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조절 변속기 역할 충실히 수행할 터"

[인터뷰]성공한 1세대 사내변호사 채정석 사장"법무실 확대는 새로운 시도…일선 사업부서 이해 필요"

2009-01-03     여은미
"기업의 법무참모로서 축구의 최종 수비수, 속도를 조절하는 자동차 변속기에 해당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려고 합니다."

한화그룹의 법무실장을 맡고 있는 채정석 사장은 국내의 몇 안되는 1세대 사내변호사로 꼽힌다. 4년째 법무실을 이끌며, 대한생명 국제중재 승소,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잇따라 대형 사건의 뒷바라지를 성공적으로 수행,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성공한 사내변호사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MOU 체결이 늦어지는 가운데 두 차례나 인터뷰 일정을 변경해 가며 만난 채 사장은 무척 바쁜 모습이었다. 검사로 있을 때 보다 더 바쁘냐고 물어 보았더니 "초임 검사 시절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 부서의 장보다는 많이 바쁜 것 같다"며,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갔다.

"사내변호사를 제너럴 카운셀(General Counsel)이라고 하잖아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는 "온갖 일을 다 챙겨야 하는 자리"라고 법무실장의 업무 범위에 대해 설명했다. 또 "무척 액티브(active)한 자리"라고 덧붙였다.

"사내변호사는 제너럴 카운셀…온갖 일 챙겨야"

그러나 업무 자체엔 만족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채 사장은 "3년여 전 한화측의 제의를 받았을 때 설립을 준비하던 법률사무소 일을 접고, 사내변호사로 옮기는 게 저로서는 큰 결심이었다"며, "지금은 한화 법무실이 틀을 잡아 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것을 보고 적지않은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 했다. 또 "법무실 직원들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회장님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법무실이 발전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최고경영진에 공을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동안 법무실이 처리한 수많은 일 중에선 법무실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낸 대한생명 입찰 및 업무방해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그룹 부회장이 관련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불리한 판결이 선고됐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이다. 채 사장은 특히 "입찰방해, 업무방해 모두 내용적으로 완벽하게 무죄를 받아 냈다"며, "이후 국제중재로까지 진전됐으나, 법률적으로 완승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힘든 일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특히 "법무실의 확대는 여전히 새로운 시도, 새로운 문화로 이해되는 측면이 남아 있다"며, "일선 사업부서의 이해와 긴밀한 협조가 매우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례별 매뉴얼 작성을 독려하는 등 법무실의 업무 시스템 제고에 힘을 쏟고 있는 그는 장기적으로 계열사 법무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방향을 잡고 있다. 그대신 그룹 법무실은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그룹 전체의 법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채 사장은 또 법무실의 인큐베이팅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신입변호사를 상대로 실시하는 사전 실무수습을 더욱 내실화하고, 본부와 계열사간 순환근무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검찰4과장, 여주지청장 역임…스탠포드서 연수

유도 유단자로, 대학시절 각종 운동에 재능을 보인 그는 여전히 다부진 체격에 의욕적인 모습이었다. 검찰1과 검사를 거쳐 검찰4과장, 여주지청장 등을 역임하는 등 이른바 '잘 나가던' 검사 출신인 그가 매사에 간직하는 좌우명은 담대심세(膽大心細). 어떤 큰 일이 닥쳐도 놀라지 않는 대범함을 잃지 않되 매사에 꼼꼼하고 세세하게 챙긴다는 뜻이란다.

중앙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4회 행정고시와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검사 시절 미 스탠포드 로스쿨로 연수를 다녀왔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