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재규어 내비게이션 기술 빼내 도용한 업체, 55억 배상하라"
[손배] "재규어 내비게이션 기술 빼내 도용한 업체, 55억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5.11.09 14: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영업비밀 침해"
수입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 신차에 납품할 내비게이션 기술을 경쟁업체로부터 몰래 빼내 이를 이용해 내비게이션을 만들어 재규어 신차 등에 판매한 업체가 55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심우용 부장판사)는 2월 12일 재규어사의 내비게이션 개발업체였던 A사가 또 다른 내비게이션 업체 B사와 B사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C, A사 해외영업팀장 D, B사 임직원 E, F, G 등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2011가합34076)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5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사는 2008년 6월경 재규어사의 신차 모델 차량에 장착될 아시아 내비게이션(인터페이스 모듈과 본체가 결합되어 차량에 장착되는 박스형 내비게이션) 제품의 개발업체로 선정되어 그해 9월 재규어사와 사이에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고 아시아 내비게이션의 개발에 착수, 2010년 3월경 아시아 내비게이션의 개발을 완료하여 재규어사로부터 최종적인 승인을 받은 후 그 무렵부터 일본 및 한국에 수출되는 재규어사의 신차 모델 차량에 장착하여 판매하고 있다.

C는 2008년 11월경 A사가 아시아 내비게이션을 개발하여 직접 판매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B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던 김 모씨에게 A사와 별도로 동종의 내비게이션을 개발할 것을 지시했고, 김씨는 A사에 근무하던 D를 포섭했다. D는 2009년 3월경부터 2010년 3월경까지 사이에 B사 직원인 E, F에게 재규어 신차 모델 차량에 장착될 내비게이션의 개발에 필요한 기술정보를 이메일로 전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유출, B사가 위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내비게이션 개발을 완료한 다음 2010년 5월경부터 8월경까지 사이에 371대의 내비게이션을 생산, 그 중 86대를 중국에 수출되는 재규어사의 신차 모델 차량에 장착하여 판매했다. B사는 위 기술정보를 이용해 또 다른 내비게이션의 개발에 착수하여 2011년 1월 25일경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시작하여 중국에 수출되는 재규어사의 신차 모델 차량에 장착하여 판매했다. 이에 A사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C, D, E, F는 기술정보를 침해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2012년 10월 C, D는 각 징역 1년 6월, E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F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받았다. 이에 C, D가 항소를 제기, 2013년 2월 C는 징역 1년, D는 징역 1년 4월을 각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고로서는 이 사건 기술정보를 바탕으로 독점적으로 아시아 내비게이션의 개발이 가능하고, 다른 경쟁업체들로서는 재규어사가 제시하는 내비게이션의 개발사양 등을 확정하기 어려워 그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비록 원고가 기술정보 중 일부를 재규어사로부터 제공받았다 하더라도 원고는 독점적으로 이를 제공받아 다른 업체보다 앞서서 이를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기술정보는 원고의 영업비밀로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것"이라며 "따라서 이 사건 기술정보는 부정경쟁방지법 2조 2호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 회사에 근무하며 영업비밀유지의무를 지는 피고 D는 2009년 3월경부터 2010년 3월경까지 원고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정보를 원고의 허락 없이 피고 E, F에게 전달하였고, 피고 C, E, F, G는 위 사실을 알면서 위와 같이 전달받은 기술정보를 취득하였으며, 피고 회사는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내비게이션을 제작하여 판매하였는바, 이러한 피고들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2조 3호 가, 나, 라, 마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해액 산정과 관련,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 B사의 매출액, 기술정보의 내비게이션 개발에 있어서의 기여율, B사가 2012년 12월 5일 A사를 피공탁자로 하여 2억원을 공탁한 점 등을 종합하여 A사의 손해액을 55억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 및 예방청구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퇴직 후의 영업비밀 유지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정할 경우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경쟁의 제한에 의한 부당한 독점상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기술정보에 대한 영업비밀로서의 보호기간, 즉 영업비밀의 침해금지기간은 피고 D가 원고 회사를 퇴직한 2010년 3월경부터 3년을 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금지청구권은 소멸하였다"고 판시하고, "2017년 12월 31일까지 기술정보가 영업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함을 전제로 피고들에 대하여 피고 회사 각 제품을 제조함에 있어서 기술정보의 사용금지, 기술정보의 공개 금지, 피고 회사 각 제품의 생산 또는 생산의뢰 금지 및 기존에 생산된 피고 회사 각 제품의 양도, 판매, 대여, 담보제공, 수출의 금지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