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변호사가 경유증표 비용 12,000원 아끼려다가 200만원 벌금형
[형사] 변호사가 경유증표 비용 12,000원 아끼려다가 200만원 벌금형
  • 기사출고 2016.04.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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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고소위임장에 '위조 경유증표' 붙여"
변호사가 1장당 1만 2000원인 경유증표 비용을 아끼려다가 2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의정부지법 형사2부(재판장 은택 부장판사)는 1월 15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황 모(48) 변호사에 대한 항소심(2015노2954)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로 판단,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황 변호사는 2014년 12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법률사무소 사무실에서 김 모씨로부터 저작권법 위반 고소대리의 위임을 받았다. 김씨가 저작권자로 등록되어 있는 80여편의 동영상이 네이버 등 인터넷포털 사이트 카페에 무단 유포되었다는 것. 황씨는 2015년 1월부터 김씨로부터 저작권 침해 캡처자료를 이메일로 건네받아 동영상을 카페에 게시한 인터넷 사용자 30명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황 변호사는 그러나 피고소인별로 고소장을 별도로 작성한 후, 고소위임장에 서울지방변호사회로부터 구입한 경유증표를 부착한 후 30장을 칼라 복사하는 방법으로 서울변호사회 명의 경유증표를 위조해 의정부지검에 제출하여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변호사회에서 제정한 수임사건경유업무운영규정 등에 따르면, 개별 사건마다 고소장을 제출할 경우 고소장에 첨부되는 각 고소위임장마다 경유증표 원본을 부착한 후 7일 이내에 고소인과 피고소인 인적사항 등 사건내역을 서울변호사회에서 구축한 경유업무프로그램에 전산 입력해야 한다. 황 변호사는 이후 서울변호사회의 보정권고에 따라 경유증표 1000여장을 구입하여 흠결을 보정하고 서울변호사회의 전산업무시스템에 각 고소사건의 내역을 입력했으나 유죄판결을 피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전자복사기, 사진기, 모사전송기 등을 사용하여 기계적인 방법에 의하여 원본을 복사한 문서인 이른바 '복사문서'는 문서원본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문서로서 비록 사본이라 하더라도 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의 객체인 문서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형법 231조 소정의 사문서위조죄에서 '위조'란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바, 서울변호사회를 경유하였다는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인 서울변호사회 명의의 경유증표를 작성할 권한 없는 피고인으로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피고소인별 각 고소사건의 고소위임장에 경유증표 원본을 부착 · 제출하여야 함에도 피고소인별 각각의 고소장을 개별적으로 내면서 당초 고소위임장과 그에 첨부된 경유증표를 함께 컬러 복사하여 그 경유증표 사본이 인쇄된 고소위임장을 제출한 행위는 그 자체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우려가 있는 새로운 증명력을 가지는 별개의 문서사본을 창출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경유증표 사본은 형법 237조의2에서 말하는 '복사한 문서'에 해당하고, 이를 위조 및 행사하는 행위는 사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전자복사기로 컬러 복사한 경유증표 사본의 외관과 형식, 내용과 취지, 그 작출경위,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의 전문용지로 인쇄된 고소장 원본의 말미에 첨부된 고소위임장과 일체로 컬러 복사된 형상과 색채감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비록 경유증표가 고소위임장과 일체로 복사되어 있기는 하나, 마치 30건의 개별적인 고소사건에 관한 정상적인 경유절차를 각각 거친 것처럼 경유증표 원본의 외관과 형태를 사실대로 재현하여 그 원본 문서의 형상과 내용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상태를 작출함으로써 일반인이 서울변호사회 명의의 진정한 문서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황 변호사가 경유사건 건수에 관한 관련 규정의 해석상 착오를 일으키고 고소기간 만료일에 임박하여 수사편의 제공을 위해서 고소위임장에 첨부된 경유증표를 함께 컬러 복사하여 제출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함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황 변호사에게 범의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고, 그동안 이와 같은 업무처리 방식의 관행에 별다른 시정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도 아닌 점 ▲저작권법위반, 명예훼손 등에 관한 무분별한 고소 · 고발의 남용이 속칭 '합의금 장사'로 폄하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상황하에서, 피고소인별 개별사건의 1건당 합의금의 일정액(25~30% 상당액)을 성공보수금으로 분배받기로 약정한 황 변호사가 과세자료, 법조윤리협의회 통보 등과 직결되는 수임사건의 수를 대폭 축소시킬 의도로 소속 직원이나 고용변호사로 하여금 경유증표 원본이 아닌 임의로 컬러 복사한 경유증표가 부착된 고소위임장 사본을 각 고소사건에 개별적으로 제출하도록 지시함으로써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적어도 황 변호사에게 미필적으로나마 경유증표를 위조 · 행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경유사건의 기준과 경유증표 운영규정 등의 불명확성도 범행 발생에 일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사후에 경유증표 원본을 구입 · 보완하여 실질적 피해는 발생하지 아니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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