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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353일만에 석방
"승계작업 묵시적 청탁 인정할 수 없어"
"최고권력자가 겁박한 요구형 뇌물사건"
2018-02-17 12:09:26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어 석방됐다.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래 353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2월 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2017노2556)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도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1심보다 형량이 줄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되어 풀려난 것은 삼성전자 등의 승계 현안 등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판단 아래 1심보다 뇌물액수가 줄고,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가 무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우선 이 사건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인식부터 1심과 차이가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이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하였으며,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거액의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요구형 뇌물사건'이란 표현도 썼다.

재판부는 또 "공소사실의 핵심적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나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고, 삼성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추진한 일부 현안들이 성공할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접적 · 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현안들에 각 계열사들의 경영상 필요 또는 합목적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변함이 없고, 정치권력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게 된 뇌물 제공의 경위와 방법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른바 이재용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0차 독대'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은 이른바 요구형 뇌물 사건의 경우, 특히 공무원의 요구가 권력을 배경으로 한 강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동반할 때에는 공여자보다는 공무원에 대한 비난이 상대적으로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누어 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순실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이하 각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 관련 뇌물공여의 점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의 점,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재산국외도피)의 점, 범죄수익등의 처분에 관한 사실 가장에 의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각 무죄를 선고하고, 재단 기부 언급에 관련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일부 공소사실은 이유무죄로 판단했다.

다음은 주요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동정범>

-뇌물수수죄에 있어서 비신분자가 신분자와 함께 범죄를 실행하더라도 반드시 신분자인 공무원에게 뇌물에 귀속되어야 한다든가 신분자인 공무원과 비신분자가 경제적 공동체 관계에 있어서 비신분자가 받은 뇌물이 공무원에게 귀속된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야만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볼 것은 아님(원심과 같은 견해)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최순실은 뇌물을 수령함에 더 나아가 승마지원을 통한 뇌물수수 범행에 이르는 핵심적 경과를 조종하거나 저지 ·촉진하는 등으로 지배하여 박 전 대통령과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함.

<승계작업 위한 묵시적 청탁 인정 여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있어서 이재용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데 이러한 의미의 승계작업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관련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이 인정되어야 함
-설령 이러한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재용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함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의 추진에 관하여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묵시적 부정한 청탁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함
-결론적으로 부정한 청탁의 존재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에 따른 논리적 결과로 제3자뇌물수수죄에 대응하는 뇌물공여죄로 기소된 영재센터지원, 각 재단지원 행위는 모두 무죄를 선고함

<승마 지원 관련 뇌물 액수>

-용역대금 전액 36억 3484만원을 뇌물로 인정함
-마필과 차량들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고, 다만 마필과 차량들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이익을 뇌물로 제공하였다고 판단함
-정유라가 최순실로부터 들었다는 '내 것처럼 타면 된다,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는 말은 '내 것이 아니지만 돈을 주고 사지 않더라도 내 것처럼 타면 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마필, 차량 등을 원칙적으로 삼성전자의 소유로 하되 최순실이 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과도 부합하며, 만약 박상진의 승낙으로 살시도의 소유권이 최순실에게 이전되었다면, 최순실은 정유라에게 '살시도는 우리 소유의 말이니 마음대로 타라'는 취지로 대답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함
-결국 승마지원 관련 뇌물의 내용은 용역대금 36억 3484만원과 가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마필과 차량들의 무상 사용이익으로 판단함

<재단지원 관련>

-각 출연기업들이 재산출연증서에 기명날인하여 제출한 행위는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서면에 의한 증여(출연)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출연의 의사표시와 주무관청의 허가 및 설립등기를 마침으로써 재단법인은 성립하는 것이고, 그 이후에 출연금이 각 재단법인 명의로 송금되어 출연의 의사표시가 이행되었으므로 미르 재단, 케이스포츠 재단은 제3자뇌물수수죄에 있어서 제3자에 해당함
- 피고인들은 장차 설립될 재단법인에 재산출연의 의사표시를 하고, 종국적으로 성립된 재단법인에 이 사건 각 출연금을 교부한 것이므로, 이와 달리 이 사건 각 출연금이 각 재단설립을 위해 교부한 것으로서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설립하려고 하는 재단의 출연금을 대납해 준 것으로 볼 수는 없음
-이 사건 각 출연금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설립하려고 하는 재단의 출연금을 대납하여 준 것이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성립 여부>

-항소심은 용역대금의 횡령은 인정하고, 마필과 차량들의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필과 차량들 구매대금이나 마필 자체의 횡령 부분은 인정하지 아니함
-영재센터지원, 각 재단지원에 의한 뇌물공여죄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각 지원금 송금에 의한 횡령도 인정하지 아니함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송금 재산국외도피죄 성립 여부>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명목의 송금액(36억 3484만원)과 관련하여 항소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들에게 도피의 범의도 없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함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 성립 여부>

-항소심은 승마지원을 위한 용역대금을 뇌물 및 횡령한 재물로 보았으므로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 가장에 의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의 점 중 용역대금 부분을 유죄로 인정함
-항소심은 마필과 차량들의 구매대금을 뇌물이나 횡령한 재물로 보지 않았으므로,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 가장에 의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의 점 중 용역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이유무죄로 판단하고, 범죄수익등의 처분에 관한 사실 가장에 의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의 점은 모두 무죄를 선고함

<국회 위증 인정 여부>

-항소심은 안민석 위원의 질의 중 "그날(2015. 7. 25.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에서) 기부 좀 해 달라는 이야기 안 했습니까?"라는 물음에 "그런 기억은 없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은 허위의 진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유무죄로 판단함
-피고인 이재용이 2015. 7. 25.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요청받았다는 '문화, 체육 분야 융성을 위한 적극 지원'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없음
-나머지 답변은 모두 허위의 진술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함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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