나 자문하는 업무에 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했다.
회계사에 대해서도, "매출액이 회계기준에 따라 기성고 기준으로 산정되었는지 확인하고 감사증거를 수집할 의무가 있음에도 세금계산서 기준으로 매출액이 산정되어 매출액이 과소하게 표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채 적정의견을 표시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다.
회계사 손해배상책임 부정
그러나 ①1차적인 책임은 시행사와 세무사에게 있다는 점, ②법인세 신고업무는 세무사의 업무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외부감사업무와는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 ③외부감사의 주된 목적은 독립된 외부감사인의 의견표명으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그 이용자가 회사에 관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함에 있을 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세무신고 오류를 예방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④외부감사계약을 체결하면서 고의 중과실에 대해서만 감사보수를 한도로 변상책임을 진다는 약정과 감사는 제반 법규에 대한 불이행사항의 방지 및 발견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한다는 외부감사의 한계 약정을 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손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계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것으로, 물론 조 변호사가 이러한 방향으로 열심히 변론해 얻어낸 성과다.
4월 중순 인터뷰를 위해 찾은 조 변호사의 사무실은 그리 넓지 않은 면적에 벽면을 가득 채운 수십 개의 고문변호사, 사외이사, 분쟁조정위원 등의 위촉장으로 한층 비좁은 느낌을 주었다.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며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는 그에 대한 평가가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그는 지난해 가을 중앙대 로스쿨에서 "과학기술과 에너지법" 강좌를 열어 강의하고, 동아대와 숙명여대, 한국방송통신대, 경희대 등 여러 대학과 단체에서 겸임교수와 강사로 활약하는 등 강의와 논문, 단행본 저술 등의 활동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말하자면 끊임없이 '공부하는 변호사'가 그의 또 다른 모습인데, 이런 노력을 통해 다양한 사건의 수임과 높은 승소율을 담보하고 있는 셈이다. 조 변호사는 강의와 연구 · 저술이 자신이 선택한 공부의 두 가지 틀이라며 "이 두 가지 작업을 계속 병행하면서 실력이 떨어지지 않게 항상 유지관리 하는, 변호사로서 일종의 R&D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회계법학연구소 설립
조 변호사는 올 1월 그의 세 번째 저서인 《기업법무 제대로 알기》를 펴내고 한국회계법학연구소(KALI)를 설립했다. 미국 로스쿨에서 "Law & Accounting"이라는 이름으로 강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회계법에 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자는 것으로, 그는 회계적 이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다루는 새로운 법무영역이 회계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 이름에 대해 상표 출원도 마친 KALI에선 회계사 등을 연구위원으로 위촉하고 회계감사 및 회계감리의 법적 측면에 대한 연구, 금융투자자소송 등 회계 관련 소송의 판례분석과 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 변호사는 또 지난해 9월 인공지능(AI) 세무사를 개발한 업체에 자문한 경험을 살려 "'인공지능 세무대리 프로그램의 법적 책임"이란 주제의 논문을 학진 등재지인 '중앙법학' 제65호를 통해 발표해 심사위원들로부터 아주 흥미롭고 시의적절한 주제라는 호평을 받았다. 조 변호사는 "전문직역들이 4차산업혁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세무대리를 수행하는 전문자격사 단체는 이러한 인공지능에 대한 세무사법, 공인회계사법 위반에 대해 이미 논쟁을 시작하였다"고 소개했다.
"일이 즐거워요"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의뢰인 만나랴 재판하랴 강의하랴 논문 쓰랴, 이 모든 일을 사실상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당백(一當百)의 변호사 활동이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조 변호사는 "일이 즐겁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의뢰인들이 저를 만나면 늘 하는 말이 변호사님은 에너지가 넘친다고 하는데, 일을 즐기면서 하니까 그렇죠. 뭐가 그렇게 즐겁냐고요? 소송에서 이기면 저의 명예를 높여줄 사건이고, 제게 성공보수 등 상당한 보상을 가져다 줄 사건인데 안 즐거울 수가 없죠. 이렇게 말하면 저를 보고 '속물'이라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엔 이런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 저는 사람 만나는 거, 사람 사귀는 거를 너무 좋아합니다."
카톡 친구가 약 7000명이라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의뢰인을 만나는 것도 사람 사귀는 거라고 한다. 의뢰인을 내 친구, 내 사람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뢰인들이 조 변호사를 로스쿨 강단에 서게 해주고, 회사에 소개해 사외이사로 만들어주며 인간관계의 외연이 갈수록 확장되어 왔다고 말했다.
카톡 친구 7000명
공자님 말씀에도 즐기는 사람은 당할 수 없다고 했는데, '즐기는' 경지에 들어선 조상규 변호사의 성공과 발전은 더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기자는 그러나 그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던진 엔딩 멘트가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자 생활의 기준으로 삼으려는 한 가지는 밸런스(balance), 균형감각이라는 것이다. 조상규 변호사는 변론과 강의, 연구, 저술 외에도 방송에도 자주 출연해 법률자문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TV 드라마에도 두 차례나 출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행동반경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변호사로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 사람이 조상규 변호사다. 사람을 좋아하고, 균형감각을 중시하는 그는 타고난 변호사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