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경찰서 유치장내 개방형 화장실은 인격권 침해"
[손배] "경찰서 유치장내 개방형 화장실은 인격권 침해"
  • 기사출고 2017.10.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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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자료 10만원씩 지급하라"
경찰서 유치장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는 '개방형 화장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9월 12일 송 모씨 등 4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244016)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 "국가는 원고들에게 1인당 1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한 '희망버스'를 제안하고 그해 6∼10월 5차례 불법 집회와 시위를 해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되었던 송씨 등은 "경찰서 유치장의 개방형 화장실과 CCTV 때문에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1인당 50만원씩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송씨 등이 수용되었던 경찰서 유치장 내에 설치된 화장실은 변기가 1미터 정도 높이의 가림막에 둘러싸여 있을 뿐, 가림막 윗부분은 유치실 내 거실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 형태의 이른바 '개방형 화장실'로서, 용변을 보는 사람의 얼굴이 유치실 내 다른 유치인들이나 경비경찰관들에게 직접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용변시 발생하는 불쾌한 소리나 악취가 유치실 내로 직접 유입되도록 되어 있었다. 또 용변 전후 옷을 추스르는 과정에서도 신체의 일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치장 중 상당수는 유치실의 구조가 부채꼴 형태로 되어 있어 용변을 보는 사람이 다른 유치실에 수용된 유치인들의 시선에까지 노출될 수 있는 상태에 있었고, 유치장의 특성상 24시간 내내 조명을 일정 조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어 화장실을 이용하는 유치인들이 더욱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송씨 등은 "화장실에 차폐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신체 부위가 그대로 노출됐고 용변 과정에서 냄새와 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와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껴야 했다"며 "국가가 유치기간 동안 개방형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요한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건강 및 보건에 관한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원고들이 이러한 형태의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인간으로서 수치심과 당혹감, 굴욕감을 느끼게 되고, 나아가 이러한 불쾌감을 느끼지 않기 위하여 가급적 용변을 억제하는 등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가능성도 크며, 아울러 다른 유치인이 용변을 보는 경우에도 같은 공간에 노출되어 불쾌감과 역겨움을 느꼈을 것임은 일반인의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피고가 원고들이 수용기간 동안 이와 같은 구조의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제한 행위는 원고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품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인격권의 침해에 해당하고, 헌법상 존중되어야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객관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어 "원고들이 짧게는 6~8시간, 길게는 48시간 동안 유치장에 수용되어 있었으므로 적어도 1회 이상은 유치실 내 화장실을 이용하였을 것으로 경험칙상 추인되고, 원고들의 성별과 건강 상태, 평소 배뇨 · 배변 습관 등에 따라 화장실 이용 회수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현실적으로 이를 구분하여 그 정신적 손해의 정도를 달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위자료 액수를 1인당 10만원으로 정했다.

다만 CCTV 설치와 촬영에 따른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다양한 목적의 CCTV가 광범위하게 설치되어 활용되고 있고 그에 따른 노출 빈도도 높은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유치장에 계호 목적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영상을 녹화하는 행위가 그 목적에 비추어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서 객관적으로 그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인 서울고법과 대법원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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