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회식 후 사적인 3차 술자리 마치고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업무상 재해 아니야"
[노동] "회식 후 사적인 3차 술자리 마치고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업무상 재해 아니야"
  • 기사출고 2016.05.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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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사용자 지배 · 관리 벗어나"
직장 회식에 참석했다가 사적인 3차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갔는데 이후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임해지 부장판사)는 5월 12일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변 모씨의 아버지가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4구합2557)에서 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 전문 보기)

2013년 A사에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한 변씨는 A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기술연구소에 보조연구원으로 파견되어 근무했다.

변씨는 2013년 6월 21일 오후 7시쯤 연구소 환경센터가 주최한 회식에 참석했다. 변씨는 입사 이후 첫 회식인 성남시에 있는 정육점 식당에서 열린 1차 회식에서 많은 술을 마셨으나, 노래방에서 열린 2차 회식에서는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시지 않고 연구소 소속의 류 모 대리 등과 함께 회식장소 1층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류씨가 사는 음료수를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2차 회식을 마친 후 류씨의 제안으로 3차 술자리를 갖기로 하고 류씨와 변씨를 포함한 젊은 층의 직원 16명이 택시를 타고 자리를 옮겨 5~6km 정도 떨어진 감자탕 식당으로 갔는데, 변씨는 약 1시간 후 아무런 말 없이 술자리를 떠났다. 변씨는 곧바로 귀가하지 않고 한 건물 옥상에서 잠이 들었다가,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파출소에서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고, 파출소에서 나와 다시 횡단보도에 누워 잠이 들었다가,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깨우자 일어나서 지하철 8호선 태평역 방면으로 걸어갔다.

변씨는 그 이후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았는데, 나흘 후 지하철을 타고 가던 승객에 의해 한강 수면 위에서 익사체로 떠 있는 채로 발견됐다. 이에 변씨의 아버지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변씨가 참석한 술자리는 사적인 모임이고 그 사망원인도 알 수 없으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7누7271 등)을 인용,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하여 통상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회사 외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우선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근로자가 사업주 지배 · 관리하의 회식 과정에서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나머지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 · 질병 · 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회식 중의 음주로 인한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할 것이고, 한편 행사나 모임에 대한 사용자의 전반적인 지배 · 관리가 개시된 후 그 종료시점이 문제될 때에는 위에서 든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의 각 소견을 종합하면 김씨의 사인은 실족 등 사고에 의한 익사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고, 변씨가 3차 술자리에서 나와서 보인 행동, 마지막 행적으로 확인된 곳과 사체 발견장소의 거리 등에 비추어 보면 박씨가 술에 취해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을 하기 힘든 상태에서, 마지막 행적을 보였던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강에 빠져 익사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변씨의 실족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업주 지배 · 관리하의 회식 과정에서 변씨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나머지 그와 같은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실족사고를 당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씨가 참석한 1차 회식은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한 회식이고, 2차 회식은 비록 최초부터 예정된 회식은 아니었으나 1차 회식 참석자 전원 또는 대부분이 1차 회식 장소 근방으로 이동하여 연구소의 비용 부담으로 이루어졌으므로, 1, 2차 회식은 모두 사용자의 지배 · 관리하에 있는 회식이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3차 술자리는 ▲2차 회식 장소로부터 5~6km 떨어진 감자탕 식당에서 시작되었고, 최초 회식 참석 인원 48명 중 1/3에 불과한 16명이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이루어진 점 ▲연구소 대리인 류씨가 3차 술자리를 주도하였고, 비용 역시 주도자이자, 참석자 중 가장 직급이 높은 류씨가 개인비용으로 부담하였던 점 ▲그 참석 및 장소 이탈 여부가 전적으로 참석자의 자율에 맡겨졌던 점 등을 고려하면, "1차 회식에서 시작된 사업주 지배 · 관리하의 회식은 2차 회식으로 이미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3차 술자리의 성격은 사용자의 지배 · 관리를 벗어나 류씨의 권유로 즉석에서 임의적 판단에 따라 가진 별도의 사적 모임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변씨가 3차 술자리에서의 과음으로 말미암아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른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실족하여 익사하였다고 하더라도, 3차 술자리가 업무와 무관한 이상 변씨의 사망을 변씨의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변씨의 사고 시점을 가장 빠르게 보더라도 1차 회식의 음주와 변씨의 사고 사이에는 6시간 이상의 간격이 있는 점, 변씨는 3차 술자리에서 1시간 가량 있으면서 술을 재차 마시게 되었고 그 이후 건물 옥상, 길에서 잠드는 등 심각한 주취상태에 이르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변씨가 1차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 상태가 실족사고 시까지 유지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오히려 변씨는 3차 술자리에서의 음주로 인하여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이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실족사고를 당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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