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귀는 여자에 전화 협박…무죄"
"남편과 사귀는 여자에 전화 협박…무죄"
  • 기사출고 2005.05.3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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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상당성 있어"
남편과 사귀는 여자에게 전화로 협박한 아내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가정을 지키고 나이 어린 피해자(26)를 훈계하기 위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는 게 판결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선혜 부장판사)는 5월25일 전화로 남편과 사귀는 여자에게 "학교 제대로 다닐 수 있는지 보자, 교회에 제대로 다닐 수 있는 지 보자…교수님한테 다 얘기할까" 등의 위해를 가할 듯한 말을 해 협박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로 기소된 가정주부 B씨(42)에 대한 항소심(2004노4382)에서 B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벌금 50만원의 형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번 이혼한 적이 있는 남편 A씨와 결혼한 B씨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둘째 아이를 임신중이었던 2002년 초.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회식 등을 이유로 매일 밤늦게 귀가하는데다 남편의 핸드폰에 부하직원인 C씨의 문자메시지가 와 있는 것을 발견, 남편과 C씨의 관계를 의심하게 됐다.

2002년말 둘째 아이를 출산하자 남편은 노골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B씨는 남편이 2003년 5월께 교통사고로 입원하면서 남편과 C씨와의 교제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B씨가 C씨에게 C씨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남편과의 관계를 추궁하며 관계를 정리하라고 타일렀으나 C씨는 남편과의 교제를 부인하며 B씨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남편은 C씨의 도움으로 가출한 후 2003년 7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으나 B씨는 남편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이혼을 원치 않았으며, 서울가정법원은 2004년 12월 남편의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B씨는 남편이 가출한 후인 2003년 9월27일께 자신의 집에서 C씨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너 학교에 제대로 다닐 수 있는지 보자…어느 날 어느 순간 어떻게 덮치는지 봐라…너 인생 생매장 시키게 되는지, 어떻게 되는 지 보자" 등의 말로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판결인 벌금 50만원 형의 선고유예판결이 내려지자 항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정이 파탄 나 피고인이 정신적으로 매우 궁박한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해 매우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고, 남편과의 관계를 끊고 정상적인 삶을 살 것을 타일렀음에도 피해자가 남편과의 교제사실을 부인하며 사과하기는 커녕 피고인에게 증거를 대라고 하는 등 피고인을 비아냥 거리면서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이같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먼저 전화를 해 왔고 피해자가 종전의 이같은 태도를 바꾸지 않자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범죄사실과 같은 표현을 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부당한 가정파탄행위를 저지하여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나이 어린 피해자를 훈계하기 위한 행위로서 표현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없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