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9억 수수혐의' 무죄
한명숙 前총리 '9억 수수혐의' 무죄
  • 기사출고 2011.11.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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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돈 줬다는 한만호 진술 믿을 수 없어"前비서는 유죄…집유 · 추징금 선고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이상현 임수정 기자=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67) 전 총리에게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31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한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사건에서 '뇌물 공여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1년6개월 만에 다시 비슷한 이유로 사법부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2007년 3~8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9억여원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한 전 총리 자택이나 인근 도로에서 건네줬다는 한 전 대표의 진술을 토대로 한 전 총리를 지난해 7월 기소했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작년 12월 법정에서 "억울하게 빼앗긴 회사를 되찾을 욕심에 수십차례 검찰조사 때 허위진술을 했다"며 그동안의 진술을 180도 뒤집었다.

검찰은 1년3개월간 총 23차례 공판을 통해 한신건영의 비밀장부(B장부), 채권회수목록, 한 전 대표가 감방에서 지인들과 나눈 접견대화 자료를 제시하고 한신건영 전 경리부장을 증인으로 세워 한 전 대표의 법정 증언은 거짓이고 검찰 진술이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하려 했으나 결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책임론과 정치권 공세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다만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문숙(51 · 여)씨에게는 5천500만원과 법인카드를 받아 쓰고 버스와 승용차를 무상 제공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천4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9억원 수수를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직접증거는 한 전 대표의 검찰진술뿐인데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 합리성과 일관성이 없는 부분이 있고 진술 자체에 추가 기소를 피하려는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도 보여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판결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 전 대표와 한 전 총리는 같은 성을 가진 종친으로 사무실을 임대한 정도의 관계로 거액을 직접 주고받을 사이로 보이지 않고, 검찰이 금품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직접 통화했다는 증거도 없으며 개방된 도로나 CCTV가 설치된 아파트에서 돈가방을 주고받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한 전 총리의 동생이 한 전 대표가 발행한 1억원권 수표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김문숙씨에게서 빌렸다는 동생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 수표를 한 전 총리가 받았다고 증명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B장부나 채권회수목록 역시 "한만호씨가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증거는 되더라도 이 자금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음을 증명하는 물증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나확진 이상현 임수정 기자[rao@yna.co.kr] 2011/10/31 20: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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