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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변호사의
'기업과 법'⑬
이재용 부회장, 횡령 유죄에
주주대표소송 제기 움직임
2017-10-17 19:14:16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원들에 대한 뇌물공여죄 등에 관한 형사재판의 1심 판결이 지난 8월에 선고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하여 3명의 임원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2명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 등이 유죄로 인정받은 죄 중에는 피고인들이 뇌물을 제공하기 위한 재원으로 80여억원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자금을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한 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가 포함되어 있다.

◇최영익 변호사
1심 판결이 나오자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가 유죄판결이 선고된 삼성전자의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만일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적법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소액주주들과 함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관련 이사들의 해임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도 삼성그룹의 총수였던 이건희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준 70여억원의 뇌물을 삼성전자에 전액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 이때에도 경제민주화위원회(현재의 경제개혁연대 전신)가 소액주주들과 함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여 이러한 판결을 이끌어내었다.

이건희 회장에 배상판결

위의 사례들에서 드러나듯이, '대표소송' 또는 '주주대표소송'이란 소수주주가 회사를 위해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 제기하는 소송이다. 영어로는 'derivative suit'라고 하며 우리나라의 주주대표소송은 미국법 상의 제도를 본받은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 제기하여야 할 소송인데 주주가 제기하는 것이어서,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권한은 회사로부터 연원(derive)한다는 뜻에서 derivative suit라고 불리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글에서는 주주대표소송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려고 하는데, '이중대표소송(또는 다중대표소송)'은 후에 별도로 다루어 보려고 하므로 이에 대한 설명은 이번에는 제외한다.

1. 의미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소송의 제기는 원래 회사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회사를 대표하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회사를 대표하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동료 임원들 간의 인적 관계, 지배주주의 영향력 등등 여러 사정으로 말미암아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우리나라 상법 제403조는 주주대표소송을 규정하고 있다.

주주는 원래 회사재산에 대해서 일반적, 추상적 이해를 가질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회사의 이사 등에 대한 대외적인 권리를 직접 또는 대위하여 소송을 제기할 지위에 있지 않다. 주주대표소송은 이러한 원칙에 대한 예외인 셈이다.

2. 입법례

주주대표소송은 미국이 그 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법에서의 주주대표소송은, 이사를 상대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배주주나 기타 제3자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서도 이용될 수 있고, 주주대표소송이 너무 많아서 그 남용을 규제하기 위한 시도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일본도 우리와 유사한 내용의 주주대표소송 제도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 주주대표소송의 인지대를 낮추는 개혁을 단행한 이후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인지대 23만원

우리나라는 청구금액과 관계없이 소가를 일률적으로 50,000,100원이라고 보아 230,000원의 인지대만 납부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우리나라도 주주대표소송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는 않다.

경제개혁연구소의 경제개혁리포트 및 중앙일보 기사 등에 따르면, 1997년 참여연대가 제일은행 이사들을 상대로 최초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이후 2012년 말까지 판결이 내려진 주주대표소송은 총 58건에 불과하다. 이 중 상장회사 이사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은 총 28건뿐이다. 1년에 채 2건이 안 되는 수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상장회사 이사에 대한 주주대표소송도 지난 5년간 7건뿐이다.

주주대표소송이 활발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사들이 위법,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한다든지, 각종 결정사안에 대한 기록을 강화한다든지, 법률자문을 충실히 받는다든지 등과 같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이사들이 조심하는 이른바 예방적 기능이 강화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한다.

3. 이사의 책임

주주대표소송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소송인데, 주주대표소송으로 추궁할 수 있는 이사의 책임범위에 관해서는 학설이 나뉘고 있다.

통설은, 상법 제399조가 규정하고 있는 이사의 법령, 정관위반행위 또는 임무해태에 따른 책임뿐만 아니라 이사와 회사와의 일반적인 거래상의 채무에 대해서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사가 회사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갚지 않고 있는 경우, 회사가 그 이사에 대해서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주주가 그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여 회사에 대해서 대여금을 반환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흔치는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제기되는 주주대표소송들의 대부분은 이사의 상법 제399조 위반에 따른 회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들이다.

4.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주


주주대표소송은 무분별한 소송 제기를 방지한다는 명분하에 소수주주권으로 규정되어 있다.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의결권없는 주식을 포함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의결권없는 주식을 포함하여) 발행주식총수의 0.01%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규모 상장회사라고 해서 이 주식보유비율이 더 완화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이렇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소수주주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주대표소송에서 주주가 승소하더라도 해당 이사로부터 배상을 받게 되는 주체는 회사이지 이사 개인이 아니다. 즉 소송을 제기한 이사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제기되는 소송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주대표소송은 공익적 성격의 소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함에 따른 비용과 시간, 노력은 소송을 제기하는 주주 혼자 부담하지만 그 이익은 전체 주주와 공유한다는 점 때문에 주주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인센티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과도한 주식보유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제도의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

상장회사의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0.01%이라고 하면 언뜻 보기에는 무척 작은 지분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시가총액이 조금만 커도 개인이 그런 정도의 지분을 계속적으로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있기란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0.01%에 해당하는 주식 수는 현재 기준으로 14,932주에 달하고, 2017. 9. 22.자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그 주식 가치는 무려 3900억원을 넘는다.

일본은 1주만 있어도 소송 가능

우리나라에서 주주대표소송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되어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와 같이 과도한 주식보유를 소송 제기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국이나 일본은 모두 단 1주만 있어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단독주주권).

일단 주식보유 요건을 갖추어 소송을 제기하고 나면 그후에 주식을 처분하여 주식보유비율이 요건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관계없다. 다만, 한 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처분해 버리면 원고적격을 상실하게 되어 소송이 각하되어 버린다

4. 소송 제기 절차

주주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회사에 대해서 서면으로 해당 이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사에 대한 책임추궁은 본래 회사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일정한 예외가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회사가 이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제서야 비로소 주주는 해당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위 30일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회사에 대해서 소송제기의 청구를 하지 않고, 또 청구를 했더라도 30일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30일 지나면 소 제기 가능

실무상으로는 일단 회사에 대해서 소송 제기의 청구를 한 다음 30일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대부분의 경우 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정도에 이르면 회사가 해당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할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실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회사가 주주로부터 책임을 추궁할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받기도 전에 명시적으로 그러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경우에는 아예 회사에 대해서 소송제기의 청구를 하지도 않고 바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소송제기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이 각하될 위험도 존재한다.

주주대표소송의 피고는 책임을 추궁당하는 당해 이사이며 회사는 피고가 아니다. 다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는 소송을 제기한 후 지체 없이 회사에 대해서 소송을 고지하여야 하고, 회사는 주주대표소송에 참가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많은 회사들이 소송에 참가해서 이사의 행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거나, 회사에 손해가 없다거나 하면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의 주장에 대해서 다투곤 하는데 이사의 위법행위에 동조하는 모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경향도 있다.

5. 판결의 효력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해당 이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상대방은 회사이지 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아니다. 주주는 소송비용 및 그밖에 소송으로 인하여 지출한 비용 중 상당한 금액을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 인지대, 증인 및 감정인 비용, 변호사보수, 자료수집비, 교통비 등이 포괄적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금액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나 변호사보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틀림없다.

학설 및 판례는, 여기에 포함되는 변호사보수는 대법원규칙에서 정하는 변호사보수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출한 변호사보수를 기준으로 해서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금액이라고 본다.

변호사보수 3억 2000만원 인정

삼성SDI(구 제일모직)의 소수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고의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이건희 회장 등 경영진들에게 회사에게 130여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이후 진행된 변호사보수 청구소송에서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3억 2000여만원을 변호사보수로 인정하여 회사로 하여금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상고기각되어 확정되었다). 이 금액은 당사자 사이에 약정한 변호사보수 중 상당 부분을 인정한 것인데 절대적인 금액 면에서도 주주대표소송으로 인한 변호사보수 지급금액 중에서는 높은 편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악의 소명하면 담보제공 명할 수 있어

이사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주주의 '악의'를 소명하여 청구하는 때에는 법원은 주주에게 상당한 담보를 제공할 것을 명할 수 있다. '악의'란 이사의 임무해태나 법령, 정관 위반행위가 없었음을 안다는 의미이다.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인데, 실제로 담보제공명령이 내려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 다만, 담보제공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려는 소수주주에게는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6. 사례

인용되었든 기각 내지 각하되었든 대표적인 주주대표소송으로는, 현대증권 이사진에 대한 소송, 외환은행의 론스타 측 이사들에 대한 소송, 신세계 이사진에 대한 소송, LG화학 이사진에 대한 소송, 대상그룹 이사진에 대한 소송, 그리고 위에서 예로 든 삼성그룹의 이사진에 대한 소송 등이 있다.

세기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법률가로서 드는 생각은, 그룹 총수나 임원들의 일탈행위와 관련된 판결에 왜 그리 삼성그룹 관련자들이 자주 등장하여 판례를 남겨 놓고 있는 건지 의문도 들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는 것이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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