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 관련 범죄 분리 선고 위헌 소지"
[금융] "금융 관련 범죄 분리 선고 위헌 소지"
  • 기사출고 2018.02.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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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지원] 헌재에 위헌심판 제청"평등 · 과잉금지 원칙 위배"
형법상의 경합범 처벌례와 따르지 않고 금융 관련 범죄를 다른 죄와 분리 심리해 따로 선고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임현준 판사는 12월 4일 절도와 야간주거침입절도 · 사기 · 사기 미수 ·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사건(2017고단232)에서 이같이 판시,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32조 1항과 6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A씨는 2017년 7월 16일 오전 3시 30분쯤 상점 종업원 A씨가 손을 씻기 위하여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카운터 선반에 놓여 있던 A씨 소유의 신용카드 1개, 체크카드 2개, KB나라사랑카드 1개, 학생증, 주민등록증, 현금 4만원이 들어 있는 검정색 지갑 1개 등을 절취하는 등 6∼7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차례에 걸쳐 120여만원의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또 훔친 신용카드 한 장을 사용해 상점에서 1만 9400원어치를 긁고(사기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다른 상점에서 마사지를 받은 후 카드를 제시해 결제하려고 했으나 도난카드인 사실이 드러나 미수에 그친 혐의(사기미수)로도 기소됐다.

여러 범죄를 함께 저지른 A씨에게 경합범 처벌례를 정한 형법 38조에 따라 처벌하면 가장 중한 죄인 사기 형량의 2분의 1을 가중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금융사지배구조법 32조 6항, 1항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이 포함된 금융관계법령 위반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하여는 형법 38조에서 정한 일반적인 경합범의 처벌례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리 심리하여 따로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 판사는 A씨가 다른 범죄와 함께 저지른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을 따로 분리해 심리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 판사는 "수개의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수개의 형으로 처벌할 경우에는, 그 형벌의 상한이 형법 38조에 의한 경합범 가중을 한 형벌의 상한보다 무거워질 수 있고, 또한 처단형의 하한에 따라 각 형을 정하는 경우에도 형법 38조에서 정한 일반적인 경합범의 처벌례에 따라 단일한 형으로 처벌할 경우에 비하여 더 무거운 형벌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금융사지배구조법 32조 1항, 6항은 금융관계법령과 다른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공소가 제기된 모든 사람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분리 심리하여 따로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헌법 11조 1항에서 정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해당 법률조항은 적용 범위가 너무 넓고 따라서 이로 인한 법익의 침해 정도도 커서 헌법 37조 2항에서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도 있고, 나아가 그 적용될 범위 등에 관한 금융관계법령을 대통령령에 위임함에 있어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지 않아 헌법 75조에서 정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임 판사는 "설령 금융회사 최대주주의 자격 심사(금융사지배구조법 32조 관련)나 임원의 자격요건(금융사지배구조법 5조 관련)을 따지기 위해서 위와 같은 분리 심리 및 별도 선고라는 수단을 택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금융관계법령이 포함된 수개의 죄를 저지른 사람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불필요한데,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이를 구체화한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을 통하여) 금융회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법령까지 금융관계법령에 포함시키고 있고, 설령 금융관계법령에 포함된 법령이 전체적으로는 금융회사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법령의 모든 규정이 금융회사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데, 이와 같은 규정들까지 금융관계법령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금융사지배구조법 32조 1항, 6항과 연결되는 '적격성 유지요건'의 시행령 규정인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27조 4항의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불필요한 과도한 입법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씨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를 분리해 형량을 각각 선고하면 A씨는 나머지 4개 혐의와 함께 심리 · 선고할 때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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