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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L 2017 연차총회 참관기(1)
"테러단체 지원 민간목표물 공격 합법인가?"
2017-05-21 11:46:21
지난 4월 중순 미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 국제법학회(ASIL) 연차총회에 서울대 법학대학원의 이수연, 조훈씨와 이정효 미국변호사가 이재민 교수와 함께 다녀왔다. 올 대회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가지 정책에 대한 미 국제법학자들의 비판적인 의견이 많이 제기되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 대회 참관자들의 전언. 세 사람의 참관기를 차례로 싣는다.

◇미 국제법학회 2017 연차총회가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렸다. 사진은 둘째 날인 4월 13일 진행된 'Compulsory Jurisdiction in International Dispute Settlement: Beyond David versus Goliath?' 주제에 대한 토론회 모습.

1. 들어가며

처음 ASIL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국제법을 전공하는 김혜인 석사과정생이 작년 ASIL을 다녀와서 정말 좋았다는 경험을 들려주면서부터이다. 그때부터 서울대 법학대학원 웹사이트에 올라온 ASIL 참가 학생 모집공고문을 살펴보고, ASIL 웹사이트에 들어가 2017 연차총회의 대강을 살펴보았다. 프로그램이 미리 나왔으면 구체적인 정보를 토대로 어떤 주제에 방점을 두어 스케줄을 짤지 고민해 볼 수 있었겠지만, 올해 프로그램은 참가 학생으로 선발될 때 까지도 나오지 않아, 참관을 준비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미국 워싱턴에 건너가기 몇 주 전, 프로그램이 나왔다. 올해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는 '트럼프 시대 미국 국제법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무력사용, 통상, 환경이 주된 테마로 등장하였다. 나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직면한 현실 속에서 트럼프 시대 무력사용에 관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미국에서 참여할 주요 세션을 무력사용관련 세션으로 정하고, 그에 부수적으로 해양법, 환경 세션에 참여할 것을 계획하였다.

2. 4월 12일 첫째 날(이하 현지시간)–역사학자 Armitage의 내전의 시간

4월 12일 첫 날에는 opening ceremony와 함께 역사학자 Armitage를 초대하여 내전에 관한 흥미로운 연설로 연차총회 첫 날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내전이 일반적인 전쟁과 달리 선전포고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전의 처음과 끝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우며, 내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국제법 규칙이 매우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의 연설을 자세히 이해하고 싶었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고 첫날의 화려한 광경에 다소 적응이 안 돼 많은 것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이후에 이재민 교수님과의 식사자리에서 교수님께 여쭤보았는데, 그가 연설자로서 청중을 이해시키는데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며 많은 걸 이해 못했어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격려해 주셨다. 전쟁법은 나에게 매우 생소한 분야라서 동 분야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이 있었다면 Armitage의 이야기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들었다. 현재 국가들이 직접 무력충돌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비국제적 무력충돌 내지 내전의 상황에서 무력사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전에 관한 이슈는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졌으며, 이 분야에 대해 추후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 4월 13일 둘째 날

가. International Law and the Trump Administration: National and International Security

1) 문제의식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과 함께 'America First'로 대변되는 외교정책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이익과 국가안보에 집중하겠다는 굳건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엄숙한 약속과 함께 ISIS와 다른 테러단체를 영원히 축출하는 것을 그의 가장 중대한 임무로 삼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또 UN의 문제점을 수정하겠다고 했으며, 이란과의 핵협상을 가장 끔찍한 합의라고 일갈하였다. 그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120여일간 난민 신청을 중단시켰고, 시리아 난민 을 영구적으로 차단하였으며, 특정 이슬람국가의 국민들은 미국에 입국을 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외교정책은 국가안보와 국제안보의 영역에 있어 국제법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토론자들은 이 세션을 통해 무력사용금지의 원칙, 난민 보호,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국제안보와 국가안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국제법이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논하였다.

2) 토론내용

동 토론에는 세 명의 토론자가 참여하였다. 첫 토론자인 Shireen Hunter는 법이 사회적 맥락과 동떨어져 형성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지난 수 세기 동안 국제법이 발전해 온 과정에 대해 언급하였다. Grotius가 살던 베스트팔렌 체제의 등장시기부터 근대국가가 수립되면서 불간섭의 원칙이 발전하였고, 그보다 오래 전부터 외교사절은 죽이지 않는 국제법이 존재해왔다. 국제법은 그것을 강제하는 중앙집권기구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준수되어 왔는데, 그는 그 이유를 commonality of interest, 혹은 국가들의 이익의 중첩에서 찾았다. 그러나 national and international security분야에서 국가들의 이익은 중첩되기 보다는 충돌하는 경향이 높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 만큼은 국제법은 강대국에게 수사에 불과하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약소국에게 국제법은 때때로 그들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기보다는 그들을 공격하는 칼날이 된다, UN안보리는 5대 강대국의 veto power 때문에 중요한 안보 문제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 강대국이 국제법을 무시하는 경우 이들을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러한 논의 끝에 Hunter교수는 국제안보 영역에서 국제법의 문제는 강제집행제도의 결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강제집행제도가 부재한 현실 하에서 국제안보는 국제법의 보호 하에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 토론자인 John Bellinger는 본인이 트럼프 유세기간부터 트럼프의 선거공약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으나,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꽤 괜찮은 인재들이 영입되었다고 낙관하였다. 만일 그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더 이상 무모한 정책은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망적 자세였다.

세 번째 토론자인 인권단체 출신의 Elisa Massimino는 America First 전략이 힘을 통한 외교를 말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트럼프가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를 철저히 무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는 인권을 지키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국제 및 국가의 평화와 안보를 수호하는 길이라 보았다. 외교분야에서 트럼프의 '거래주의적 접근'은 특히 인권문제에서 미국이 한 발짝 물러나는 상황으로 연결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난민분야에서 그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은 미국에 난민신청을 한동안 금지하면서 1945년도부터 이어져온 국제적 난민 레짐에 강력한 타격을 가했다고 비판하였다.

이들은 엊그제 있었던 미국의 시리아 미사일 공격 사태를 언급하며, 이러한 종류의 인도적 개입이 바람직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Hunter는 강대국의 인도적 개입이 남용의 여지가 매우 크며, 인도적 개입의 결과가 비개입의 결과보다 좋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리비아에서 카다피가 제거된 후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이 야기되고 사람들이 사망하였으며, 이라크 개입의 결과 400만명에 달하는 고아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번 개입만 해도 Asad정권이 화학무기를 실제로 사용했는지에 대해 명백한 증거가 없었고, 만일 화학무기를 사용한 게 사실이 아니라면 미국은 시리아 문제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였다. 예컨대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도 대량살상무기를 명목으로 이라크를 공격했지만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는데, 이것은 국제법 영역에서 미국의 명예를 완전히 추락시킨 사건이었다. 또한 미국은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것은 주권불간섭원칙에 위반되는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적 개입 또한 주권평등의 원칙과 인권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며, 따라서 이에 대해 매우 신중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3) 평가

토론자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법을 멸시하는 태도를 갖은 것에 대해 대단한 우려감을 표하며, 이것이 국제평화에 득이 되기보다는 독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또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이제까지 미국의 눈치를 보며 국제법을 준수하는 시늉이라도 했던 불량국가 및 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국제적 무법자로 다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사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법을 어긴 것은 오늘 어제 일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미국은 예방적 자위권 및 1차 이라크전쟁 때 UN안보리로부터 받은 결의에 근거한 법적 정당성이 있는 공격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대다수의 국가들은 미국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은 국제위법행위였지만, 국제적 비난 여론조차 미국의 공격 행위를 중단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미국이 비교적 많은 분야에서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하면서 국제적 인권의식의 고양에 기여를 해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처럼 국제법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결여돼 있고, 외교문제에 대해 중요한 국제법 원칙도 포기할 만큼 거래적 접근을 하고 있는 정부에서 인도적 개입을 구실로 타국에 무력개입을 하는 것은 주권평등원칙을 완전히 짓밟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개입이 그 정도가 심해진다면 인도적 위기보다 더 큰 국제사회의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인도적 개입은 인권 위기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국제기구의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강대국이 약소국의 국내문제에 군사개입하기 위한 법적 구실 밖에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Under Pressure: The Global Refugee Crisis and International Law

동 세션은 앞선 세션과의 연결선상에서 트럼프의 신 난민정책이 국제적으로 어떤 위기를 불러올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었다. UN난민체제의 현황과 문제점들이 언급되었으며, UN난민체제 하에 국가들이 난민의 지위를 자유롭게 판단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트럼프의 결정은 난민체제의 후퇴를 야기할 것이란 비판이 팽배하였다.

다. Compulsory Juristdiction in International Dispute Settlement: Beyond David versus Goliath?

1) 문제의식

강제관할권 제도는 국제분쟁의 해결에 관련된 현대 국제법 체계에 있어 매우 핵심인 요소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ICJ 규정, UNCLOS, WTO, 지역인권협약 등 다양한 조약에서 제도 내에 수용되고 있다. 선택적 의정서와 같이 다자조약 상의 특정 관할권 조항은 사전에 국가들이 특정 분쟁과 관련해 관할권에 동의를 하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러시아, 중국 등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이 강제관할권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비우호적인 행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때로는 강제관할권에 근거해서 강대국에 소를 제기 하는 것이 약소국의 입장에서 그들의 국제법적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강대국들의 비우호적인 인식이 국가들로 하여금 강제관할권을 이용하는데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갖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강제관할권에 관한 다양한 토론을 통해 강제관할권을 확대하는 해석을 허용하는 것의 문제점과 이익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본 토론의 취지였다.

2) 토론내용

토론자는 Ben Juratowitch, Tai-Heng Cheng, Gleider Hernandez, Loretta Malintoppi였다. 첫 번째 토론자인 Ben Juratowitch박사는 미국이 'Nicaragua Case' 이후 ICJ의 강제관할권을 인정한 선택적 선언을 철회한 사건을 언급하며, ICJ는 ICJ 규정 제36조 6항의 권능 조항에 따라 스스로의 관할권을 판단할 권한이 있으므로, 지나치게 확대된 관할권을 인정하는 경우 국가의 전면적 국제재판소 탈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ICJ가 항상 관할권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했던 것은 아니며, 오히려 'Mavromatis Palestine Case' 등 다수의 판례에서는 국가의 동의로부터 관할권이 확실히 유추될 수 없다면, 관할권이 있다는 사실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신중한 입장을 펼쳐왔다고 하였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국가들이 어떤 분쟁에 휘말릴지도 모르면서 선택적 선언을 하여 ICJ의 강제관할권을 인정하는 이유이다. 만일 국가들이 ICJ의 관할권 판단을 신뢰하지 않아서 선택적 선언을 하지 않는 경우, 재판소가 확대관할권(forum prorogatum) 논리를 이용해 ICJ의 강제관할권을 무모하게 확대시킨다면, 대다수의 국가들은 ICJ체제부터 완전히 탈퇴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재판소의 권위와 판결의 효과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두 번째 토론자인 Loretta Malintoppi는 UNCLOS와 비교를 통해 강제관할권의 문제점을 간명하게 지적했다. UNCLOS 제288조 관할권의 문제와 제293조 적용법규가 이슈를 갖고 있다고 하였다. 제293조 제1항에서 재판소는 이 협약 및 이 협약과 상충되지 아니하는 그 밖의 국제법 규칙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 밖의 국제법 규칙'이라는 문구 자체가 국제해양재판소로 하여금 해양법협약이 규정하는 문제가 아닌 다른 국제법 문제로까지 관할권을 확대시키는 유혹을 갖게끔 만든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Guyana와 Surinam 중재재판 사건에서 재판소는 Surinam이 UN헌장 하에서 무력사용금지원칙 및 분쟁의 평화적 해결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판결을 한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Surinam은 중재재판부가 국제일반법 및 UN헌장 상 의무 위반 문제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2007년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제293조 제1항의 적용법규를 근거로 일반국제법 하의 무력사용금지 원칙 위반 문제에 대해 관할권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그는 이러한 확대 해석은 오히려 재판소에 대한 국가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제도의 integrity까지 무너뜨릴 위험이 있음을 지적했다. <리비아-몰타> 사건에서 재판부는 관할권 조항이 허용하는 한 가장 넓은 범위에서 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지만, 그것이 조약에서 인정하는 한계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리비아-몰타> 판결이 매우 현명한 지적이었음을 강조하며, 국제재판소의 관할권을 확대하는 해석을 하는 적극적 사법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세 번째 토론자인 Gleider Hernandez는 국제법에서 "의심이 있으면 가급적 관할권을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프레비아 사원 사건>, <코르퓨 해협 사건>, 'Fisheries Jurisdiction(Spain v. Canada)'에서 이러한 원칙이 확인됐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강제관할권에 대한 일방적 선언이 국가들이 어떤 희생을 통해 달성된 것이므로 그것을 최대한 축소해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였다. 그는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한 국가들은 일방적 선언을 했어도 동일한 의무를 수락한 국가들 간 양자적 관계에 묶이게 되며, 강제관할권의 인정으로 큰 손해를 입을 수 없다고 보았다.

마지막 토론자인 Cheng교수는 "where you stand depends on where you sit"이라는 표현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만일 제소국의 입장에 선다면 재판소의 관할권 판단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었다고 보지 않을 것이고, 피소국 입장에 선다면 관할권 판단이 지나치게 확대 되었다고 볼 것이다. 즉 관할권 판단이 지나치게 확대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 만일 관할권의 확대 해석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비엔나 협약의 문언론적 해석에 근거해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들은 목적론과 문맥론을 완전히 부인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관할권을 너무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하면 강대국과의 싸움에서 국제소송에 의존해 자국의 권리를 지킬 수밖에 없는 약소국들이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기회를 상실한다고 보았다. 끝으로, 확대된 관할권해석이 재판부의 권위와 판결의 효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은 경험적 데이터에 비추어볼 때 사실이 아니라고 하였다. 예컨대 'Corfu Channel Case'에서 알바니아는 자국의 의사에 반하여 억지로 재판소에 끌려갔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판결이 나오고 나서 비교적 판결을 잘 이행했다. 이러한 세 가지 근거에 비추어 봤을 때, 강제관할권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으며, 오히려 엄격한 관할권 재판은 비엔나 협약의 해석 원칙에 반하며 국제관계에서 법치주의의 달성에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요지였다,

3) 평가

이 토론을 지켜보면서 나는 국제법을 공부하던 초기에 읽었던 'Mox Plant 사건'이 기억났다. 동 사건에서 영국이 복합산화물연료(MOX)를 재처리하는 시설의 가동을 서부지역에 하용하자, 아일랜드해에 방사선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우려한 아일랜드가 영국이 여러 환경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하여 해영법협약에 근거해 영국을 제소하였다. 당시 영국은 동 문제가 OSPAR협약 및 EC/Euratom 설립조약에서 마련된 유럽재판소의 관할권 사항이라고 항변하였으나 ITLOS는 여러 협약에서 유사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각 협약의 목적이 다르므로 국제법의 해석원칙에 따라 여러 협약 상의 유사한 의무가 상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여 외견상 관할권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런 판례에 비춰볼 때, 적용법규 조항은 Malintoppi 교수의 주장처럼 재판소의 관할권을 확대하는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었다. 재판소의 강제관할권을 확대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반대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법은 국내법과 달리 국가 동의의 원칙이 지배하는 곳이며, 국가의 의사에 반하여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분쟁을 낳을 수 있는 구실이 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남중국해 사건에서 제7부속서 중재재판부는 중재재판부에 관할권이 없다는 중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관할권을 인정하였는데, 나는 이러한 사법적극주의가 매우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동 판결은 섬의 법적 지위에 관한 해석, 해양환경오염에 관한 국가들의 의무 등 다양한 국제법 원칙을 해명하는데 기여했지만, 적어도 중국의 반발을 불러오고 국가들 간 심리적 갈등을 더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만일 동 사건의 재판소가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방식으로 관할권의 근거를 수립했다면, 설사 중국이 반발한다고 하여도 여기에 크게 공감하거나 동조할 국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소의 관할권 근거에는 큰 논란의 여지가 존재했고, 그러한 논란을 감수하고 재판을 진행한 것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임무로 하는 재판소의 성격에 맞지 않다고 본다. 특히 최근에 발전한 확대관할권 논리는 관할권이 없다는 국가들의 항변까지도 관할권에 대한 선결적 항변으로 파악하여 국가들의 진정한 의사를 완전히 왜곡하는 정도에 도달하고 있다. 한국 또한 일본과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펼치고 있는데, 섬의 법적 지위를 판단한다는 구실로 일본이 한국을 국제분쟁으로 제소한다면, 독도 문제에 대해선 분쟁이 없다는 한국의 외교적 입장은 철저히 무시되고, 실질적으로 국제재판소에서 독도 관련 문제를 다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법은 국내법과 달리 국제재판소의 판결을 이행하기 위한 중앙집권기구가 없기 때문에 국가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관할권을 행사해야만 판결의 실효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 점에서 국제재판소의 강제관할권을 확대하는 관행에 손을 들어준다면, 이것이 국가들의 국제법 준수 의식을 도모하기 보다는 현재의 국제질서로부터 이탈하는 결과를 조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4월 14일 셋째 날

가. The Regime of Islands in the Aftermath of South China Sea Arbitration

작년 한 해 동안 이 주제에 관해 많은 국제법 세미나가 한국에서 있었고, 대부분의 세미나에 참석했던 터라 관심을 갖고 동 세션을 참여하였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사실 외에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된 것은 없으며, 섬(Islands)의 법적 지위에 관한 중재재판소의 해석을 깔끔하게 정리된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동 세션에서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UNCLOS 제121조 제3항에서 '지탱가능성'과 관련해 인간의 거주와 독자적 경제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재판소가 매우 적절한 해석을 제시했다는 것이었다. 재판소는 'or'의 의미를 통해 인간의 거주 가능성과 독자적 경제생활의 가능성 중 한 가지만 충족되면 네 개의 관할수역을 영유하는 섬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인간의 거주 가능성 및 독자적 경제생활의 의미는 EEZ라는 sui generis regime을 도입한 협약의 의도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 EEZ는 그 섬을 생활의 터전을 삼고 있는 원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도입된 것이고, 그러한 만큼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섬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독자적인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육지에서 섬 주변의 해역을 이용해 어로활동을 하는 것은 독자적 경제생활로 볼 수 없으나, 그 섬 주민들이 해역을 이용해 어로활동을 하고 삶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독자적 경제생활로 볼 수 있다. '지탱가능성'의 요건에 대해 엄격한 해석을 하면서도 역사적인 분석을 수반하는 판단이 갖는 장점은 EEZ가 진정 섬 주민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게끔 도모하면서도, 연안국들이 지나친 관할수역확대를 추구해 인류 공동의 유산인 심해저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동 주제에서 한 중국인 학생이 흥미로운 질문을 하였는데, 만일 인간의 기술이 발전하여 독자적 경제생활이 가능하지 않은 곳이 가능할 정도가 된다면 그로 인해 섬의 법적 지위가 변경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즉 섬의 법적 지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빠르게 발전하는 인간 기술의 속도에 따라 달리 변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한 문제인식에 대해 다수의 학자들이 공감하였으나, 적절한 답변은 제시하지 못했다.

남중국해 중재재판의 판결에 미루어볼 때 한국의 독도는 지탱가능성이 미약하므로 법적 의미에서 섬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독도를 섬으로 주장하고 있고, 한국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나 향후 한국이 일본과 해양경계획정을 하는 과정에서 독도가 섬으로 인정된다면 독도의 영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느냐라는 혼합분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독도를 암석으로 보고 독도의 영유권 문제는 잠시 뒤로 미뤄둔 채, 일본과 동해에서 해양경계획정 문제에 합의를 보는 것도 우리가 고민할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Bombing Terrorist Revenue: Legitimate Military Strategy or War Crime?

1) 문제의식

최근 미국은 ISIL에 의해 통제되는 현금저장고, 석유 트럭, 사회간접자본 등에 직접 군사적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테러리스트 활동에 자금을 대주고 집단학살을 저지를 수 있도록 필요한 재원을 공급하는데 이들의 재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시도되지 않던 새로운 군사전략에 직면하여 우리는 이것이 정당한 군사전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들은 ISIL과 이라크 테러단체의 활동을 차단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찬양한다. 다른 이들은 이러한 군사전략의 목표물이 되는 대상이 민간은행, 민간인이 모는 운송수단 등 민간적 성격이 다분한 물체들이 대부분이며,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해야 하는 중요한 국제인도법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불법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군사목표물인지, 어떤 것이 민간목표물인지 그 선을 어디에 그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Laurie Blank, Jens David Ohlin, Ryan Goodman, Charlie Dunlap 네 명의 학자가 초대되었고, 처음 두 사람은 미국의 새 전략을 반대하는 편에서 주장을 펼치고, 마지막 두 사람은 새로운 전략의 유용성을 옹호하는 편에서 주장을 펼쳤다. 토론이 시작되기 전, 사회자는 얼마나 많은 청중이 이 이슈에 대해 반대입장과 찬성입장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했으며, 손을 들어 세 본 결과 대략 반반 정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토론내용

처음 토론의 포문은 Goodman교수가 열었다. 그는 테러단체 수입원을 폭격하는 전략을 찬성하는 입장에는 두 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입장은 윤리적으로도 옳고, 국제법적으로도 합법적이란 입장이다. 두 번째 입장은 윤리적으로는 옳지 않으나, 국제법적으로는 합법이란 입장이다. 그는 국제인도법이 위에서 언급된 목표물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Lauren과 Jens가 제네바 추가의정서Ⅰ 제52조 제2항상 의무(Attacks shall be limited strictly to military objectives. In so far as objects are concerned, military objectives are limited to those objects which by their nature, location, purpose or use make an effective contribution to military action and whose total or partial destruction, capture ore neutralization, in the circumstances ruling at the time, offers a definite military advantage)가 관습국제법상의 의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 제네바 추가의정서Ⅰ은 국제적 무력충돌에 관한 것이므로 NIAC(비국제적 무력충돌)에서 제52조 제2항이 관습국제법상의 의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 제52조 제2항의 민간목표물이 테러리스트 수입원에 대한 폭격을 금지할 만큼 굉장히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가들이 위에서 언급된 목표물을 전쟁에서 공격하지 않는 일관적인 관행은 존재하지 않고, 법적 확신도 없다고 하였다. 또한 제52조 2항의 정의에서 "use make an effective contribution to military action…in the circumstances ruling at the time"이라는 표현을 볼 때, 석유개발시설 등 테러리스트에 유용될 수 있는 경제적 수입원은 그들의 군사 활동에 효과적인 기여를 하므로 군사목표물로 포섭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이러한 경제적 성격의 목표물을 타기팅 할 때는 한계가 설정되어야 하는데, 국가최고정보원의 정보를 통해 충분한 인과관계가 확인된 후 목표물을 공격한다면 남용의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았다.

Lauren은 국제인도법 및 제네바의정서의 목적에서부터 논의를 출발했다. 왜 우리는 이러한 법을 만들어 냈는가. 중요한 목적은 민간인을 구분하고 전쟁으로부터 이들이 겪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구분의 원칙이 명령하는 바와 같이 무력충돌과정에서 민간인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그 첫 단추는 민간인 목표물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구분의 원칙을 준수함에 있어 '무엇이 군사목표물이 아닌지'에 관한 뺄셈의 공식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군사목표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적극적인 정의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논박하였다. 그는 본 토론에서 공격의 대상으로 정당화 되는지 논의되는 대상을 "군사적 목표물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금전적 재원"으로 한정하였다. 그는 국가에 세금을 내거나 테러리스트에 돈을 기부하는 행위를 하는 민간인에 대해서 군사목표물로 공격을 행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또한 돈과 군사목표몰 간의 연결성은 매우 찾기 힘들고 이런 논리를 허용하게 되면 연쇄반응의 오류에 빠지게 된다고 하였다. 연쇄반응의 오류는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하는지에 관한 합의를 통해 차단될 수 있는데, 이미 그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상황에서 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었다. 만일 무엇을 군사목표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합의를 끌어낸다면, 그러한 정의는 미국에도 적용될 것이고, 911사태 당시 테러단체가 민간 비행기를 이용해 World Trade Center를 공격한 것도 적법한 행위로 왜곡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definite, direct, concrete한 경우에만 군사적 목표물로 보아야 하며, 이것이 비례의 원칙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 하였다. 그리고 Goodman교수의 말처럼 어떤 국가도 테러단체와 금전적으로 연결된 민간 목표물을 공격하는 관행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적법하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보았다.

세 번째 speaker는 Charles Dunlap장군이었는데 그는 본인이 군대에서 35년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Lauren이 토론의 주제를 지나치게 확대하였고, 여기서 말하는 군사전략이란 매우 specific한 경우, 그리고 강한 확신이 있는 경우에 경제적 목표물에 공격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지구상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전략에 반대하지 않는 이유는 테러리스트가 숨어있는 장소에 군대를 파견해서 억지로 그를 끌어내는 과거의 전략은 인간방패를 사용하는 테러리스트 단체의 전략에 의해 엄청난 민간인 사상자를 야기했으며, 작전 또한 매우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speaker인 Jens는 제52조 제2항에 있는 direct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인과관계가 아닌 인식론적인 판단(epistemic problem)에 가깝기 때문에 엄격한 협의의 의미로 해석해야 하며, 경제적 목표물까지 공격을 허용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3) 결론

토론이 끝나고 나서 입장을 바꾼 사람들을 위주로 손을 들어보았지만, 처음의 생각을 바꾼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나는 테러리스트 단체와 연관성을 이유로 민간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 경제적 목표물까지 공격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국제법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전략이 갖는 현실적 유용성이나 윤리적 당위론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의 신념이 쉽게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보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사전에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토론자들의 논리에만 근거하여 어떤 시각이 더 옳은지 따져 볼 수 있었다.

국제법상 무력사용금지원칙 및 국제인도법의 영역에서 자위권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구분의 원칙, 비례의 원칙에서 비롯된 의무를 완화하는 데에는 대다수 학자들이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입장은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국가들의 무력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어렵게 도입된 규칙들이 한 번 양보하기 시작하면, 이미 강대국들에게 충분히 남용되거나 우회되고 있는 동 규칙들이 아예 설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걱정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국가들이 특정한 규범에 맞게 행동하도록 유인하는 근본적인 요소는 국제법이 아니라 국가들 내에 자리하고 있는 사회도덕적 윤리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국가들의 어떠한 행동을 금지하는 국제법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에 맞지 않거나 오히려 국가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켜, 국가들이 심리적으로 그러한 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분권적 국제구조 하의 국가들은 언제라도 그러한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려고 할 것이다. 작금의 현실은 국가들이 무력사용을 남용하여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민간인을 함부로 공격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테러리스트 단체는 구분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무시하고 공격을 단행하지만, 이들은 어차피 국제인도법에 따르지 않는 행위자들이다. 그러나 국제인도법을 중시하고 조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그러한 법을 남용해서 민간시설을 군사적 목표물이라고 위장하면서까지 국제법 위반을 저지를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중동 및 아프리카 등지에서 국제법의 제어를 받지 않고 민간인을 학살하고 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는 테러리스트 단체를 제거하는 데 있으며, 이러한 단체를 탐색해서 처벌하기 위해선 다양한 효과적인 전략이 들어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생각한다. 필요성의 확신이 법적 확신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국가관행과 연결되면 관습국제법이 된다는 Cassess의 지적처럼, 적어도 테러단체와 같은 비국가 행위자에 있어 구분의 원칙을 완화하고 이들의 경제적 재원을 폭격하는 것은 관습국제법으로 발전해 나가는 단계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Lauren의 말처럼 이러한 전략에 연쇄반응 오류가 수반될 위험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Charlie장군이 말하듯 일단은 동 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것이 남용되지 않도록 "사실정보와 엄밀한 인과관계에 입각해" ISIL이 지배하는 석유개발시설이나 ISIL의 무기구입에 사용될 현금을 이송하는 트럭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한정적으로 사용된다면, 그러한 우려는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에 대해 전면적 무력공격을 단행하지 못하는 현실적 여건 하에서, 이는 급변사태 시 북한의 경제적 재원을 폭격하거나 북한의 핵시설에 이용되는 재원을 파괴하는 등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전략적 입장에서도 테러리스트의 경제적 재원을 공격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법이 없다는 현실을 옹호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 Military Intervention by Consent

이 세션은 영토국의 요청, 동의에 따라 군사적 개입을 하는 경우 어떠한 법이 적용되며, 여기에 개입되는 규칙이 무력사용금지 원칙을 침해하는 것인지를 검토하는 시간이었다. 주로 영토국 내에 어떤 주체들이 무력개입을 요청할 권한을 갖고 있는지, 그러한 주체가 영토에 실효적 지배를 행사하고 있어야 하는지, 집권 방식에 민주주의적 정통성(democratic legitimacy)이 있어야 하는지, 자위권의 요건이 무력개입의 행사 범위에 제한을 가하는지, 현재의 국제법이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충분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토론에 참여한 토론자는 Ashley Deeks, Eliav Lieblich, Jonathan Horowitz, Robert Tayer이었다. 나는 한국이 북한과 전쟁을 치루는 경우, 북한의 동의하에 중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것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한 행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품고, 동 세션을 관심 있게 들었다. 그러나 동 세션은 북한과 같이 거의 국제적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실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란단체, 민족해방기구 등 국가 요건을 여러 면에서 결하고 있는 단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어려운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아직 생소한 영어단어가 많이 출현해서 모든 내용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한국에 돌아가면 이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라. 갈라 세션

갈라 세션은 작년에 진행된 방식과 달리 스탠딩으로 진행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음식을 즐기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거나 의견을 교류하였다. 나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부한 한 젊은 변호사와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또한 이번 ASIL 연차총회 참여가 처음이라고 하였다. 그는 국제법에 많은 관심을 갖고 ASIL에 자비로 참여했으며, 앞으로 계속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하였다. 다른 자리에선 이정효 변호사님과 내가 SNU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한국의 장승화 교수님이 DSB에서 직위를 상실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하며 우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갈라 세션은 국제법에 대한 미국 학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지만, 다양한 이슈에 대해 스스로 좀 더 준비돼 있었다면 괜찮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들게 하는 자리였다.

5. 4월 15일

가. International Law and the Trump Administration: Global Engagement on Environmental Law

1) 문제의식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파리합의를 취소하고 미국 환경보호국(EPA)을 해체하겠다는 공약을 하였다. 그는 EPA의 수장으로 기후변화에 회의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화석연료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임명했는데, 이 사건은 환경문제에 관한 그의 국내정책이 글로벌 차원에서 어떤 함의를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 세션에서 학자들은 미국이 파리합의와 다른 다자주의 환경협약에서 탈퇴하는 경우 국제적 차원에서 어떤 충격이 주어질지 알아보고, 그러한 상황에서 국제법과 NGO들이 국제환경목표의 달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하였다.

2) 토론내용

E. Donald Elliot교수는 하루 l4,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오염된 물에서 기인한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고, 오바마 행정부가 그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현격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하였다. 트럼프는 국가들이 어렵게 달성한 파리협약에서 탈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EPA를 해체하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그는 EPA 예산을 31% 감축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 민주당을 포함한 7개 행정부 이전의 수준으로 EPA의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Elliot은 트럼프가 환경에 대해 갖는 관심은 이전의 정부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지만, 사람들은 트럼프의 환경정책에 대해 지나친 오해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미국은 이미 환경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 결과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널리 퍼졌으므로 이러한 흐름 자체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익숙해 있는 뉴욕의 건설 산업 문화의 분위기가 외교정치와 매우 다르고, 이러한 문화는 계약과 협상의 전략을 핵심으로 하는 것이라 말하였다. 이러한 전략이 갖는 의미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중시해 오던 목표에 대해 완화된 입장을 취하는 대신, 다른 중요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전통적인 two china policy의 옹호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압박을 하게끔 만들 수 있으며, NATO 탈퇴를 암시하여 NATO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률을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즉 중요한 문제에서 발을 뺌으로써 다른 국가들을 협박할 수 있고 다른 편으로는 적당한 유인책을 제공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전략이다.

다음 연설자인 Susan Casey-Lefkowitz는 국제환경분야에서 10여년간 일을 한 사람이었다, 그는 오바마 리더십은 트럼프와 달리 국가들을 한데 모아 어려운 환경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미국이 각종 환경 협약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이 미국의 리더십을 대체하고자 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고 하였다. 기후변화 문제는 트럼프의 생각과 달리 실존하는 위험이며,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적 삶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파리합의 탈퇴에 끝나지 않고 UNFCCC까지 탈퇴한다면 그러한 결정의 국제적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보았다.

토론이 끝나고 청중 질문을 받는 시간에 당일 트럼프의 환경정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가하는 비정부기구 회원들이 대거 참여 하여 트럼프의 환경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고 다 같이 시위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였다.

3) 평가

나는 환경과 인권이 오바마 행정부 시기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의 키워드였으며, 미국의 리더십을 통해 어렵사리 파리합의가 체결됐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일궈낸 성과를 일거에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는데, 그것은 많은 부분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한 그의 회의주의적 태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였다. 국제법은 진공 상태에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는 Hunter 교수의 지적이 떠올랐고, 만일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해 좀 더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누적됐다면 트럼프도 다른 태도를 갖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국제법의 형성과 파괴에는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의 국제적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데, 그 국가의 리더십 또한 어떤 과학적 증거를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쉽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국제법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경제의 문제이고 인간 생명의 문제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국가들은 Pulp Mills Case, Trail Smelter Case, US-Turtles Case, EC-Asbestos Case 등 다양한 국제일반법, 경제법 판례를 통해 사전주의 접근, 국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월경피해방지 의무, 국가가 인간 동물 생명의 보호를 위해 정당한 정책을 채택할 주권적 권리 등을 인정하여 왔다. 특히 사전주의 접근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이것이 관습국제법의 지위에 오른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그러나 UNCLOS 등 다수 협약에서는 고도회유성 어류, 경계성 어류를 보호하는 조치를 의무화 하는 등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주의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는 환경위기의 원인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발견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환경이 더 악화되기 전에 그것을 방지하는 사전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에 어느 정도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전주의 접근은 과학적 증거가 심히 불충분하고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는 영역에서는 다수의 국가들에 의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트럼프가 지속가능한 발전, 즉 환경과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경제일변도 외교정책을 추구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유감스러웠으며, 한 번 파괴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환경의 성격을 고려하여 미국과 같이 CO2배출량이 많은 나라가 사전주의 접근을 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웠다. 현재의 환경법은 아직도 미약하고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트럼프의 정책이 이제까지의 국제적 합의를 제로 상태로 돌려놓는다면 이는 지구적 차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국가단체 및 국가 간의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며,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나. 마지막 Reception

총회가 끝나는 토요일 마지막 Reception에서 한국에 앞서 통일을 이룩한 독일의 한 학자와 마주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한국이 독일을 쫓아 북한과 통일을 이루길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독일이 우리에게 국제법적으로 의미 있는 통일 모델을 제시하였으며, 헬무트 콜의 리더십 하에 독일이 통일을 이룩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오기를 희망한다는 화답을 하였다. 서양 사람들이 한국의 분단 상황과 국제법 현실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쁘게 느껴졌다.

6. 마무리하며

이번 미국 국제법 학회 연차총회는 다양한 세션을 구비 하고 있었지만, 큰 줄기에서 반 트럼프적 성향을 지닌 학술회의였다. Regency A홀에서 열린 대부분의 큰 주제가 트럼프 행정부와 경제, 트럼프 행정부와 환경, 트럼프 행정부와 인권 등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국제법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논의였고, 그곳에서 거의 모든 학자들은 트럼프의 거래주의적 외교정책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상당수의 트럼프 세션은 미국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더 다양한 주제와 시각을 경험하고 싶었던 소망이 있었던 만큼, 거의 모든 주제가 트럼프 행정부에 쏠려버린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섬의 법적 지위, ICJ의 강제관할권 확대와 같은 세션은 국제법에 첫걸음을 떼는 석사학생의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강의였다. 이곳에서 총회에 참여한 많은 학자들과 학생들의 토론 실력 및 준비된 모습에 큰 인상을 받았고, 나 또한 다양한 언어 공부와 이론 공부 및 현실 분석을 통해 언젠가 저 자리에서 책을 발표하는 연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연(서울대 법학대학원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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