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제조허가 안 받은 '혈액 활용 암 진단 소프트웨어' 폐기명령 적법"
[서울행정법원] "제조허가 · 인증 받아야 하는 체외진단의료기기 해당"
제조허가 · 인증을 받지 않은, 혈액을 활용한 암 진단 검사 소프트웨어에 대한 판매중지 · 폐기명령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료기기제조업체인 A사는 혈액 내 암 위험도에 기여하는 단백질 표지자(바이오마커) 등을 분석해 암 8종에 대한 위험도를 0.01 내지 1.0 사이의 수치로 나타내 주는 암 진단 검사 소프트웨어를 개발, 수검자들에게 단백질 표지자의 구체적인 수치와 참고치를 포함한 암 검사 종합 소견을 제공했다. 그러나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 소프트웨어가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하는데도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른 제조허가 또는 제조인증을 받지 않았다며 판매중지와 폐기명령을 하자 A사가 판매중지와 폐기명령을 취소하라며 소송(2023구합66818)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10월 31일 "A사의 암 진단 검사 소프트웨어는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한다"며 판매중지와 폐기명령은 적법하다고 판시,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프로그램은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 상태를 진단하거나 질병의 소인을 판단하기 위한 성능 및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객관적으로는 그러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원고가 대외적으로 표방한 프로그램의 사용 목적과 효과, 선전, 설명의 내용이 위와 같음을 알 수 있다"며 "이 사건 프로그램은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라 제조허가 또는 제조인증을 받아야 하는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A사는 이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은 의사가 암 위험도를 진단하는 데 보조적인 기능만을 수행하고 특정 질병을 확진하는 용도가 아니므로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은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예방하기 위하여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 상태를 진단하거나 질병의 소인을 판단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을 체외진단의료기기로 정의하고 있을 뿐, 반드시 질병의 유무를 확정적으로 진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검사 결과는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한 분석결과와 의사의 소견을 종합하여 도출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의사는 다른 추가적인 검사 없이 환자의 성별, 나이, 키 및 가족력, 생활 습관, 임신 여부 등만을 기초로 위 분석결과를 조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프로그램은 종합적인 암 위험도를 분석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를 거쳐 제조허가 등을 받아 제조 · 사용되어야 할 체외진단의료기기가 안전성 및 유효성에 관한 아무런 심사도 받지 않은 채 제조 · 사용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민건강에 중대한 피해를 주거나 치명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두3490 판결 참조)"고 지적하고, "비록 이 사건 프로그램이 암을 확정적으로 진단하는 소프트웨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분석결과가 의사의 진단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검사를 이용한 국민들도 이와 같이 이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프로그램의 유통 및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한 피고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프로그램은 2020. 1.경부터 2023. 9.경까지의 이용 횟수만 보더라도 약 3만여건에 이를 정도로 사용량이 많이 누적되었고, 따라서 피고로서는 유효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더 이상 시중에 제공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 프로그램은 현재 원고만이 이를 직접 사용하고 있어서 판매중지나 회수만으로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프로그램에 대해 곧바로 폐기명령을 한 것이 과도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무영이 A사를,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법무법인 반우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