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급발진 주장' 사망사고, 1심 무죄 뒤집고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

[대전지법]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가속페달 밟았을 가능성 높아"

2024-10-19     김덕성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한 교통 사망사고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무죄 판단을 내린 1심을 뒤집고 운전자 과실을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0년 12월 29일 오후 3시 23분쯤 2010년식 그랜저(TG) 승용차를 운전해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 내 지하주차장 출구를 나와 정문 쪽으로 진행하던 중 광장을 가로질러 경비원 B(60)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로 기소됐다. 

A씨는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다가 주차 정산소 차단 막대를 들이받고 인도로 올라간 뒤 광장에서 차량을 제지하던 B씨를 들이받았다. 이어 보도블록과 가드레일 등을 줄줄이 추돌한 뒤 멈췄다.

A씨는 차량 결함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차량 결함 가능성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3부(재판장 손현찬 부장판사)는 그러나 10월 10일 "차량 결함이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원의 감정결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결과,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 CCTV 영상 자료 등을 토대로 차량의 결함에 따른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하여 밟는 등 A씨의 운전 과실에 기인한 사고"라고 판시, 1심을 깨고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23노1855).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직후 이루어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고 당시에도 차량의 가속장치와 제동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한편 이와 달리 사고 전후에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가속장치 등이 그 사이의 어느 순간에만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직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변소의 요지는,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하여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우회전을 할 무렵부터 피고인이 아무런 페달을 조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급가속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여러 차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으나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나, 피고인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량에 제동력을 부여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등은 브레이크 페달에 장착된 스위치가 브레이크 등까지 전선으로 단순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므로, 스위치나 전선, 브레이크 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경우 실제 제동장치의 작동 여부와 무관하게 브레이크 등에는 불이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사고 당시 제동페달을 밟았음에도 브레이크 등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다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판부는 "사고 차량은 연석 및 화단과 충돌할 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제동등이 점등되었다가 소등되는 현상이 있었을 뿐 브레이크를 밟았을 경우 통상 나타나는 정도의 시간 동안 점등되는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결국 사고 당시 브레이크 페달을 정상적으로 밟았으나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하여 밟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사고에는 차량 급발진 사고의 경우 보통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징적 징후들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사고 차량의 타이어 궤적은 바퀴의 정지 상태에서 미끄러지며 발생하는 마찰력에 의한 스키드 마크 또는 차량의 선회운동 시의 원심력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요마크 현상이라 보기 어렵고, 급발진 의심 차량의 경우에 통상 나타나는 가속 타이어 자국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