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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초기 변호사시절
김앤장 등 로펌 제의 뿌리치고
노무현 만나 인권변호사 길로 
2017-05-14 09:14:43
문재인 대통령은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시험 인원이 300명으로 늘어나기 직전 시험으로, 합격자는 모두 140명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2년 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할 당시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는 한 명이 더 늘어난 141명.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법연수원에서 제명되었다가 이때 복적된 조영래 변호사도 22회 합격자들과 연수원을 함께 다녔다. 문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인 《운명》에서 "조 변호사가 많은 영향을 주었다"며 "판사 임용이 거부됐을 때 김앤장을 비롯해 두어 군데 법무법인과의 만남을 주선해 준 것도 그였다"고 적고 있다. 수배되어 쫒겨 다닐 때 김앤장에서 연구와 조사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던 조영래 변호사는 연수원에 다니면서도 김앤장에서 리서처 일을 계속했다.

◇문재인의 운명
조영래 변호사 외에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을 함께 다닌 12기 동기 중엔 박원순 서울시장, 박시환 전 대법관,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됐던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 오는 6월 2일로 임기가 끝나는 박병대 대법관, 박정규 전 민정수석 등이 있다. 또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과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은수 전 의원, 고승덕, 이한성, 함승희 전 의원도 문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로,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적게 뽑던 마지막 기수여서 동기들 간의 유대감이 좀 돈독한 편"이라고 말했다. 송두환 변호사는 헌법재판관 퇴임 후 법무법인 한결에서, 천성관, 박정규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82년 8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서 문 대통령이 당초 판사 임용을 희망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대학 시절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해 구속된 전력이 있어 판사로 임관되지 못하자 변호사 개업으로 방향을 바꿔 당시 부산에서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던 노무현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생활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당시) 연수원 마친 사람이 전원 판 · 검사로 임용되던 시기여서,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한다는 것은 아주 희귀한 경우였다"며 "검찰에서는 받아들여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자,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검사로 임용받아 2~3년 근무하면 임용불가 딱지가 떨어질 테니 그 때 판사로 전관하라고 검사로 임용받을 것을 권유하기도 했으나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여러 로펌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도 받았지만 문 대통령은 부산으로 내려가 당시 부산에서 활동하던 개인변호사 사무실에 합류했고,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이어졌다. 다음은 《운명》에 나오는, 문 대통령이 로펌 변호사 대신 개인변호사, 보통 변호사의 길을 가게 된 경위.

"(내가 변호사를 한다고 하자) 성적도 괜찮았던 탓에 금세 소문이 돌았다. 김앤장을 비롯해 괜찮은 로펌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몇 군데 만나 제안을 들어보기도 했다. 조건이 좋았다.

보수도 파격적이고 승용차도 제공해 준다고 했다. 3년 정도 근무하면 미국 로스쿨로 유학을 보내준다고 했다. 잠시 솔깃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변호사 상(像)과 너무 달랐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그렸던 법률가 상은, 꼭 인권변호사가 아니더라도 보통 서민들이 겪는 사건들 속에서 억울한 사람을 돕고 보람을 찾는 그런 모습이었다. 이건 좀 아닌 듯했다. 그 때 로펌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을 것이다. 국제변호사나 기업전문변호사. 뭔가 고급스러워 보여서 오히려 내키지 않았다.

그냥 보통 변호사의 길을 가기로 했다. 이왕 그렇게 한다면 어머니도 모실 겸, 아예 부산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는 이렇게 해서 노무현 변호사를 만났다. 그와 노무현 변호사를 연결시켜 준 사람이 연수원 동기이자 후임 민정수석을 하기도 한 박정규 변호사로 그 과정과 인연도 묘하다.

다시 《운명》의 한 대목.

"박정규는 사시에 늦게 합격했다. 우리 동기들 가운데 나이가 몇 번째로 많았다. 그래서 일찌감치, 연수원 마치면 변호사의 길을 가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정작 그였다. 옛날 김해 장유암에서 노 변호사와 고시공부를 함께 했던 인연이 있었다. 먼저 고시에 붙어 판사를 마치고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 변호사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받은 터였다. 노 변호사는 연수원 마치고 합류할 박정규를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 방과 책상까지 모두 마련해 놓았다…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려오기로 한 박정규가 검사로 임용된 것이다. 노 변호사가 준비했던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에 허사가 됐다. 그러니 박정규는 노 변호사에게 미안해 하다가 마침 내가 변호사를 하게 되자 자기 대신 나를 소개한 것이다."

이후 문재인은 <변호사 노무현 ·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에서 동업자로 일하며 성실하고 괜찮은 변호사로 좋은 평판을 쌓아나갔다. 부산에 등록된 변호사가 100명이 채 안 되던 시절로, 그 가운데 등록만 하고 실제 활동하지 않는 분들을 빼면, 법정에서 만나 경쟁하는 변호사는 불과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문재인은 《운명》에서 "법조사회는 보수적이어서 좋은 평판이든 나쁜 평판이든 한 번 평판이 생기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며 "나는 다행히 개업 초기에 부산지역 법조계에 좋은 인상을 주었던 덕분에 두고두고 변호사 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적었다. 노무현 ·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는 당시 부산에 하나밖에 없는 합동법률사무소로, 부산 변호사 사회에서 꽤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둘 다 젊은데다 이력이 특이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변호사가 부산 법조계에서 좋은 평을 듣고 있었다는 것은 다른 법조인들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유명 로펌의 한 변호사는 로펌 송무회의에서 부산에서 판사로 근무했던 선배 변호사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금부터 15년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막 선출되었을 때로, 도대체 노무현이 누구냐고 의아해하던 때였다.

"부산 재조 및 재야에서도 노무현씨를 모르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다만, 문재인 변호사랑 같이 사무실을 하는 변호사라고 제가 알려드리면, 다들 노무현 변호사도 괜찮은 사람이겠구나 하시더군요. 부산 법조인 중에서 문재인 변호사의 성품 좋음과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이는 없거든요."

노무현 변호사는 문재인이 합류하기 전 이미 두 건의 시국사건 즉, '부림사건'과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을 맡아 인권변호사 일에 반 정도 발을 내디딘 상태였다. 이후 대학생들의 학생운동 사건과 노동 사건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며 이들이 노무현 · 문재인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고, 두 사람이 부산지역 노동인권 변론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됐다.

문재인은 《운명》에서 "처음부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려고 작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를 찾아오는 사건을 피하지 않았고, 그들의 말에 공감하면서 열심히 변론했다"고 적었다.

"부산지역 뿐 아니라 그때까지 인권변호사가 없었던 인근의 울산, 창원, 거제지역 사건까지 맡게 됐다…어느 덧 우리는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노동 · 인권 변호사가 됐다. 우리 법률사무소는 부산을 중심으로 울산, 창원, 거제 등을 망라하는 지역의 노동인권사건을 총괄하는 센터처럼 돼버렸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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