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허위 분양이라 단정 못해"
회사 직원을 상대로 분양하는 이른바 '사내분양'을 통해 금융기관에서 중도금 690여억원을 대출받았다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희철(79) 벽산건설 회장 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사내분양이 직원들의 명의를 차용한 허위 분양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판결 이유다.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8월 17일 사내분양을 하여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과 김인상(69) 전 벽산건설 대표이사에 대한 상고심(2014다17179)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김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회장 등은 2008년 하반기에 벽산건설이 시공 중인 일산 식사지구 블루밍 위시티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자금난을 겪게 되자 벽산건설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분양자를 모집하여 사원주택용 아파트를 분양한 것처럼 분양계약서를 작성하고, 그들로 하여금 중도금 대출을 받도록 하여, 2008년 1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벽산건설 사원 등 154명의 명의를 이용하여 분양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수협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690억 1402만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아 벽산건설 계좌에 입금되게 함으로써 이 금액 상당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벽산건설은 분양계약의 계약금을 회사에서 대여해주고, 100만원씩 인센티브를 지급했으며, 중도금 대출 이자 전액을 회사가 대납하는 조건으로 사내분양 수분양자를 모집했다. 또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대법원은 "원심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이에 앞서 "분양계약은 벽산건설에 의하여 주도된 사내분양이기는 하나 벽산건설 직원들에게는 적어도 분양계약의 당사자로서 계약에 따른 권리를 가지고 책임을 부담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분양이 직원들의 명의를 차용한 허위 분양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분양이 벽산건설에 의하여 주도된 사내분양임을 금융기관들이 알았더라도 중도금 대출을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벽산건설이 이와 같은 사정을 금융기관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김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비록 사내분양이라고 하더라도 분양계약이 허위가 아닌 진정한 분양계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분양자들이 중도금을 대출받았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허위 수분양자를 내세워 분양된 것처럼 속이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유죄로 판단하고 있다.
김앤장이 김 회장을 변호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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