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개인정보 침해 우려' 회사 제공 업무용 앱 설치 거부 가능"
[노동] "'개인정보 침해 우려' 회사 제공 업무용 앱 설치 거부 가능"
  • 기사출고 2017.04.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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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지원] '정직 1월 · 전직' KT 직원 승소"개인정보결정권 존중 요구할 수 있어"
KT 직원이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해 회사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의 설치를 거부했다가 정직 1월의 징계처분과 전직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근로자는 업무수행 과정이나 방법 등과 관련된 자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사용자가 존중해 줄것을 요구할 수 있다며 징계처분 등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2부(재판장 김상호 부장판사)는 4월 4일 KT 직원 이 모(여)씨가 "정직 1월의 징계처분과 전직명령은 무효"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5가합206504)에서 "징계처분과 전직명령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KT는 정직으로 이씨가 받지 못한 임금 2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KT는 2014년경 무선통신의 품질을 측정하기 위하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이동통신용 Smart DM 애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같은해 10월경 이씨를 비롯한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설치방법, 주요기능 및 정보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 뒤,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 중 이씨를 포함한 일부 직원에게 애플리케이션의 설치와 무선품질 측정업무를 지시했다. 이 업무 이전에 업무지원단은 그룹사 상품판매, 임대단말 회수, 케이블 순회 점검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케이블 순회 점검업무가 마무리되고, 이 업무가 업무지원단의 새로운 업무로 배정되었다. 2015년 4월 현재 업무지원단 직원 283명 중 85여명 정도에게는 이 업무가, 나머지 198여명은 임대단말 회수업무가 배정됐다.

KT가 업무를 지시할 당시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이동통신단말기를 업무용 단말기로 보유하고 있던 업무지원단 직원에게는 별도의 단말기 지원없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업무용 단말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지시했고, 안드로이드 OS 기반이 아닌 다른 OS 기반의 이동통신단말기를 업무용 단말기로 보유하고 있던 업무지원단 직원에게는 업무수행을 위해 사업용 단말기를 따로 지원했다. KT가 이씨에게 지급한 업무용 단말기는 업무 지원이 목적으로, 그 명의가 KT로 되어 있으며, 단말기 일부 금액 및 통신비 전액을 KT가 부담했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애플리케이션이 전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전화번호, 휴대폰의 일련번호, 통화 실행여부, 통화가 연결된 전화번호 등을 알아낼 수 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계정목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등의 내용의 공지가 반복되자, 이씨를 포함한 업무지원단 직원 일부가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애플리케이션을 자신의 업무용 단말기에 설치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씨는 그 과정에서 KT에 업무수행을 위한 사업용 단말기를 따로 지급해주거나, 임대단말 회수업무를 배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KT는 이씨의 운전 미숙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하고, 2015년 4월경까지 지속적으로 이씨에게 사무실에 대기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업무수행을 촉구했다. 이씨가 업무수행을 하지 아니하자, KT가 성실의무 위반과 조직 내 질서존중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씨에게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내리고 1월의 기간이 경과한 후 다른 팀으로 전직명령했다.

재판부는 먼저 "업무용 단말기는 피고 회사의 노사간의 단체교섭을 통하여 임금 분야와 관련하여 피고 회사가 피고 회사의 업무 구분의 제한 없이 통신보조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지급된 것으로 임금보전적 · 복리후생적 성격이 있는 점, 업무용 단말기에 실사용자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고, 지원 조건에 있어서도 직원 본인이 사용하는 것 이외에 다른 제한 조건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 직원들이 업무용 단말기를 사실상 개인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피고 회사 또한 그러한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제공된 업무용 단말기에 업무 목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사용하고 있는 업무용 단말기 내에 저장된 원고의 개인정보 또는 업무용 단말기를 통하여 알 수 있는 원고의 개인정보가 개인정보 보호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원고가 사실상 개인용으로 사용하도록 허용되어진 업무용 단말기를 통하여 이 사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요구받았고, 애플리케이션의 실행을 위하여 업무용 단말기 내의 상당한 범위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요구되고 있는바, 이러한 접근권한의 요구는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 · 수집 · 보관 · 처리 · 이용과 같이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기업의 근로감시활동이 전자장비와 결합한 채 확대됨에 따라 근로자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 침해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자가 본인 단말기의 정보를 얼마나 수집하고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근로자는 가능한 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방지를 위하여 업무수행의 과정, 방법 또는 정도 등과 관련하여 보호받아야 할 자를 통하여 자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사용자가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가 업무지원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교육에 전송되는 정보에 관한 내용이 있기는 하나,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당시 전송되는 정보의 범위 이외의 업무용 단말기 내 상당한 범위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요구된다는 공지가 반복되었고, 공지 내용에 따르면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정보에 관한 수집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며 "비록 업무지시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배하지 않은 것이었고, 통신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피고 회사로서 무선품질 측정업무 자체가 당연히 필요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애플리케이션의 설치를 거절하여 업무수행을 하지 못하였다는 것만으로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 회사의 업무지시의 필요성이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의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KT가 주장하는 성실의무 위반의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이씨가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그 밖의 법령이나 KT의 복무규정과 인사규정에 위반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①원고가 업무지원단의 책임자에게 여러 차례 사업용 단말기를 지원해 주거나, 임대단말 회수업무로 전환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던 점, ②원고의 위와 같은 거듭된 요구가 번번히 거절되자,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에게 사업용 단말기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전자메일 및 우편을 보내게 된 점, ③원고가 발송한 전자메일 및 우편의 내용에는 사업용 단말기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 이외에 여타 다른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조직 내 질서존중 의무 위반의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원고가 허위사실 유포 등 회사질서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였다거나 기타 조직 내 질서 존중의무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KT는 이씨에게 공단말기를 구해주면서 업무를 수행할 것을 권고한 사실이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는 원고의 업무용 단말기에 있는 유심칩을 꺼내어 공단말기에 갈아 끼워가면서 업무를 수행하라는 취지라고 할 것인바, 유심칩에 저장된 개인정보에 관한 접근권한 및 유출 우려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온전한 해결방법이라고 볼 수 없고, 기왕 공단말기를 지급할 것이라면 이에 더하여 유심칩까지 함께 지급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비용 면에서 전혀 어려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에는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징계처분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을 만한 중대한 하자가 있어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징계처분에 의하여 그 직무에서 배제되고 그 기간 동안 감봉 및 승진 또는 승급에서의 불이익을 입게 되는 원고로서는 위와 같이 하자 있는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받는 것이 현재의 권리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유효 ·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므로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징계처분은 중대한 하자로 인하여 효력이 없어 원고에게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전직명령의 원인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전직명령을 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오히려 전직명령은 그 과정에 있어서도 원고에게 신의칙상 요구되는 사전통보나 의사 반영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등 필요성의 범위를 일탈한 인사권의 남용에 해당된다"며 "전직명령은 무효이고, 피고 회사가 전직명령의 유효성을 다투고 있는 이상 그 확인의 이익 또한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이씨를, KT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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