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외국계 제약회사 데모시술 후 피부괴사…시술 의사 책임 80%"
[의료] "외국계 제약회사 데모시술 후 피부괴사…시술 의사 책임 80%"
  • 기사출고 2017.11.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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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진료계약 안 맺었지만 시술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
외국계 제약회사가 주최한 치료실습 프로그램에 참가해 필러 시술을 받았으나 피부가 괴사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법원은 직접 진료계약을 체결하고 필러 시술을 한 것은 아니나 시술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 등이 인정된다며 시술한 의사에게 80%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진상범 판사는 10월 25일 A(여 · 32)씨가 성형외과 의사 이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4가단3700)에서 이씨의 책임을 80%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2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엘러간이 피고보조참가했다.

국내 제약회사의 영업직 사원인 A씨는 2018년 8월 28일 안면부 볼륨 소실과 윤곽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엘러간이 주최한 치료실습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이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 병원에서 이씨로부터 한국엘러간이 제공한 필러(제품명: 엘러간 쥬비덤 볼루마)를 이마 부분에 약 1.4cc, 양쪽 팔자주름 부위에 각 약 0.3cc씩 주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필러 시술은 주름을 개선하거나 볼륨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시술이다.

그러나 A씨는 시술 직후부터 얼굴 왼쪽 팔자주름 부위에 약간의 저린 느낌이 계속되다가 시술 후 1시간 정도 지나 이 부위에 멍이 든 것을 인식하였고, 통증이 시작되었다. A씨는 다음날 오전 이씨의 병원을 찾아가 멍과 통증을 호소했으나, 이씨는 A씨에게 필러 시술 후에 가능한 증상이라고 설명하면서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을 처방해 주었다. 멍이 검붉게 변하고 통증이 더욱 심해지자 A씨는 시술 후 3일째인 8월 31일 오전 농포가 발생한 시술 부위의 사진을 촬영하여 이를 이씨의 휴대폰으로 전송하면서 시술받은 필러를 녹이고 싶다고 연락했으나, 이씨로부터 회신이 없자 서울 용산구에 있는 다른 피부과 병원을 찾아 담당 의사로부터 '필러 시술에 의한 피부 괴사' 진단을 받고 필러를 녹이는 시술과 농포 제거 시술을 받았다.

A씨는 이 피부과에서 항생제 처방 등의 치료를 받다가 담당 의사가 괴사 정도가 심하니 3차 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받으라고 권유, 중앙대병원에 입원하여 혈소판 풍부 혈장(PRP) 주사, 비타민 요법 등의 치료를 받고 퇴원 후에도 레이저치료와 피부재생치료 등의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현재 콧구멍의 미세한 모양 변형과 피부결이 달라보이는 증상이 남아있다. 이에 A씨가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진 판사는 "원고의 경우 시술 1시간 후부터 멍이 든 것을 자각하였고, 그 진행 경과가 팔자주름 동맥혈관에 필러가 유입된 경우 일반적으로 혈관 폐색에 의한 피부괴사가 진행하는 과정과 일치한다"고 지적하고, "필러가 혈관 안으로 직접 주입되거나 또는 주입된 필러가 주변 혈관을 눌러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인 피부괴사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러를 주입할 때 낮은 압력으로 천천히 소량씩 주입하고, 주사바늘을 너무 피부 깊이 침투시키지 않도록 하며, 필러를 주입하기 전 주사기를 역류시켜 주사바늘 끝이 혈관 내에 있지 않음을 확인하는 등 필러 시술 과정에서 혈관 폐색이나 압력 등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함에도 피고는 이러한 조치를 다하지 못하여 팔자주름 부위 안면혈관의 분지에 필러를 주입하거나 적어도 필러에 의해 주변 혈관이 눌리도록 필러를 주입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과 원고의 피부괴사로 인한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진 판사는 이어 "비록 원고가 피고와 직접 진료계약을 체결하고 필러 시술을 받은 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시술 받은 다음날 피고 병원을 찾아와 멍과 통증을 호소하였으므로 피고로서는 쉽게 필러 시술 후의 일반적인 증상 호소로 단정할 것이 아니라 필러의 직접적 혈관 폐색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원고로 하여금 계속하여 통원치료를 받도록 하는 등 세심하게 경과를 관찰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증세 악화가 방치되는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진 판사는 또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 "미용성형술은 외모상의 개인적인 심미적 만족감을 얻거나 증대할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이에 관한 시술 등을 의뢰받은 의사로서는 당해 시술의 필요성, 난이도, 시술 방법,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부작용 등에 관하여 의뢰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함으로써 의뢰인이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비교해 보고 시술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은 의사 측에 있고, 이러한 설명의무는 이 사건과 같이 제약회사가 주최하는 치료실습 프로그램에서 미용성형시술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혈관 폐색에 의한 피부괴사 등 필러 시술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였는를 인정할 자료가 없고, 원고가 제약회사의 영업직 사원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이와 같은 부작용이 이미 원고가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에 해당하여 피고의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진 판사는 "피고는 원고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진 판사는 다만 "이 시술은 정식 진료계약이 체결되어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원고가 자원하여 받게 되었고, 의료행위는 모든 기술을 다하여 진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예상외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위험한 행위이므로 피고에게만 의료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모든 손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원고는 법무법인 에셀, 이씨는 신현호 변호사와 법무법인 창조가 대리했다. 또 한국엘러간은 부경복 변호사가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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