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우발적 사고 방지 못해" "위자료 500만원 지급하라"
경찰의 성매매 단속을 피하려다가 모텔 6층에서 추락해 숨진 여성의 유족에게 국가가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대법원 제1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7월 5일 숨진 성매매 여성 A씨의 아버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224487)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속칭 티켓다방에서 일하던 A씨는 2014년 11월 25일 손님의 전화를 받고 경남 통영시에 있는 모텔 6층의 601호에 도착했으나, 사실은 경찰관이 단속을 위해 전단지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성매매 여성을 요청한 것이었다. 이 경찰관은 A씨에게 15만원을 지급하고, A씨가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에 들어간 사이 모텔 아래에서 대기 중인 동료 경찰관들에게 방으로 들어오라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다. 이에 경찰관 3명이 방 내부로 들어가 옷을 벗은 채로 문 뒤에 숨어 있던 A씨에게 단속사유를 고지하고 임의동행하려고 했으나, A씨가 옷 입을 시간을 달라고 요청, 경찰관들이 모두 방문을 조금 열어둔 채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이 A씨가 창문을 통해 넘어가다가 모텔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아버지가 "상당성과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한 함정수사로, 수사 과정에서 여성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5000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성매매 여성을 단속함에 있어서는 단속 대상자가 여성이고 단속시 신체적인 접촉을 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를 위하여 여성 경찰관을 동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임에도 이 사건 수사 당시 남성 경찰관들만으로 단속에 임하였고, 불법게임장 단속을 할 수 없게 되자 다소 즉흥적으로 구체적인 교육도 없이 단속을 개시한 것으로 보이며, 단속 경찰관들은 단속 장소에 대한 위험요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는바, 경찰관들은 급작스럽게 단속을 당한 A씨가 상당한 수치심과 공포심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상황판단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A씨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면서 그의 행동을 세심하게 감시하고 창문으로 도주하는 등 우발적인 사고에 대비하여 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하여 결국 A씨의 돌발적인 행동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피고는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상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그 가족인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위자료 액수는 500만원.
항소심 재판부도 "사건 당일 단속경찰관들은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급습하여 단속한 것이 아니라 경찰관 중 1인이 모텔로 A씨를 유인하여 검거하는 방식의 단속을 하였기 때문에 미리 모텔방의 구조, 창문의 위치와 크기 등 위험 요인을 자세히 파악하고 혹시 모를 위험 및 사고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또한 범죄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피의자는 처벌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자살 또는 자해 등의 돌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찰공무원으로서는 자신의 보호 하에 있는 피의자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면서 피의자의 행동을 세심하게 감시함으로써 자살 또는 자해 등의 우발적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1, 2심 재판부는 그러나 "경찰관들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은 A씨에게 범행을 부탁하였을 뿐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수사가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리걸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