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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지금 생각해도 합치길 잘했다"
[로펌 합병 효과 분석] 합병 3개 법인 대표변호사 인터뷰
2017-12-03 10:52:59
2001년 1월 법무법인 세종이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친 이후 국내 로펌업계엔 합병을 통한 세불리기가 계속돼 왔다. 2001년 7월 법무법인 한미와 광장이 합병, 김&장법률사무소를 뒤이은 두 번째 규모의 법률회사로 부상한 데 이어 2003년 2월엔 법무법인 화백과 우방이 화우로 재탄생하는 등 대형 법률회사들 사이의 합병이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불과 3년 사이에 굴지의 법률회사들이 짝짓기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나선 것인데, 이를 통해 로펌 업계의 판도에도 적지않은 변화 가능성이 예고되는 등 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로펌 합병의 이해득실과 파장을 3개 합병 법인의 대표변호사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따져본다. (편집자 주)

◇이태희, 신영무, 노경래 변호사(왼쪽부터)

"우리가 가려고 했던 방향은 맞은 것 같다. 합병을 전후해 나간 사람이 많았지만 얻은 게 더 많았다. 당시 15명이 나가고 11명이 들어와 오히려 숫자는 마이너스였으나 그후 송무 파트의 시너지 효과가 대단했다. 합병하면 그런 과정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제 화학적 결합이 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신영무 변호사)

"내가 1977년에 법률사무소를 열었으니 26년쯤 했다. 초창기엔 힘든 것 몰랐는데 변호사수가 늘면서 오히려 걱정이 생기더라. 구멍가게는 면했는데 완전한 로펌의 형태를 갖추지 못해서인지 장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후 광장과 합치게 되었는데, 변호사들은 펌의 장래에 대해 확신한다. 나도 26년 변호사 생활의 보람이 느껴진다. 외국서도 광장은 다 인정한다."(이태희 변호사)

"1년 지났는데 아직은 두 법인이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낯선 분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합병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상당부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병은 특히 변호사들의 전문화와 계열화가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변호사들의 사기도 매우 높다."(노경래 변호사)

결론부터 말하면 합병을 통해 규모가 커진 법무법인 광장과 세종, 법무법인 화우 등 해당 법률회사에선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서로 다른 문화의 두 법률회사가 합치는 데서 오는 구성원 사이의 융화라는 대전제가 있긴 하지만 한마디로 "지금 생각해도 그때 합치길 잘했다"는 대답이 서슴없이 나온다.

합병 이후 사건, 매출액 눈에 띄게 증가

우선 3개 법무법인 공통적으로 합병 이후 사건 수나 매출액이 합병 전 두 법률회사의 그것을 합친 것보다 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매출 증가는 특히 송무 분야와 M&A와 같은 대형 거래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측은 "합병 다음해인 2002년 초부터 소송의 수임 건수가 합병 전 두 법인이 각각 맡았던 건수를 합한 것보다 50% 가량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대규모의 M&A사건 등 수십명의 전문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돼야 하는 대형 자문사건이 밀려들기 시작하면서 합병을 통한 '대형화'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태희 변호사
이태희 대표변호사는 "합병 이후 규모가 큰 거래나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문난 송무 사건 등을 많이 맡아서 처리하고 있다"며 "이게 시너지 효과 아니겠느냐"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에 이어 미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그는 1977년 국내 4번째의 국제변호사 사무실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를 설립, 오늘의 광장이 있게 한 파운딩 파트너(founding partner)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있다가 유학길에 올라 미 예일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은 세종의 신영무 대표변호사도 "수익으로 보면 합병전보다 60~70% 늘었다고 보인다"며 "송무쪽은 이보다 훨씬 많은 신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신변호사가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법률사무소를 낸 시기는 81년으로 세종은 이후 특히 증권 ·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2001년 1월 중견 법관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돼 송무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었던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치면서 또한번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세종-열린의 합병은 국내 로펌 업계 최초의 M&A로 이후 광장, 화우의 합병으로 이어지는 대형 법무법인 사이의 이합집산의 신호탄이 되었다.

화우도 2003년 매출액이 통합 이전의 두 로펌의 5년간 평균 매출액보다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송무와 M&A쪽이 크게 늘었다는 게 화우의 대표인 노경래 변호사의 분석. 그는 "일반 자문의 경우 지난해 평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합병으로 인한 덕을 톡톡히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표변호사들의 얘기를 더 들어보면 비록 각 법인의 회계장부를 들춰 보지 않아도 이런 분석에 쉽게 수긍이 간다.

짝짓기 자체가 시너지를 높일 수 밖에 없는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부족한 부분 찾아 짝짓기 나서

노경래 변호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는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93년 재조 출신 5명과 함께 법무법인 화백을 세워 우방과 합칠 때까지 화백을 특히 송무에 강한 법률회사로 발전시켜 왔다.

"송무 일변도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문과) 함께 합쳐져서 둥그런 원이 될 때 법무법인으로서의 폭발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업무영역에 있어서) 우리와 중복되는 쪽이 아니고 대칭되는 쪽을 찾아 합병을 모색했는데, 여기에 가장 적절한 곳이 우방이었던 셈입니다."

이태희 변호사의 분석은 더욱 구체적이다.

"합병전의 한미는 자문 특히 국제관계 일을 많이 했는데, 자문으로 시작한 사건이 커져 송사화되면 한미는 송사가 약하지 않느냐고 하며 고객들이 다른 법률회사로 빠져 나가는 일이 꽤 있었어요. 마음이 아팠지요. 반대로 광장은 송무는 잘 하는데 섭외일을 많이 하지 못해서 이점을 아쉬워하며 보완의 필요를 느꼈지요.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잘 안다'고 궁합이 잘 맞는 최적의 상대방을 만나자 급속도로 합병이 진행된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합병을 가장 반긴 쪽은 오히려 고객들이었다고 덧붙인다.

"자문일을 맡긴 고객의 경우 전에는 송사로 발전하면 어떻게 하나하고 불안해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광장에 송무를 맡겼던 고객들도 마찬가지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일감이 늘어나고, 합병의 파급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신영무 변호사
세종의 신영무 변호사도 송무가 강한 것으로 유명했던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의 합병을 성사시킨 직후 왜 하필이면 열린과 손을 잡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멤버들도 훌륭하지만 송무에 특히 강한 점에 이끌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열린 합동과 합치면서 자문은 송무를 늘리고, 송무는 자문의 일감을 물어 오는 식으로 사건이 늘어 왔다"고 했다.

변호사들 사기 높아지고, 고객들도 대만족

다른 업종도 그렇지만 매출의 증가는 회사내에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직원들 복지가 향상돼 생산성이 높아지고, 높아진 효율은 더욱 큰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파급효과가 이들 합병한 법률회사들에서도 예고되고 있다.

신영무 변호사는 "(합병을 통해) 우리가 커졌다는 것 보다도 최고의 사건을 다루는 최고의 변호사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게 된 게 중요하다"며 "소속 변호사들 대부분이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해 가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화우에선 합병 이후 연봉이나 해외연수 등 후생복지 측면에서 보다 우월한 기준을 채택해 직원들이 만족해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석삼조라고 할까.

합병으로 법률회사가 성장하는 가운데 고객도 만족하고, 소속변호사들도 일처리와 장래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마련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문과 송무 양쪽을 아우르게 되자 신입변호사를 리쿠르트할 때도 훨씬 유리하다고 광장의 한 변호사는 귀뜸했다.

합병에 따른 자신감을 등에 업고 이후 중량급의 재조 출신 변호사를 잇따라 영입하는 등 본격적인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합병이 일종의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과정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의 경우 2002년 초 김경한 전 서울고검장과 임준호 전 부장판사를 영입한 데 이어 2003년 4월엔 유창종 전 서울지검장이 합류했다. 2003년 10월엔 서성 전 대법관이 세종의 공동 대표변호사가 돼 후배들을 지휘하고 있다. 전에 세종의 대표를 맡았던 이종남 전 감사원장도 얼마전 감사원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세종으로 돌아왔다.

세종의 한 변호사는 "합병으로 송무 분야의 역량을 강화한 후 고객들이 기업자문 과정에서 파생되는 형사 사건의 업무처리를 기대한다는 수요에 부응하고자 검찰 출신 변호사를 영입해 형사쪽을 강화했다"며 "또 대형소송에서의 효과적인 업무 수행을 위하여 법관 출신의 영입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화 · 계열화로 경쟁력 강화가 관건

이런 외형적인 변화 못지않게 이들 합병 법인들이 힘쓰는 부분은 소속변호사들의 전문화와 계열화라고 부를 수 있다.

전문화 · 계열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규모가 커졌다고 곧바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광장, 세종, 화우 모두 여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화우의 경우 L&A(송무와 중재) · T&A(조세와 행정) · IP(지적재산권) · C&S(회사와 증권) 등 계열을 넷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24개 팀으로 세분해 변호사들의 전문화를 꾀하는 한편 고객의 수요에 조직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노경래 변호사
노경래 변호사는 "변호사들의 적성과 능력, 희망을 고려해 팀을 짜는 게 쉽지 않았다"며 "끊임없이 이를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장도 자문 업무는 물론 송무 분야까지 전문 분야를 나눠 선택과 집중의 잇점을 살려 나가고 있다.

35명의 파트너가 15개중 하나씩 전문 분야를 나눠 후배들을 지휘하고 있으며, 그 밑에 어소시엣 변호사를 나눠 배치하고 있는데 1년반 동안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완성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각 분야를 더욱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전문화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세종은 열린합동법률사무소에서 합류한 변호사가 합병 당시 11명에 불과한데다 대부분이 송무를 하는 변호사들이어서 합병후 다시 팀을 짜는 부담은 적었다고 할 수 있는데, 팀을 고객의 수요에 맞게 유연하게 운영한다든가 하는 운영 원칙은 광장이나 화우와 비슷하다.

조직 커져 이해관계 충돌 위험 합병 전보다 높아져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관리의 수요 또한 합병 이전보다 급속도로 늘고 있다.

창업주 1인의 오너 체제가 아니라 대개 대여섯명의 대표변호사가 포진한 집단지도체제를 이루고 있다. 또 주식회사의 이사회쯤에 해당하는 운영위원회 조직 등을 두어 통합 관리의 묘를 도모하고 있다.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가동해 각 변호사의 업무 현황이 중앙에서 파악되고 또 사건을 전문 분야별로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구조를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합병으로 법률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해관계충돌(Conflict)의 위험을 회피해야 하는 어려움도 점차 주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각각 별개의 법인으로 각자의 고객을 대리할 땐 설령 두 법인에서 대리하는 양 당사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해도 문제될 게 없었으나 두 법인이 하나로 합침에 따라 양 당사자를 동시에 대리하는 게 원칙적으로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합병 과정에서도 적지않게 문제된 것으로 컨플릭트의 우려가 있는 사건이 종결되지 않아 합병이 늦어지기도 했다.

세종-열린 합병때 세종이 맡은 현대투자신탁과 열린이 대리한 미 JP모건사와의 파생상품 관련 소송이 빨리 매듭지어지지 않아 합병 논의에 걸림돌이 되었는데 양측은 함께 소송대리인에서 탈퇴해 합병을 성사시켰다.

화우도 합병 당시 10여 사건이 문제됐는데 사임 또는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광장의 이태희 변호사는 특히 "고객들이 '저쪽 맡았던 너희 하고는 안한다'는 식으로 일종의 사이콜로지컬 컨플릭트(psychological conflict)까지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신건을 맡을 때는 이메일을 띄워 혹시 컨플릭트되는 사건은 없나하고 철저하게 검색해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장, 세종, 화우의 대표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송무 전문과 섭외 파트가 강한 법률사무소 사이의 합병은 전문화 등의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이들 법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법률회사간 추가적인 합병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란 소리도 들리고, 합병 라인에 동참하지 못한 일부 로펌들 사이에서 이들 합병 법인들을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체적으로 전문화가 동반된 대형화를 추구할 수 없다면 합병이 그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추가적인 합병이 이어지더라도 그것은 이들 3개 법인처럼 자사에 없는 나머지 반쪽을 찾아 합치는 식의 모색이 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식의 합병은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선 별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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