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주민번호 변경 불허 헌법불합치"
[헌법] "주민번호 변경 불허 헌법불합치"
  • 기사출고 2015.12.2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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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2월 23일 강 모씨 등 5명이 "불법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절차를 두고 있지 않은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3헌바68)에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7조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2017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소한 2018년 1월부터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가능하게 됐다.

강씨 등은 주민등록번호의 불법 유출을 이유로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줄 것을 신청했으나, 현행 주민등록법령상 주민등록번호 불법 유출을 원인으로 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거부하는 취지의 통지를 받았다. 이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 거부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대한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이 선고되자,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고, 항소심 계속중 주민등록법 7조 3항, 4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이마저 각하되자,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재판부는 "주민등록번호는 모든 국민에게 일련의 숫자 형태로 부여되는 고유한 번호로서 당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 개인정보"라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주민등록번호 불법 유출 등을 원인으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고자 하는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거나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여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주민등록번호 유출 또는 오 · 남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더라도 변경 전 주민등록번호와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활용한다면 개인식별기능과 본인 동일성 증명기능이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고, 입법자가 정하는 일정한 요건을 구비한 경우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기관의 심사를 거쳐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면 주민등록번호 변경절차를 악용하려는 경우를 차단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을 것"이라며 "주민등록번호 유출이나 오 · 남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하여 규정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있는바, 이를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주민등록번호제도 자체에 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게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되고,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를 형성함에 있어서는 입법자가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지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17.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주민등록번호 제도는 행정사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인바, 개별적인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인정하는 경우 주민등록번호의 개인식별기능이 약화되어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입법목적 달성이 어렵게 되고, 범죄은폐, 탈세, 채무면탈 또는 신분세탁 등의 불순한 용도로 이를 악용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수많은 변경을 모두 허용하게 되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며 "심판대상조항이 주민등록번호에 관한 변경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진성 재판관도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를 마련하지 아니한 부진정 입법부작위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심판대상조항은, 주민등록표 제도와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규정한 주민등록법 7조 모두가 아닌, 주민등록번호의 부여 방법에 관한 같은 조 4항으로 한정하여야 한다"며 "따라서 주민등록번호 제도나 주민등록표 제도 자체에는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위헌성이 없으므로 그 근거규정이 되는 주민등록법 7조 나머지 항들은 합헌이며, 오직 같은 조 4항을 심판대상조항으로 삼아 헌법불합치 선언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주민등록법 7조 3항은 "시장 · 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에게 개인별로 고유한 등록번호(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4항은 "주민등록표와 세대별 주민등록표 색인부의 서식 및 기록 · 관리 · 보존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과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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