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4월 25일 (수)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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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검사님들에게 묻습니다.
날짜
2005.04.29
이름
정동원
E-mail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

많은 경찰관들이 검찰 수사권 독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국민의 편에서 수사권을 조정하자고 호소합니다. 이에 반해 검사들은 자기의 입장을 밝힌 바가 없습니다. 혹시 검사들이 '수사권 조정위원회가 활동 중인데 인터넷에서의 갑론을박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생각하신다면 잘못입니다.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의 개선으로서 최종 결정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결코 밀실에서 소수의 전문가들이 상의하여 결정할 성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양 기관의 입장을 국민에게 낱낱이 알려서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검사들께 몇가지 묻습니다. 성의있는 답변 기대하겠습니다.  

1. 검찰이 인권의 옹호자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이번 공청회에서 검찰측에서는 경찰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인권옹호자인 검사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검사가 왜 인권옹호자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답답합니다. 

검사를 임용할 때 인권옹호자만 가려 뽑는 장치가 있습니까? 혹시 사법시험에 통과한 사람은 당연히 인권 옹호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경찰이 사법고시출신자를 많이 뽑으면 경찰도 인권옹호기관이 되는 겁니까? 

지난 4월 25일 법의 날을 맞이하여 경찰은 '수사상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노력으로 수사상 인권침해가 거의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인권 옹호기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통제와 감시가 필요한 인권침해기관이지요. 그 이유는 수사 자체가 본래 인권침해적이기 때문이고, 또 수사관은 범인검거실적으로 그 능력을 평가받는 관계로 항상 인권침해의 유혹을 받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그 스스로 범인을 검거하는 수사기관입니다. 따라서 인권침해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떤 기관의 속성은 그 기관이 하는 업무에 의해 결정됩니다. 인권옹호기관이라고 하려면 최소한 수사기관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검찰이 스스로 인권옹호기관을 자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납득할만한 근거가 있으면 알려 주세요. 

2.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방법은 무엇입니까?
기소편의주의에 의해 검사는 죄가 인정되더라도 기소하지 않을 권한이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검사가 나쁜 마음을 먹고 자기가 봐주고 싶은 사람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하는 경우 범죄의 피해자는 어디가서 하소연해야 합니까? 설마 '검사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라고 하시지는 않을 줄 믿습니다. 

현행법상 검찰항고, 재정신청, 헌법소원 등과 같은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만족할만한 통제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쯤은 이미 형소법 교과서에 나와 있으니 검사님도 잘 아시겠지요. 그래도 검찰 내부의 감찰 기능이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습니까?  

3. 검사의 수사 거부에 대한 통제방법은 무엇입니까? 
수사의 단서가 있는데도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을 때 범죄의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를 들어서 만약 어느 조폭 두목이 "검사가 나에게 살인을 사주하였다"라고 주장하였고, 그러한 주장이 국내 유력 잡지에 실렸는데도 검사가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또 예를 들어서 만약 검사가 마약사범 검거 실적을 높이기 위해 마약투약자로부터 제보를 받는 대신 그 마약 투약자를 봐준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경찰이 이렇게 했다가는 당장 검사가 직무유기로 구속할 겁니다. 덕분에 경찰은 정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사는 누가 구속합니까? 현재의 상황에서 검찰 이외의 다른 기관이 검사를 구속할 수 있습니까?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금까지 단 1명의 검사라도 검찰 이외의 기관에 의해 구속된 사례가 있습니까? 

검찰 스스로의 정화 노력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과연 올바른 통제 시스템인지 의심스럽습니다.  

4. 검사의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한 통제방법은 무엇입니까? 
지난 2002년 대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검찰청 수사관들이 백주대로에서 대학교수를 폭행하여 고막이 터지도록 다쳤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맞았습니다. 경찰에서 가해자들을 연행했는데, 얼마 후에 검사로부터 '즉시 검찰로 인계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를 수밖에 없어 검찰청에 가해자들을 모두 인계하였습니다. 이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수사지휘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부 검사의 이러한 부당한 수사지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역시 검찰 내부의 감찰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것인가요? 

5. 검사가 소추관으로서의 지위를 악용한 수사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어떻게 통제합니까?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기소편의주의)이 있습니다. 또한 법원은 검사가 기소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심판할 수 있습니다(불고불리의 원칙). 검사가 이러한 권한을 악용하여 수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2001년 충북의 한 경찰서장이 뇌물혐의로 검사에게 구속되었다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그 판결문을 보면 검사는 그 경찰서장의 부하직원을 뇌물죄로 구속한 다음 "선처해주겠다"고 회유하여 경찰서장에게 뇌물을 바쳤다는 허위 자백을 받았음이 밝혀졌습니다. 

만약 경찰이 이렇게 했다면 당장 검사에 의해 구속되겠지요. 그렇다면 검사는? 억울하게 구속되어 옥살이를 하느라 건강과 명예를 잃고 재산까지 탕진한 그 경찰서장은 어디가서 하소연해야 합니까? 

6. 도대체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어떤 책임을 집니까? 
신창원 검거에 실패한 수많은 경찰관들이 옷을 벗거나 징계를 당했습니다. 엽기적인 살인마 유영철이 검거된 후 경찰은 일이 이지경이 되기 전에 왜 빨리 못잡았는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는 어떤 불이익을 당했고, 어떤 비난을 받았습니까? 

중요한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판결되면 검사들은 불이익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소관으로서의 책임을 지는 것 뿐입니다. 증거가 불충분하면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하고,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면 공소유지를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이를 그르쳤으니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수사주재자로서 책임이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는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검찰은 이런 책임까지도 모두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그러자면 모든 사건 발생시마다 현장에 나와서 직접 지휘해 주시던가요. 권한은 검사에게 있고 비난과 책임은 경찰이 짊어지는 현재의 경검관계가 과연 공정하다고 보십니까? 

7. 경찰이 검사로부터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제멋대로 수사를 하겠다고 했습니까? 
이번 공청회 때 경찰측에서는 분명 "수사에 관한 기준 제정권, 모든 사건에 대한 송치후 지휘권, 12개 중요 범죄에 대한 송치전 지휘권, 경찰관에 대한 체임 및 징계요구권, 유치장 감찰권" 등을 인정함으로써 검사의 통제를 받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 주장대로 하더라도 검사는 여전히 영장청구권과 수사종결권, 기소권을 독점합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의 수사상 인권침해와 비리에 대해서는 경찰을 구속할 수도 있습니다. 

경찰의 조정안이 이러한데도 도대체 왜, 무슨 근거로 경찰이 검사로부터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제멋대로 수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8.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처럼 검사의 권한이 막강한 곳이 있습니까? 
공청회 때 경찰측 패널로 참여한 이동희 교수는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제도든 검찰이 선택하라. 그러면 우리는 무조건 동의할 것이다."  

독일식으로 할까요? 독일은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입니다. 그러나 검찰 자체는 수사 인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경찰에게 수사지휘를 통하여 수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독일의 검찰은 지방자치 검찰입니다. 독일식으로 하자면 좋습니다. 찬성입니다. 그러나 먼저 검찰 자체의 수사인력을 모두 없애십시오. 
프랑스식으로 할까요? 프랑스에서 수사의 주재자는 수사판사입니다. 좋습니다. 찬성입니다. 그러나 먼저 수사권을 판사에게 넘기십시오. 
일본식으로 할까요? 좋습니다. 대신 먼저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을 넘겨 주십시오. 일본 경찰은 영장청구권을 행사합니다. 
영국식, 미국식, 중국식, 아르헨티나식, 칠레식, 터키식 모두 좋습니다. 

어느 검사님이든 분명히 말씀 좀 해주세요. 도대체 어느 나라 식으로 할까요? 우리는 무조건 찬성입니다. 

9. 수사권이 독립된 일본 경찰은 조폭과 유착되어 있습니까? 
공청회 때 어느 검사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수사권이 독립된 일본 경찰은 조폭과 유착되어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군요. 저희도 한번 일본 경시청이나 대사관에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이 말씀에 대한 통계자료나 근거를 정확히 제시해 주세요. 

10. 공판중심주의와 사법참여제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최근 법원은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판중심주의에서는 법정에서의 직접 진술만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있습니다. 또 2007년도에는 사법참여제가 시행됩니다. 사법참여제는 유무죄의 판단을 법관이 아닌 일반 시민이 하는 것이지요. 공판중심주의와 사법참여제에서는 소추관으로서의 검사의 능력과 역할이 무척 중요해 집니다. 검사가 작성하는 조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쩌면 조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어 질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체 검사 중 공판 담당 검사는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됩니까? 서울 중앙지검의 경우 2004년 1년 동안 공판검사 1명이 처리한 사건이 1,100건이 넘었습니다. 이래서는 공판업무가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대검찰청에서는 향후 몇년 동안 검사 정원을 3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사법고시 합격자 정원을 늘리는 것을 "법조인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한사코 반대해왔습니다. 그런데 검사 정원을 늘려 검사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상관 없나요? 

수사업무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대신 소추관으로서 공소제기와 유지 등 공판 업무에 치중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끝으로....

검찰은 경찰을 수사의 주체로 인정할 수 없다고만 할 뿐,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지금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내부적인 감찰을 강화하기만 해도 위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러나 민주주의는 불신을 전제로 장치적인 정의를 추구하는 이념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드립니다. 검찰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 스스로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수사권 조정은 누구의 권한을 뺏어서 누구에게 주고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통제 시스템을 모색하자는 것이지요. 그런데 검찰에서 문제의 핵심인 검찰권 견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무조건 못 내놓겠다고만 하니, 국민들이 밥그릇 싸움으로 오해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 기관이 우월한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억누르는 것 보다는 두 기관이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견제할 때 비로소 양 기관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도대체 검찰이 생각하는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은 무엇인가요?  누구든 이 글을 읽는 검사들은 꼭 답변을 해주세요.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선택하실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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