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WTO TRQ 수입권공매 이행계약 맺고 감자 수입 안해 보증금 귀속됐어도 행정소송 대상 아니야"
[서울행정법원] "공법상 계약이지만 처분 아니야"
A사 등 4곳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22년 9월 8일 시행한 종자용 이외의 감자에 대한 WTO TRQ(Tariff Rate Quota, 관세율쿼터 제도) 수입권공매 입찰에서 낙찰자로 결정되어 각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2022년 12월 20일까지 감자를 900,000kg 또는 300,000kg인 계약물량에 이르기까지 전량 수입하기로 하는 '2022년 WTO TRQ 감자 수입권공매 입찰 이행계약'을 체결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2,070만원, 1,620만원, 456만원의 이행보증금을 각각 납부했다. 그러나 A사 등이 감자 수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A사 등에게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고, 이행보증금을 정부기금에 귀속한다고 통지하자 A사 등이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과 계약이행보증금 귀속 결정을 모두 취소하라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상대로 소송(2023구합89897)을 냈다. WTO TRQ는 특정 품목에 대해 양허된 물량까지는 저율의 관세를, 이를 초과하는 물량부터는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는 제도이다.
사안의 쟁점은 계약이행보증금의 정부기금 귀속 통지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인지 여부.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나진이 부장판사)는 8월 23일 "원고들이 피고와 맺은 감자 수입권공매 입찰 이행계약은 공법상 계약에 해당하지만, 계약이행보증금 귀속 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 아니어 그 취소를 구하는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고 판시, 소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①계약이행보증금 귀속 결정은 법령이 아니라 공법상 계약인 이 사건 계약(WTO TRQ 감자 수입권공매 입찰 이행계약)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점, ②계약 체결 시 채무자에게 이행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 이행보증금을 채권자에게 귀속시키는 방식의 계약 이행 확보수단은 순수한 사인 간 계약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 점, ③계약당사자 사이에서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위하여 일정한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의 제재조치를 약정한 때 그 약정에 따른 제재조치는 법령에 근거한 공권력의 행사로서의 제재처분과는 법적 성질을 달리하는 점(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두66541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귀속 결정은 행정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행하는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공법상 계약관계의 일방 당사자로서 대등한 지위에서 행하는 의사표시라고 할 것이므로 '처분'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2021. 2. 4. 선고 2019다277133 판결 등)에 따르면, 공법상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를 상대로 그 효력을 다투거나 그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한다.
재판부는 본안에 대한 가정적 판단에서 즉 계약이행보증금 귀속 결정이 처분이라고 보더라도, "원고 등은 수입권공매 입찰 당시 피고가 이 사건 물품(감자)을 수입 · 판매하여 이 사건 물품의 가격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수입권공매 입찰에 참가하였고, 그럼에도 이 사건 물품의 시장 가격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수입 의무를 일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이며, 피고가 계약의 이행을 방해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시, 계약 불이행에 원고 등의 귀책사유가 없다거나 피고가 계약의 이행을 방해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에 대해선, "제재기간이 2023. 3. 2.부터 2023. 6. 1.까지여서 변론종결일 현재 그 효력이 상실되었다"며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소 각하 판결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