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주가 30% 이상 급락한 상장일 상사 폭언에 숨진 증권사 직원, 산재"

[서울행정법원] "예상치 못한 급격한 스트레스"

2025-02-18     김덕성

주식이 상장된 날 개장과 동시에 30% 이상 급락하고 주식 주문용 단말기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사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은 증권사 직원이 사무실 의자에서 쓰러져 다음날 숨졌다. 이에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2022구합67685)에서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단말기도 고장

숨진 A씨는 2005년 증권사에 입사해 주식 매매와 고객 응대 등의 업무를 수행해온 영업전문직 사원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B사의 상장일인 2021년 5월 11일 오전 7시 40분쯤 출근해 개장 전부터 주식 매매 준비를 했다. 그런데 B사의 주가가 개장과 동시에 30% 이상 급락했고, 이에 A씨가 시급히 매매 주문을 하려고 했으나 주식 주문용 단말기가 갑자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주문을 제때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A씨의 상사는 단말기가 작동을 안 한다고 말하는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고, 이에 A씨는 '지금 완전 지친 상태다', '지금 주문 단말기가 뻑이 나고 다 난리다'는 답장을 보내고 몇 분 뒤 오전 9시 21분쯤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재판부는 "A의 발병 전 1, 4, 12주간 평균 근로시간 자체는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나, 업무 가중사유 내지 발병 직전 업무와 관련한 돌발상황의 발생이 확인된다"며 "업무로 인한 과로, 급격한 스트레스가 A의 지병인 변이형협심증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급성심근경색에 이르렀고, 그 결과 A가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A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2021년 4, 5월에는 공모주 청약이 여러 건 진행되어 평소보다 주식 주문건수가 10~20배 가량 늘어났고, 고객 상담, 문의 역시 급증하여((하루 평균 주문건수는 2021년 1~3월의 경우 2~3건 정도였으나, 4월에는 31.7건, 5월에는 62.7건)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단말기 고장, 상사의 폭언 등은 A에게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 당혹감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고, 예상치 못한 급격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A가 쓰러진 것이 그 직후인바, 시간적 근접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마중이 원고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