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승객도 무작정 뛰어내린 잘못 있어"
새벽에 택시를 탔다가 택시기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다친 20대의 여성이 택시회사가 든 공제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법원은 그러나 이 여성에게도 잘못을 인정, 택시기사의 잘못을 30%로 제한했다.
서울중앙지법 한소영 판사는 10월12일 이모(여 · 사고당시 21세)씨와 부모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2001년 5월2일 오전 1시께 경기 성남 종합시장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송파구 길동으로 가자고 했으나 택시기사가 이씨가 평소 잘 다니지 않는 경로를 택하여 택시를 운행하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어 이씨가 내린 창문을 택시기사가 말없이 다시 올리는가 하면 실내 후사경을 통해 이씨를 쳐다보는 등의 행동을 하자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던 중 택시가 경기 하남시의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도로로 우회전하자 택시기사가 자신을 납치하거나 성폭행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차를 세워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계속 진행하자 곧바로 차문을 열고 뛰어내려 부상을 입게되자 소송을 냈다.
한 판사는 판결문에서 "택시 운전자로서 승객이 원하는 운행경로를 따라 운행하여야 하고 승객이 정차를 요구하는 경우 즉시 이에 응할 수 있도록 승객의 동태에 주의를 기울이며 운전하였어야 함에도 원고와 상의없이 밤늦은 시간에 어둡고 인적이 드문 좁은 길을 택하여 진행한데다가 이에 불안을 느낀 원고가 정차를 요구하였음에도 즉시 정차하지 않음으로써 불안감을 조성하였다"며,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에 급박한 위험이 닥친 것으로 판단하고 공포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택시의 차문을 열고 뛰어 내린 것이므로, 사고가 원고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인한 것이라는 피고의 면책 항변은 이유없다"고 밝혔다.
한 판사는 그러나 "원고로서도 운전기사가 후사경으로 자신을 수회 쳐다본다거나 창문을 말없이 올리는 행동을 하고, 낯설고 인적이 드문 길로 진행한다는 상황만으로 섣불리 자신을 납치 또는 성폭행하려 한다고 판단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으로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거나 타인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등 다른 회피 수단을 시도해 보지 않은 채 무작정 달리는 택시 밖으로 함부로 뛰어 내린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책임 비율을 3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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