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도 벗어나면 '사회의 소금'아닌 '공공의 적'"
"검찰이 정도 벗어나면 '사회의 소금'아닌 '공공의 적'"
  • 기사출고 2005.04.04 20: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광수 검찰총장 29년 검사 생활 마치고 퇴임"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 반드시 지켜가야"
송광수 검찰총장이 29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4월2일 퇴임했다.

◇송광수 검찰총장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송 총장은 장문의 퇴임사를 통해 검찰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역설하고, "우리 스스로 변신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해 개혁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고, 개혁을 내세운 부당한 압력과 간섭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검찰의 지속적인 개혁을 당부했다.

송 총장은 먼저 검찰을 '세상의 소금'에 비유하고, "짠 맛을 잃은 소금은 아무 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라고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척결해야 하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또 "소금에도 불순물이 많은 소금이 있고, 너무 정제되어 건강에 좋지 않은 소금도 있다"며, "검찰이 정도(正道)를 벗어나 사도(邪道)를 넘나들거나, 이 곳 저 곳 기웃거리며 눈치를 살피려 한다면 '사회의 소금'이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년 전 '중립과 독립을 지키는 정의로운 검찰'을 위해 작은 디딤돌 하나를 놓는다는 마음으로 항해를 시작했다고 2년전의 취임 당시를 회고한 그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권력 주변 인사들에 대한 비리 수사, 제17대 총선사범에 대한 엄정한 처리를 통해 깨끗한 정치문화로 옮겨가는 중요한 전기(轉機)를 마련했다"고 그동안의 검찰 수사를 평가했다.

그는 "'공명정대하면서도 따뜻한 검찰'이 되기 위해 권위적인 모습은 떨쳐버리고 국민들께 보다 가까이 다가서고자 애썼다"며, "힘겨웠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성원 속에 적지 않은 성취와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공수처 반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필요

송 총장은 또 "부패의 근원적 제거는 온 국민의 소망"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과연 수사기관이 부족해서 부패가 근절되지 않았겠느냐, 또 새로운 수사기구에 반대한다고 해서 부패 청산 의지가 없다고 하겠느냐"며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임을 다시한번 내비쳤다.

그는 "부패문제는 외과적 치료인 수사와 함께 사회 전체 인식의 대전환, 투명한 사회 · 경제시스템, 어려서 부터의 교육 등 종합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처만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수사지휘를 통한 인권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의 목표는 변함없이 추구되어야 한다"고 일정한 선을 긋고, "권한의 분배라든지 기관 상호간의 견제라는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이유를 들어 지휘를 배제하려 함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경찰에 대한 엄격한 지휘체계를 만들어 놓은 대륙법계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본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에게 더 높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찰수사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하겠지만 그 보다 더 높은 목표인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마련된 남용 방지 체계의 근간을 허물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총장은 "어떠한 유혹이나 압력에 굴하지 말고, 검찰권을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행사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검찰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없이 따뜻하면서도 잘못된 권력과 강자에게는 정정당당한 검찰"이라고 후배 검사 등 검찰 공무원들에게 당부했다.

또 "국민들은 권력에 비굴하거나 몸을 굽히는 검찰을 원하지 않는다. 사회악에 맞서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반드시 지켜가야 한다"고 말하고, "제도나 통치권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수사 받는 사람의 인권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은 검찰의 영원한 숙제"라고 지적하고, "일응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수사 받는 사람들의 고통도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도 사려 깊게 배려하면서 정의와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민들은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해 주기를 요구하지만 한편 검찰이 피해자의 인권도 보호 못하고 사회의 거악도 파헤치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이기는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과학수사 기법과 선진 형사사법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고 각자의 전문 지식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하고, "변화의 물결을 주시하여 검찰권의 행사가 시대의 변화와 발전에서 동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직역이기주의에 치우쳐 과거에 가졌던 지위와 권한을 합리적 이유 없이 고집해서는 안 되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괴테의 글을 인용하며 퇴임사를 마쳤다.

"그대의 마음 속에 식지 않는 열과 성을 가져라. 그러면 그대는 드디어 일생의 빛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