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피싱범이 운전면허증 재촬영본으로 비대면 대출받은 2억원, 피해자 갚을 의무 없어"
[서울고법] '휴대폰 액정 파손' 문자에 면허증 사진 보내
피싱범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운전면허증 사진의 재촬영본을 이용해 인터넷은행에서 비대면으로 2억원을 대출받았다. 법원은 대출은 무효라며 피해자는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11월 22일 A(60)씨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의 항소심(2024나2025259)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2억 2,180만원의 대출약정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대출원리금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61)는 2022년 8월 23일 오후 5시쯤 이른 아침부터 계속된 회사 근무를 마치고 자택으로 퇴근하여 쉬고 있었는데, 같은 날 오후 5시 40분쯤 '임시폰'이라는 대화명으로 아들을 사칭한 피싱범으로부터 '휴대폰 액정이 파손되어 수리를 신청하고 대기 중이다. 아빠(A)의 휴대폰으로 보험금을 신청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A는 위와 같이 카카오톡을 보낸 피싱범을 자신의 아들로 착각하고 피싱범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라 자신의 휴대폰에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피싱범에게 운전면허증 촬영사진을 전송하고 자주 쓰는 4자리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피싱범은 A의 휴대폰을 원격조정하는 방법으로 A를 사칭해 케이뱅크 앱에서 A 명의의 간편비밀번호를 재발급받고, 이 간편비밀번호를 입력해 케이뱅크와 2억 2,180만원의 신용대출약정을 체결하고 A 명의 계좌로 대출금을 송금받았다.
문제는 간편비밀번호 재발급 과정에서, 피싱범이 A로부터 받은 운전면허증 사본을 재촬영한 2차 사본으로 비대면 실명확인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 명의의 간편비밀번호 재발급 과정에서 성명불상자로부터 제출받은 원고의 운전면허증 촬영 사진은 성명불상자가 원고로부터 편취한 운전면허증 촬영사진을 재촬영한 이른바 '2차 사본'이고, 이러한 2차 사본의 제출만으로는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의 필수적 의무사항 중 제① 방식(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에 의한 본인확인절차, 즉 고객이 실명확인증표(원본)를 사진촬영하여 파일업로드 등의 방식으로 제출하는 본인확인절차를 제대로 거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 원고 명의의 간편비밀번호를 통하여 전자문서로 작성된 이 사건 대출약정서는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규정된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은 '실명확인'을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의 확인뿐만 아니라 실명확인증표에 첨부된 사진 등에 의하여 거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비대면 실명확인'을 거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할 때 온라인 채널 등 대면 이외의 방식으로 실명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중 제① 방식(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에 의한 본인확인절차는 고객이 실명확인증표(원본)를 사진촬영 또는 스캔 후 컴퓨터 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메일, 파일 업로드 등의 방식으로 제출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위 문언에 비추어 보더라도 고객이 보관 중인 실명확인증표 사본을 다시 촬영하여 업로드하도록 하는 이른바 '2차 사본' 제출 방식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른바 '2차 사본'의 제출만으로는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이 정의하는 비대면 실명확인의 개념 정의, 즉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의 확인뿐만 아니라 실명확인증표에 첨부된 사진 등에 의하여 거래자 본인 여부를 비대면 방식으로 확인하는 것에 부합한다고 도저히 보기 어렵다"며 "원고 명의의 간편비밀번호를 통하여 전자문서로 작성된 대출약정서는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1호 및 같은 항 제2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대출약정의 법률효과는 그 작성명의자인 원고에게 귀속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우면이 1심에 이어 원고를 대리했다. 케이뱅크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